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모네

 

 

 

 

                               건널목을 오가며

                               무지개를 쪼는 아침

 

                               잘린 발 절뚝이며

                               이어가는

                               생의 퍼즐

 

                               당신께 선사합니다

                               눈물 사룬

                               외발 꽃무늬  (P.30 )

 

 

 

 

 

 

                           레퀴엠requiem

 

 

 

 

                                 날개에 비친 무지개

                                 새가 된 줄 알았는데

 

                                 돌아갈 둥지 없음에

                                 붉은 피를 토하는 매미

 

                                 벗어둔 허물은 아직

                                 기다리고 있을까  (P.74 )

 

 

 

 

 

 

                             귀뚤귀뚤

 

 

 

 

                                   오늘도 참 많이 울었다

 

                                   풀에게 미안하다

 

                                   이 계절

                                   다 가기 전에

                                   벗어둘

                                   내 그림자

 

                                   한 모금 이슬이 차다

 

                                   문득 씹히는

                                   내생來生의 별  (P.12 )

 

 

 

 

                                                           -이원식 詩集, <비둘기 모네>-에서

 

 

 

 

 

 

 

 

        시인의 말

 

        비둘기가 머물던 나뭇가지 아래로

        벚꽃 잎이 떨어진다.

        시로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하얀 눈물.

 

        나직이 불러보는 이름.

        모네Monet.

        이 부끄러운 네 번째 시집.

 

                                  2013년 여름 이원식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놀 2013-08-27 18:04   좋아요 0 | URL
비둘기도 울고
소쩍새도 꾀꼬리도 울며
직박구리도 되새도 호반새도
까치도 제비도 참새도
저마다 가장 고운 소리를 뽑아
하루를 열고 닫는 노래를 베풉니다.

appletreeje 2013-08-27 22:08   좋아요 0 | URL
예~가장 고운 소리를 뽑아
하루를, 일생...을 열고 닫는 노래를 베풀겠지요!

보슬비 2013-08-28 17:35   좋아요 0 | URL
날씨가 바뀌었다는것을 느끼는것이 저녁에 매미소리 대신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아.. 벌써 가을인가...했어요.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지만 아직 낮은 덥긴해요. 기온차가 크니 나무늘보님 감기 조심하세요..

appletreeje 2013-08-28 18:11   좋아요 0 | URL
예~저도 며칠전만 해도 분명 매미 소리를 들었는데
그제부턴가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
정말 절기,는 속일 수 없는 듯 싶어요~
보슬비님께서도 환절기 건강 조심하시구요~좋은 저녁 되세요~*^^*
 

 

 

 

 

 

 

 

 문학 강연을 갔을 때였다. 강연을 들으러 온 여자분이 내게 다가왔다.

 "선생님 책 사서 오늘 사인 받을 생각이었는데요, 헌책방에 갔다가 횡재를 했지 뭐예요. 글쎄 선생님이 직접 서명한 책을 찾았어요!"

 그녀는 나에게 책을 펼쳐 보였다.

 "아. 이 책을 누가 팔았는지는 비밀로 해야 하나?" 하면서 뒤늦게 손가락을 들어 누구누구에게, 라는 글자를 가렸지만 나는 이미 보았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다소 당황스러워서 그냥 웃고 말았다. 한 번도 중고서점에 가 본적이 없던 때였다. 짧게 말하자면 그날, 몹시 서운했다.

 

 

 나는 요즘 일주일에 두 번씩은 강남역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에 간다. 오늘 새로 들어온 책 이천 몇 백 권,이라는 숫자판이 걸려 있고 빽빽하게 선 책들 사이로 사람들이 많다. 새 책이 아니다 보니 펼쳐볼 때도 그다지 마음에 부담감이 없어서 테이블에 열 몇 권씩 쌓아놓고 읽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신간과 구간을 구분하지 않고 그저 이름대로 쭉 꽂힌 책들이다. 반값 정도에 파는데 이거 고르는 재미가 무척 쏠쏠하다.

 내 책도 가끔 보인다. 서운하지 않다. 꽂혀 있는 내 책을 뽑아 들면 그런 생각이 든다. 어느 장에서는 졸았을 테고 어느 장에서는 지루하다 못해 짜증이 났을 테고 또 어느 장에서는 웃었겠지. 그런 마음에 나는 순해지고 다정해진다. 동료 작가들의 책도 종종 본다. 내 책을 볼 때처럼 애틋하다. 누구의 손도 거치지 않은 새 책보다 이제 헌 책이 더 위로가 된다. 그래서 나는 어떤 책을 이미 가지고 있음에도 다시 사는 일이 잦다.

