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성당을 가다가, 어느 택시회사가 있는 골목에서 그만 발을 삐끗해 순식간에 넘어졌다. 그 와중에도 무의식적으로 몸의 균형을 잡으러 손목에 너무 힘을 주어선가 꽈당 넘어져 일어나 보니 무릎도 되게 아프고 오른쪽 손바닥의 살갗도 다 까졌다. 청바지 무릎을 보니 바지가 찢어지진 않아서 무릎은 피가 나게 까진 것 같진 않고. 

 아이들이 넘어지면 잉잉 울면서 누군가 다가와 일으켜주기를 바라지만 어른들은  창피해서 후다닥 일어나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길을 간다. 나도 아픈 것보단 먼저 창피해서 재빠르게 일어났는데 본능적으로 주변 사람들을 쳐다봤다. 아..그런데 이 민망하고 떫은 기분은.

 사람들 여럿이서 내가 넘어졌다 일어나는 모습을 멀뚱하니 빤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보통 사람이 넘어지면 가던 사람들이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어이구,라든지 괜찮아요,라든지 어느 사람은 일으켜 주며 등을 한 번 쓸어준다든지해 애써 아픈 걸 꾹 참고 괜찮아요,~씨익 웃고는 다시 걸어가다 그제서야 아휴, 아퍼죽겠네. 혼잣말을 하는데 오늘의 이 상황은..왠지 당황스러웠고 좀  싸했다. 마치 로봇처럼 서서 빤히 보던 사람들의 모습이 왠지 낯설었고, 창피함  뒤에 누군가의 염려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더욱 민망했던 것이다. 사실 그 부분이 더 쪽팔렸다.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이란 어느 시인의 시 제목이 떠오른.

 

 그리고 점심때 친구네 집에서 식탁에 앉아 밥을 먹다가, 무엇을 가져오려 일어서다 또 의자에서 쿵, 넘어졌다. 이거.. 참, 왜 이래. 다시 일어나 앉아 밥을 먹으며 아침에도 넘어진 이야기를 하니 그 친구의 말. "네가 잘 안먹어서 그래. 분명! 그러니 잘 먹고 다녀야지. 어서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어봐. "하며 부지런히 밥그릇에 반찬들을 놓아준다.

 

 아.. 나이도 자꾸 먹어가는 중년이 이제는 자꾸 넘어지지  말아야겠다, 생각을 한다.

 넘어질 때는 무엇인가 그 순간 딴 생각에 잠겼기 때문이다.

 길을 걸을때는 걷는 일만, 밥을 먹을때는 밥 먹는 일만,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이야기에만, 책을 읽을 때는 그 책에 대해서만, 누군가를 사랑할때는 그 누군가의 전부만, 꽃과 나무를 볼 때는 그 꽃과 나무에 대해서만 생각을 해야겠다고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

 

 어제부터 읽고 있는 조경란의 <일요일의 철학>,도 그런 책인 것 같다.

 조경란 작가 특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넘어지는 이야기. 그리고 그 넘어졌을 때 주변 사람들의 따스한 위로의 시선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쓰라리고 피가나게 아파도 다시 일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저녁에 또 약속이 있어서 나가야 하는데 제발, 오늘은 세 번째로 넘어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이궁, 정신차려 이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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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2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23 0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3-03-22 18:54   좋아요 0 | URL
넘어지기는 액땜이라 하니,
넘어진 만큼
다른 궂은 일이 하나둘 사라졌으리라 생각해요.

appletreeje 2013-03-23 08:17   좋아요 0 | URL
넘어지기는 액땜이군요.
함께살기님, 감사합니다. *^^

다크아이즈 2013-03-22 18:59   좋아요 0 | URL
나무늘보님,
저는 두 번 넘어지는 건 기본이고, 두 번씩이나 (약속을) 까먹기도 하는 걸요.
신뢰 잃은 제 영혼이 너무 가엾어 변명할 힘조차 생기지 않았답니다.
바로 어제 일이었다는...
자꾸 넘어지고, 자꾸 까먹고... 순리대로 살고 있다는 증표로 삼기로 했습니다. ^^*

appletreeje 2013-03-23 08:16   좋아요 0 | URL
ㅎㅎ 팜므느와르님 말씀 들으니 안심이 됩니다. ^^
저도 순리대로 살고 있다는 증표로 삼아야겠습니다. *^^

이진 2013-03-23 08:30   좋아요 0 | URL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누군가가 와서 일으켜 세워주거나 괜찮냐고 물어봐주기를 바라는 이 이중적인 심장이지요. 저 같아도 그냥 지나갔겠어요.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는 건 언제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지요. 언젠가 트리제님이 넘어지는 걸 본다면 기꺼이 달려가서 부축해 드릴텐데요. 희희.
조경란의 소설집은 제목이 참 좋은걸요.

appletreeje 2013-03-23 08:40   좋아요 0 | URL
ㅎㅎ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부축해 주신다는 말씀에..^^;;;
소이진님! 감사드리며 오늘도 멋진 하루 되세요.*^^*

드림모노로그 2013-03-23 09:5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도 진짜 잘 넘어져요 ㅎㅎㅎ
차가운 심장에 심장이 찌르르 하네요 ㅎㅎ
저도 그런 경험이 많아서 ㅋㅋ
이제는 넘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다니세요 ㅎㅎ 저도 그러려구요 ㅋㅋ
좋은 주말 보내세요 ^^

appletreeje 2013-03-23 16:34   좋아요 0 | URL
히히..조심조심 다닐께요~^^
드림님! 좋은 주말 되시구요.~*^^

보슬비 2013-03-23 12:36   좋아요 0 | URL
정말 나무늘보님 시를 좋아하시는구나 생각했어요.
그와중에 심정을 시인의 시제목이 떠오르시다니..ㅎㅎ
다친곳은 지금은 괜찮으신가요? 멍이 안들면 좋을텐데..

전 작년에 계단에서 미끄러져 앞으로 꼬꾸라져 정강이를 층계에 부딪혀 양쪽으로 큰멍이 들었어요. 곧 없어지겠거니 생각하고 그냥 놔두다가 아직도 그 멍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속상해요. 1년 지나서야 병원가서 물어보니 바로 조치를 하지 않아서 계속 그렇게 자국이 남는대요..ㅠ.ㅠ 그나마 점점 시간이 지나서 흐릿해지긴했는데, 아마 여름엔 비비크림 발라줘야할것 같아요.ㅎㅎ

appletreeje 2013-03-23 16:39   좋아요 0 | URL
하..시 제목이 강렬해서 그 순간, 딱 떠올랐나봐요.^^;;
아유 보슬비님께서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저보다 더 크게 아프셨을 것 같아요. ㅠ.ㅜ
예~다행히 크게 멍은 안 들었어요. 오전까지 손목과 팔이 욱씬거렸지만요.
보슬비님! 고맙습니다. *^^*
즐거운 주말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