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도 노동한다
사과 한 입 물었더니
몸이 움찔한다.
그것, 머리가 기억하기 전에
몸이 먼저 '딩'하고 운다.
스펀지처럼 온 몸이 벌겋게 물든다.
머리가 아니라
몸이 먼저 알아낸 농사다.
혹한도
봄날 아픔도
여름 땡볕도
가뭄도 태풍도 모두 몸으로 받아서
노동이 '툭'하고 떨어진 것이다.
이건 기름밥이다.
노동이 지어낸 향기다. (P.40 )
-최기종 詩集, <학교에는 고래가 산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