 김종광의 오래된 소설집 [경찰서여 안녕]도 다시 샀고, 고은규의 [트렁커]도 다시 샀다. [경찰서여 안녕]은 선배에게 선물했고 [트렁커]는 누구에게 줄까 아직 생각 중이다. 하성란 선배의 소설도 눈에 보이는 족족 다 집었고, 노희준의 [오렌지 리퍼블릭]과 [킬러리스트]도 샀다.

 

 

 이건 노희준 선배에게 선물할 생각이다. 헌책방에서 집어온 자기 소설을 선물 받는 느낌도 괜찮을 것 같아서다. 일반 서점에서는 잘 고르지 않았던 에세이집들도 갈때마다 사들고 온다. 다섯 권이나 샀는데 이만 원이면 충분할 때가 있다. 책 냄새가 좋다고들 하지만 역시 손 냄새가 섞여야 더 낫다.

 며칠 전 중고서점에서 갔다가 이혜경 선생님의 [꽃그늘 아래]를 찾아냈다. 이혜경 선생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다.

 나는 [꽃그늘 아래]를 호주에 살 때 읽었다. 해외배송비를 물면서 주문했던 거였는데 돌아올 때는 챙길 수 없었다. 오버 차지를 물 형편이었던 거다. 예전 몰타 섬에 갔다가 현기영 선생님의 소설을 호텔에 두고 올 때도 그만큼 마음이 안 좋았다. 한국말도 모르는 호텔 직원들은 그 책을 버렸겠지. 아아, 지중해에 두고 온 한국소설이라니.

 어쨌거나 그렇게 두고 왔던 [꽃그늘 아래]를 발견하는 순간 바로 집었다. 그리고 책날개를 펼쳤는데, 낯익은 평론가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그리고 이혜경 선생님의 서명.

 나는 문학 강연 때 만난 그 여자분처럼 막 기뻤다. 가슴이 콩닥콩닥. 이제 이혜경 선생님은 책이 나오면 내게 꼬박꼬박 보내 주시는 분이다. 책뿐 아니라 낯선 여행지에 도착하면 인형이나 오르골 등을 굳이 부쳐주실 만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그러니 그분의 서명이 담긴 책이 아쉬워 헌책방에서 기뻐했던 건 아니다.

 

 

 나는 선생님의 추억 한 조각을 몰래 한 입 베어 문 것처럼 설렜던 거다. 사랑에 빠지면 내가 알지 못하는 그의 어느 시절을 막연히 질투하곤 하는데, 내가 궁금했던 그 시절을 훔쳐본 듯한 느낌.

 헌책방에 들락거리는 일은 아마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무척 마음에 든다.  (P.256~259 ) /  #3  저녁

 

 

 

                                            -김서령 ,<우리에겐 일요일이 필요해>-에서

 

 

 

 

 

 

 

 

 

 

    산문집을 읽는 일은 내게, 어떤 태도를 취하더라도 몸과 마음이 불편할 때 마음이나마 조금

    말랑말랑 유연해져야 할 때 읽는다. 언젠가 한수철님 서재에서 이 책을 보고 냉큼 지른

    책을 어제 읽었다. 어제 일요일이 내게 바로 그런 날이었기 때문이다. 김서령 작가의 소설집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를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고 그후에 다른 작품들도 읽었는

    데 괜찮았던 신뢰감이 남았던지라 이 책도 산 듯하다.

    작가의 말처럼 다정하게, 뒤에서 등 한번 살짝 두들기고 안녕, 나야,하고 말을 걸었던 책.

