산 자들 - 장강명 연작소설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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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님의 연작 소설. 딱 현시대의 이야기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본, 주변에 실제로 있는 이야기들을 소설화했다.
뉴스에 자주 나오는 그런 대한민국의 이야기들...

밝은 이야기들은 아니다 보니 단편 단편 읽을 때마다 자꾸 한숨이 나왔다.
비정규직 이야기, 취준생들 이야기, 회사에서 한 부서가 사라지고 대기발령된 사원들 이야기는 내 또래 이야기라 좀 더 와닿았고,
자동차 공장 망해서 실직된 (죽은)노동자들과 살아남은 ‘산 자들’사이의 갈등이라든지,
한 동네에 있는 세 개의 빵집 (빵집 삼국지) 이야기라든지,
재개발구역 사람들이 겪는 억울한 문제들은 한없이 안타깝고 우울했다.
소설의 입장 자체는 어느 한 편에만 서있다기 보다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서
단순하게 누가 맞고, 누가 틀린 지의 문제가 아닌 각자의 입장이 어긋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최대한 냉정하고 정확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소설이라기 보다 특정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조금 긴 기사들을 여러 개 읽은 기분마저 든다.
하지만 결국 소설 전체의 중립적 뉘앙스와는 별개로, 소설의 메인 주인공들을 모두 약자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들(을)의 입장과 시선에 서보게 되었고, 그들이 맞서고 있는 거대한 그 모든 것(갑)들이 마냥 무섭고 비인간적이라는 일방적인 기분이 내내 감돌았다.
요약하자면 이 책은,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약자의 회의감과 혐오감을 느낄 수 있고,
반대로, 소설 전체의 뉘앙스를 통해 갑질 될(할) 수 밖에 없는 갑의 입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또, 때론 갑이 을이 되기도, 을이 갑이 되기도 하는 게 이 사회이기에 어디에도 ‘명쾌한 해답’이란 없다.
모든 사람을 100프로 만족시킬 수 있는 해결책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늘 모순이 많은 거겠지.
이 세상에서 살아남는다는 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원래도 알고는 있었지만 더 가차 없이 느껴,
읽고 나서 “지구야 잠시만 멈춰줘! 나는 이만 좀 내릴게!”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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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가락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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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란 무엇인가.

또, 자식된 도리란 무엇인가.

냉정하고 사악한 이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것은 무엇인가.

진짜 가치는 잊은 채 우리들이 바라보는 허황된 것들은 무엇일까.

정말 중요한 뭔가를 잊은 채 살고있는 것은 아닐까.


많은 현대인들이 이 소설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붉은손가락 #히가시노게이고 #현대문학 #추리소설 #책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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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니가 보고 싶어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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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서 바로 정세랑 작가의 팬이 되었다.
다른 작품들도 다 구매해서 읽어볼 마음이 들 만큼^^
시니컬과 허당끼의 공존이랄까.
귀여운데 음침한, 음침한데 또 발랄한 기운이 감도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딱 요즘 현대인 감성이 잘 녹아있달까.
뭐든 지나친 건 별론데, 이 소설은 딱 적당히 어둡고, 적당히 발랄하고, 적당히 판타지스럽고,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못됐다.



장르 소설가인 ‘재화’는 전남친 ‘용기’를 자신의 소설 속에서 무려 아홉번이나 죽였다.
죽이기 딱 좋은 캐릭터라며 말이지.
‘용기’는 원래 책을 잘 읽지 않을 뿐더러 최근에 취직한 직장의 일이 워낙 힘들고 바빴고, 한참 연하의 어린 여친까지 생겨 재화의 소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턱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날 용기의 몸에 알 수 없는 문장들이 문신처럼 새겨지고, 알고보니 그 문장들은 재화의 소설 속 문장들이다.
그것도 용기가 투영된 캐릭터들이 죽는 장면들.




(p.7) 유사 이래 모든 언니들의 가르침대로, 세상엔 두 종류의 남자가 있다.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남자와, 평생을 함께할 엄두는 도저히 나지 않지만 지구가 멸망한다면 마지막 하루를 함께하고 싶은 남자. 재화가 용기를 생각할 때, 용기는 언제나 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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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 오늘의 젊은 작가 17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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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레즈비언 딸을 둔 엄마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책.
문학적 재미는 없고, 이런저런 생각은 남긴다.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라든지 치매 노인에 대한 책임이라든지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주제 자체는 일리가 있는데, 소설적인 재미가 너무 없어서 그냥 밋밋했다.
두 번은 읽기싫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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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 밀레니얼 세대는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정지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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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꽤 시니컬한데, 내용은 착하고 온화하다.

흔히 1980년대 ~ 2000년대 초반 생까지 ‘밀레니얼 세대‘라고 한다.

작가 자기 자신이 87년생 밀레니얼 세대이기 때문에 다른 세대의 작가가 바라보는 우리 세대에 대한 이야기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기야 있었겠지만,

몇몇 구절에서는 오랫동안 간지러웠던 마음 한편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정도로 솔직하고 통찰력 있는 책이었다.

sns에서 보이는 이미지에 대한 집착이라든지,

욜로(YOLO) 하고 싶은 마음과 현실적인 문제와의 충돌이 빚어낸 혼란 속의 우울감이라든지,

어릴 때 ‘정답‘처럼 강요받았던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은 아무런 정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오는 무력감 같은 것들이 적혀있다.

근래에 나온 에세이를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신작 에세이 중에서는 추천할만한 책이다.

책 자체가 똑똑하지만, 보편적인 정서로 쓰여있고, 착하고 따뜻한 분위기다.





총 3개의 큰 주제(카테고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 번째 ‘환각의 세대 : 우리가 원하는 것은‘ ,

기성세대들이 이따금 혀를 끌끌 차기도 한다는 ‘밀레니얼 세대‘ 에 대한 작가의 온화하지만 힘 있는 통찰력이 돋보인다.

우리 세대가 지닌 문제점과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더 나아가 여러 가지 사회문제까지 함께 다루고 있다.



두 번째 ‘젠더에 대하여: 여성에 관해 덜 말해질 때란 결코 오지 않았다‘ 는,

미투 운동과 여러 가지 성차별 문제들을 다루며, 남성과 여성이 왜 서로를 이렇게 혐오하는 시대가 되었는지 그 근본적인 문제부터 차근차근 다룬다.



세 번째 ‘개인과 공동체: 우리는 서로 뒤섞이는 바다‘에서는,

세상은 더 깨끗해지고 발전했는데, 개개인은 왜 점점 더 삭막해지고 우울해지는지에 대해. 그 원인과 문제점들을 찾아본다.




(P.27) 상향평준화된 이미지 혹은 환각 이미지속에서의 삶이란 분명 우리 세대가 지향하는 삶이지만,
동시에 그 자체로 완전한 삶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 삶은 누린 다음에는 증발해버리는 삶, 하나를 좇고 나면 금세 다른 것을 좇아야 하는 삶,
하나의 이미지를 얻고 나면 다시 다른 이미지를 얻기 위해 전전긍긍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삶이다.


(P.101) 아직 스스로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기 전부터 강요받았던 끝도 없는 평가, 그 평가에 따른 상벌, 줄 세우기, 그로 인해 계속 재구성되는 미래의 전망, 자기 존재의 가치, 서열 지어진 정체성 따위가 평생을 따라다니며 그들을 구속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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