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빛의 과거
은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8월
평점 :
⠀
서로 ‘다른’ 것 들이 한 곳에 뭉쳐 ‘섞여’야 한다는 불편함과 어색함. 거기에서 비롯된 정체성의 혼란과 위기가 잘 표현된 소설이다.
특히 막 스무살이 된 사회초년생에겐 인간 사이의 미묘한 기싸움이 마냥 어렵고 고독하기만하다.
교육과 규율의 모순을 알게되고, ‘자기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는 나이이며 동시에 무력한 나이이다.
‘여자-여자’ ‘여자-남자’ ‘남자-남자’ 사이에 존재하는 그 어려운 감정의 화합과 갈등들은 세월이 흘러 60이 된 나이에도 여전히 쉽지만은 않다.
1977년은 학생운동이 성행했고, 다방이나 레코드점에서 미팅을하거나 데이트를 하는 것이 유행이었고, 14년만에 쌀막걸리가 재등장을 했고, 김승옥이 [서울의 달빛 0장]으로 첫번째 이상문학상을 받았고, 제 1회 대학가요제가 열렸고, 의료보험이 시작된 해이다.
화자는 그 시절을 딱히 떠올리고 싶어하지 않고, 그때의 사람들과 재회하기를 꺼린다.
그 시절의 자신을 썩 좋아하지 않고, 딱히 그 시절을 좋게 기억하지 않는다.
내가 겪은 시대가 아님에도 그 감정의 맥락에 공감과 수긍이 가능했던건 40몇 년이 지난 지금에도 시대적 혼란과 정치적 혼란, 인간관계와 연애에대한 혼란이 하나의 빛줄기처럼 이어져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했고, 그 시절보다 나아졌다면 많은 것들이 나아지고 발전했다고 할 수 있으나 공동체 안에서 ‘진짜 나’를 잠시 넣어둔채 그럭저럭 그 속에서 적응해나가는 ‘가짜 나’의 고독과 혼란스러움은 그 시절의 그 맥락에서 크게 못벗어났다는 것에 대한 증거이다.
⠀
책을 읽으며 은희경 작가의 나이를 실감했다.
60이라 하면 옛날엔 굉장히 늙은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60이 그렇게 늙은 나이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젊은 꼰대도 있고, 나이든 세련된 사람도 있듯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그 뻔하고 진부한 말이 어쩐지 와닿는 날이다.
60대에도 이런 세련된 장편소설을 쓰는 것이 내 또다른 꿈이 되었다.
⠀
⠀
개별적인 ‘다름’은 필연적으로 ‘섞임’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거기에는 비극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서투름과 욕망의 서사가 개입될 수 밖에 없었다. 다름은 개인성의 독립이지만 섞임이 그 종합은 아니기 때문이다. (p.28)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