    지나치게 달달하지도 감상적이지도 않은, 몰타섬과 거문도의 바다색같은, 함께 사는 흰 개

    '봉수'같이 쾌활한, 아버지의 퇴직금으로 마련한 원룸을 관리하며 하도 이상한 세입자들이

    들끓어...제 날짜에 월세를 내며 오래 살아주는 세입자들이 고마워 명절이면 과일박스를 들여

    주는 마음 약한 엄마같은, 마음에 바람이 불어 오면 언제든지 공항으로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예쁜 슈트케이스 같은, 해삼내장도 쪽쪽 잘 빨아 먹고 전복내장도 오물오물 잘 씹고 짠내가

    폴폴나는 생미더덕도 잘 삼키는 싱싱한 바닷비린내같은, 짙은 나무색 탁자와 붉은 조명등에

    눈이 알알하지만 오뎅탕과 염통구이로 소주 두 병 먹을 수 있는 '투다리'같은, 일 년 내내 해가

    부신, 겨울이 있기는 하지만 그다지 추울 일이 없어 후드 티셔츠 하나에 조리만 신고 네 녀석

    들을 먹이고 재워도 행복한 호주 브리즈번같은, 울고 있는 여자를 달래는 남자의 더없이 따뜻

    한 눈빛같은, 그리고 때로는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로 가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속의 이야기

    같은...,<우리에겐 일요일이 필요해>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한 것 같다.

    풍랑주의보가 내렸어도 여전히 아름답기만 한 여수 밤바다,와 잘 말려 쪄낸 오독오독한 가오리

    의 맛처럼.

    그리고 여섯 컷,씩 책 중간중간에 네 쪽에 걸쳐 작가가 직접 펜화로 그린 각나라의 술병그림도

    공항 그림도, 사진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모저모 재주가 많은 사람이다.

 

    혜화동에 일이 종종 있어, 갈때마다 알라딘중고서점 대학로점에 들려 나도 이 책 저 책들을

    펼쳐보고 고르기도 하는데 책장을 펼쳐 누군가의 꼭꼭 눌러 쓴 단정한 서명이 적힌 책들을

    만날때면..왠지 쿵,하며 마치 내 책을 보는듯한 서운함이 자주 들곤 했는데 이 작가의 헌책방,에

    대한 글을 읽다보니 아 그렇구나 그렇기도 하겠다,하는 안심도 되고 정말 책 냄새도 좋지만

    손 냄새가 섞여 있는 책이 더 낫다,는 말에 따스한 공감도 만난다. 꼭 소장할 책들이 아니라면

    내가 즐겁게 읽고 나서 또 다른 사람들이 즐겁게 읽는 일도 무척 즐거운 일이리라.

    이 책도 즐겁게 잘 읽었으니, 며칠후 혜화동에 나가면 또 헌책방에 내 놓을 생각이다. ^^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놀 2013-08-26 14:35   좋아요 0 | URL
책은
받은 사람이 즐거운 대로 움직여요.
그러니 그 책이 헌책방으로 들어와
새로운 이야기 남기며
새로운 책손한테 찾아가지요~

appletreeje 2013-08-26 18:25   좋아요 0 | URL
예 정말 그런 것 같아요. ^^
그래서 저도 또 이 책이 어느 책손에게 가
즐거운 이야기 남겨 줄까...기대하지요~

2013-08-26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26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3-08-26 22:27   좋아요 0 | URL
처음에 저도 책에 책도장을 찍었는데, 도서관에 기증하고나니 쑥쓰러운거예요. 그후 책도장 치웠어요. ㅎㅎ 지금 그 도장 어디있는지 모르겠어요.

평소 올려주신 시와 글들 좋았는데, 오늘 글에는 알라딘 중고서점 이야기가 나오니 더 친근하고 좋아요. 새책이든 중고책이든 도서관 책이든 많이 많이 책을 읽어주면 좋겠어요.^^

2013-08-27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3-08-28 17:37   좋아요 0 | URL
원래 이용하던 도서관은 다른곳이었는데, 이사하면서 도서관이 개관되어 반가웠답니다. 그때 책기증을 받길래 기증했는데 ^^ 어린이 도서층에는 기증패도 있어요. ㅋㅋ

appletreeje 2013-08-28 18:12   좋아요 0 | URL
앙~~어린이 도서층에도 다음엔 가봐야겠어요!!
 

 

 

 

 

 

 

 

 

모든 시대에는 '다른 내일'에 대한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산업사회 이후, 더 정확히는 체르노빌, 후쿠시마 이후에도 인류에게 희망은 남아 있을까?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 마땅히 필요한 위기의식이 실종된 땅에서도 문학이 가능할 수 있을까? 도덕의 파탄과 붕괴 속에서 불가피하고 당연한 일이지만, 문학도 지리멸렬해지고 풀이 죽었다. 산업사회 붕괴 이후 총체적 도덕의 파탄을 응시하고 괴로워하지 않으면서 생산된 문학도 과연 문학일까? 문학의 파탄은 윤리와 위기의식, 죄의식의 실종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인권선언문 작성에 참여했던 프랑스의 레지스탕스 출신 지식인 스테판 에셀은 만년에, "인간으로서의 책임이 이제는 인간 가족에게만 해당 되는 게 아니다. 새로운 형제애를 자연에 대해서도 발휘해야 한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1948년 인권선언문을 작성할 당시에 그는 '마치 그런 책임까지는 인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그때는 자연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였다"고 덧붙이며 "이제부터는 초록, 태양, 동물이 없어지지 않고 살아남도록 행동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술회했다(스테판 에셀 외, [정신의 진보를 위하여] 돌베개, 2012, 21쪽). 이 나라 문학은 이 나라의 보통 사람이나 이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도처의 주류들과 똑같이 '초록'이나 '태양'이나 '동물들'에 대해 오늘도 아무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억지스럽게 단언하자면, 내 나라는 한 프랑스 지식인이 자신의 체험으로 회고한 '1948년 이전'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어쩌다 환경 단체까지 만들게 된 나는 '우리 모두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에게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더 이상 무례하게 살아서는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요새의 부리는 수천 년 동안 부드러운 갯벌을 파헤칠 수 있도록 뭉툭하게 진화했다고 말했다. 그 부리와 갯벌과 우리 삶이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살처분은 우리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짓이라고 슬퍼했다. 지렁이가 살 수 없으면 우리도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자각이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운동은 북극의 빙하가 녹았으므로 새로운 항로가 생기고 물류이동 비용이 절감되었다고 환호작약하는 이들에 의해 처절하게 외면당했고, 나는 다시 순진한 열정의 얼굴로 희망을 말하기 힘들어졌다. 그러다 문득 하염없이 슬프지만 언제나 당당하고 시원스러운 김수영의 시를 만났다. '문명에 저항하려면 너 자신이 문명이 되라'는.

 내게 문명은 도시가 아니라 시골에서 고향을 만들거나 풀을 뽑아 거름을 만드는 것이었다. 푸르고 어린 것들을 조심스럽게 심고 그것들이 자라는 것을 놀라운 마음으로 바라보며 겨워하는 일이었다. 일 년 내내 땔감을 모으는 것이었다. 그러기를 아홉 해째, 밭둑이나 강둑에 앉아 나는 절망이 나의 전부를 꺾지는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9~11 ) / 작가의 말

 

 

 

 

                                                       -최성각 생태소설집, <쫓기는 새>-에서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놀 2013-08-24 09:18   좋아요 0 | URL
즐겁게 살아가며 새로운 하루를 기다리고
새로운 하루 찾아들면서
날마다 즐겁게 사랑을 꽃피우겠지요

appletreeje 2013-08-24 13:35   좋아요 0 | URL
예~개개인이 저마다 성화되면
온 세상이 다 성화되리라 믿습니다.

2013-08-24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24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24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25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흐리고 가끔 고양이 - 이용한 시인의 센티멘털 고양이 여행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좋아하는 고양이 작가의 네번째 고양이책. 따스하고 애틋하고 마음 훈훈하다. 생전의 박경리 선생님께서 배고픈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먹이며 ˝너도 먹고 나도 먹고 같이 먹고 살아야지.˝ 하신 말씀이 떠오르는 날. 고양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사람도 살기 좋은 세상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3-08-23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23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3-08-23 16:27   좋아요 0 | URL
우리 모두
다 함께 살기 아름다운 나라를
일구면 참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appletreeje 2013-08-23 22:27   좋아요 0 | URL
예~함께살기님!
그런 날을 희망하니
꼭, 아름다운 나라를 일구며 만나겠지요~?^^

후애(厚愛) 2013-08-23 18:26   좋아요 0 | URL
집 근처에 길고양이들을 보면 무척 마음이 아파요...
먹이를 주면 겁을 먹기도 하고, 눈치를 보면서 먹는데...
마음이 안 좋아요.

appletreeje 2013-08-23 22:31   좋아요 0 | URL
저희 동네도 그래요...
고양이들의 반응은 그 지역 사람들의 반응이지요.
그래도 예전보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좋아졌으니, 한국의 고양이들도
맘 편하게 사람들 주는 먹이 먹고 즐겁게 사는 날 오리라...애써 소망합니다.
 

 

 

 

 

 

                      꽃다발

 

 

 

 

                             네가 준 꽃다발을

                             외로운 지구 위에 걸어놓았다

 

                             나는 날마다 너를 만나러

                             꽃다발이 걸린 지구 위를

                             걸어서 간다  (P.43 )

 

 

                             * 정호승

 

 

 

 

 

 

                           식사법

 

 

 

 

                              콩나물처럼 끝까지 익힌 마음일 것

                              쌀알빛 고요 한 톨도 흘리지 말 것

                              인내 속 아무 설탕의 경지 없이도 묵묵히 다 먹을 것

                              고통, 식빵처럼 가장자리 떼어버리지 말 것

                              성실의 딱 한 가지 반찬만일 것

 

                              새삼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제 명에나 못 죽는 건 아닌지

                              두려움과 후회의 날들이 우두둑 깨물리곤 해도

                              그깟것 마저 다 낭비해버리고픈 멸치똥 같은 날들이어도

                              야채처럼 유순한 눈빛을 보다 많이 섭취할 것

                              생의 규칙적인 좌절에도 생선처럼 미끈하게 빠져나와

                              한 벌의 수저처럼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할 것

 

                              한 모금 식후 물처럼 또 한 번의 삶,을

                              잘 넘길 것  (P.52 )

 

 

                              * 김경미

 

 

 

 

 

                         줄포

                                농사꾼 대서쟁이 김장순씨에게

 

 

 

 

 

                               뻘밭에 갈매기만 끼룩대는 폐항

                               길다란 장터 끝머리에 있는 이층 대서방은

                               종일 불기가 없어도 훈훈하다

                               사람들은 돈 대신

                               막걸리 한 주전자씩을 들고 와

                               진정서와 고발장을 써 받고

                               대서사는 묵은 잡지 뒤숭숭한 시렁에서

                               마른 북어를 안주로 꺼내놓고 한마디한다

                               사람은 착한 게 제일이랑께

                               그저 착하게 사는 게 제일이랑께

                               그래서 줄포 폐항의 기다란 장터

                               술집에서 사람들은 나그네더러도 말한다

                               사람은 착한 게 제일이랑께

                               그저 착한 게 제일이랑께  (P.57 )

 

 

                                * 신경림

 

 

 

 

 

                           내 안의 정원

 

 

 

 

 

                               꽃을 보러 정원으로 가지 마라.

                               그대 몸 안에 수많은 꽃이 만발한 정원이 있다.

                               거기  연꽃 한 송이가 수천 개의 꽃잎을 품고 있다.

                               그 수천 개의 꽃잎 위에 앉으라.

                               그 수천 개의 꽃잎 위에서

                               정원 안팎으로 가득 만발한 아름다움을 바라보라. (P.74 )

 

 

                               * 카비르

 

 

 

 

 

 

                            그리운 시냇가

 

 

 

 

                                 내가 반 웃고

                                 당신이 반 웃고

                                 아기 낳으면

                                 돌멩이 같은 아기 낳으면

                                 그 돌멩이 꽃처럼 피어

                                 길고 아득히 골짜기로 올라가리라

                                 아무도 그곳까지 이르진 못하리라

                                 가끔 시냇물에 붉은 꽃 섞여내려

                                 마을을 환히 적시리라

                                 사람들, 한잠도 자지 못하리  (P.125 )

 

 

                                  * 장석남

 

 

 

                                 -신현림 ,<아가야, 엄마는 너를 기다리며 시를 읽는다>-에서

 

 

 

 

 

 

 

 

 

    작년, 노란 은행잎들이 황금빛으로 땅을 물들인 늦가을

    성당에서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해, 혼인서약서 대신

    부부가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경애하는 그대에게'

    라는 시작에 약간은 놀랐지만) 혼인을 하고, 이번에 또 아기를

    가진 대녀에게 선물하기 위해 신현림 시인이 엮은 <아가야, 엄마

    는 너를 기다리며 시를 읽는다>를 오늘 받아 읽었다.

    신현림 시인이 늦은 나이에 뜻하지 않은 임신과 헤쳐 나가야 할

    인생의 문제가 가득한 상황에서 잠을 설치는 밤마다 유일하게 한

    태교는 책장에 꽂힌 시집들을 꺼내 읽는 일이었다 한다.

    시를 꺼내 읊다 보면 시의 아름답고 긍정적인 기운이 퍼져 오고

    그리고 고난과 아픔마저 씩씩하게 이겨 낼 힘이 생겼다며, 그리고

   시를 통해 삶의 소중한 순간을 음미할 용기도 다시 얻으며, 그렇게 아이가 매일매일 조금씩 자라

   는 순간을 만끽하고 열렬히 껴안다 보면 풍요로워진 인생 자체가 한 편의 시가 되리라 믿으며.

 

   이 詩集을 선물 받을 대녀는, 내달 초에 신랑의 박사학위 공부를 위해 독일로 함께 떠나 5년 후에

   돌아 올 예정이다. 12월에 출산을 하고 아기가 다섯 살이 되어 돌아온다.

   요즘 의학에 의해 아기는 딸아이고 태명은 '복덩이'다. 학부전공이 첨단의료기 엔지니어라 남자

   들만 들끓는 환경에서 일하는 직업에 대해 많이 지겨워했는데(그래서 매일 고민을 하곤 했다. 아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 벌고 살순 없을까? 하고. 그래도 신랑이 모교 연구원이라  맞

   벌이를 했는데, 아기가 생긴 그날로 당장 사표를 냈다. 그리고 "넌 정말 복덩이야! 이젠 지겨운

   회사를 때려칠 수 있구나!" 하며 다소 황당한 소감의 기쁨을 나타내 주변을...ㅎㅎ

   그리고는 아기가 다섯 살이 되야 돌아 오니까, 그 기간동안 아기에게 읽힐 그림책, 동화책을 부

   지런히 모우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내일 만날 대녀에게, 나의 선물은 가지고 있던 <전래자장가 자미 잠이>와 <아가야, 엄마

   는 너를 기다리며 시를 읽는다>를 준비했다.

   언제나 개성과 창의력과 용기가 무궁무진한 소영 카타리나!

   독일에서 이 태교시집 즐겁게 잘 읽고 순산 해서

   전래자장가도 음반과 함께 즐겁게 불러주며 행복하게 또 네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

   발전시켜  5년 후,  더욱 보람차고 행복하게 만나자꾸나~

   이 詩集 읽으니 참 좋더라, 너도 복덩이와 함께 즐겁게 읽고 좋은 시간 보내면 고맙겠다. *^^*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3-08-21 16:23   좋아요 0 | URL
'선물용' 시집에 맞춤하게,
그러니까 먼 타국으로 떠나는 후배(?)를 배웅하러 공항에 나오셨군요.
'꽃다발'을 안겨주며 독일음식에 잘 적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식사법'도 챙겨주시고... 거기다 건강한 태교와 출산을 기원하는 듯한 아름다운 시편들까지...
참 좋습니다.^^

appletreeje 2013-08-21 19:42   좋아요 0 | URL
ㅎㅎ 컨디션님의 해설을 읽으니 그렇게 됐네요~^^
언제나 폐부를 지르는, 어여쁜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컨디션님! 좋은 밤 되세요~*^^*

보슬비 2013-08-21 21:57   좋아요 0 | URL
나무늘보님은 항상 시를 읽으시니 상황에 맞는 시를 잘 골라주시는것 같아요. 읽으면서 참 잘어울리는 시구나.. 생각했습니다. 독일에서 잘 지내라고 그림책도 챙겨주시고, 나무늘보님께서 골라주신 그림책을 읽고 '독일에서 클 복덩이'는 기쁘게 읽을것 같아요. ^^

appletreeje 2013-08-23 08:12   좋아요 0 | URL
어제 만나서 이 시집과 다른 그림책들과 주니 기뻐했어요.^^
아주 오래전에 준 책들 이야기랑...역시, 만나면 또 책이야기에 빠져...ㅎㅎ

파란놀 2013-08-22 06:28   좋아요 0 | URL
신현림 님이 카비르 시집을 번역하기도 했기에,
카비르 시도 함께 있군요.
참말 모든 꽃은 우리 가슴에서 자라지요.

appletreeje 2013-08-23 08:13   좋아요 0 | URL
저번에 함께살기님 서재에서 카비르 시집 이야기를 읽었는데
이 시집에서 카비르 시를 만나니 더 반가웠습니다~

후애(厚愛) 2013-08-23 18:28   좋아요 0 | URL
참 좋습니다.^^

appletreeje 2013-08-23 22:2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후애님! 시원하고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