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박물관 산책 - 문화인류학자 이희수 교수와 함께하는
이희수 지음 / 푸른숲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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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대중서인 이 책에서 터키를 사랑한다고 당당히 이야기 하는 터키 전문가 이희수 교수의 저력이 느껴진다. 저자의 원숙함 속에 깊은 내용들을 녹여, 재미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쓰여 있다. 책을 들자 어느덧 책 속에 빠져 들게 된다.

   단순한 터키 박물관 해설서인줄 알고 읽기 시작했었는데 터키를 둘러싼 역사와 문화를 무척 쉽게 알려주는 책이었다. 세계사에 거의 문외한이었던 내가 머릿속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단편적 지식들의 줄기를 엮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물론 터키에 박물관(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터키는 땅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임을 알게 되었다.

   역사란 무엇일까? 민족사의 개념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영토사의 개념으로 볼 것인가? 터키는 철저히 민족사의 개념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아나톨리아 반도 즉 터키는 이집트, 트로이, 페니키아, 프리기아, 히타이트 그리고 비잔틴과 오스만제국의 역사까지 모두 품고 있는 곳이다. 이런 터키에서 영토사의 개념으로 역사를 바라본다면 주변의 여러 나라와 갈등과 마찰을 일으키며 끊임없는 분쟁을 일으키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족사의 관점에서 역사를 교육하며 터키 땅을 거쳤던 다양한 문화를 모두 품어 안고 관용과 공존의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한다.

 

   성 소피아 박물관을 보며 가슴 뭉클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그리고 에페소 유적지, 원형극장, 가파도키아, 파묵갈레며,,,,,, 건축물의 규모와 신비로운 자연...... 생각해보니 감동적이었다고 생각했던 터키 여행이 사실은 봐야하고 느껴야 할 것들의 반도 못 보고 반도 못 느끼낀 것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책에는 터키 땅이 살아 있다. 동서양 역사의 교차점이었던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오늘의 터키에 어떻게 녹아들어 갔고 거기서 터키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중고생들이 읽으면 터키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세계사적 지식을 넓히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문명이 터키를 거쳐 갔고, 수많은 민족이 이곳에서 살고, 싸우고, 죽어 갔다. 세계 문명의 총합이자, 역사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터키 박물관을 다니다보면 문화적 소양이 깊어지는 것은 물론 어느새 세상의 질서와 이치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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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없다
U.G. 크리슈나무르티 지음, 홍성규 옮김 / 마당기획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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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글을 사용 하는 데는 저작권이 필요 없다. 하고 싶은 대로 출판하고 유통시키고, 해석하고 오해하고 왜곡해도 좋다. 나의 동의나 누구의 허가도 받을 필요가 없다.”

 

  이 책을 다시 읽은 것은 최준식 교수의 길은 없지만 가야할 길이란 책을 접하고 나서다. 몇 년 전에 읽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유지 크리슈나무르티는 외할아버지가 신지학회의 영향력 있는 분이었고 그의 집에 거의 모든 영적 스승이라 칭해지는 사람이 드나드는 분위기에서 성장했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분위기는 존경받는 영적인 스승들의 인간적 한계와 이중성을 일찍부터 접하며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획득한 것 같다.

 

  수행을 통해서 아무것도 깨달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 유지 크리슈나무르티는 부인과 자식을 버리고 영국에서 부랑자 생활을 자처한다. 또한 세계적 스승인 라마나 마하리쉬와 지두 크리슈나무르티까지 비판하고 부정한다. 그러나 그는 어려운 막바지 상황에 처했을 때는 자신의 과거 스팩인 강연자로서의 경력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그에게는 여러 가지 능력들이 나타나는데 그것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은 평생 수행을 하며 추구하는 것이 그런 능력일 것이다.

 

  그러다 마흔 아홉 번째 생일날 육체가 변화되고 의식이 변화되는 최고의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렀다. 맛보고 듣고 보고 하는 모든 감각은 연결을 잃었고 피부와 모습도 변하였고 생각 사이의 연계가 무너졌으며 질문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러나 유지 크리슈나무르티는 단호하게 말한다. 깨달음은 없다고. 그것뿐이라고. 그것은 자연스러운 상태이며 진화의 마지막 산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언제든 누구에게나 사회적인 가치관과 상관없이 일어난다고 한다. 오히려 답을 찾아다닐수록 답에서 멀어진다고 한다.

 

  자아인식이나 자아발견 모두 무의미한 단어이며 감각을 통제하는 수련 같은 것도 모두 헛소리라고 한다. 사람은 이기적이며 이타주의란 근거가 없으며 진정한 스승만이 명상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일러준다고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벗어버리면 삶의 의미가 깊어질 것이라고 한다.

 

  궁극적인 실체니 진리 혹은 신을 경험하려고 하는 것은 모두 헛수고라고 한다. 어떤 성자의 싸구려 모조품이 되고 싶어 하는 한 사람이 될 수 없다고 한다.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해도 자연스러운 상태를 얻을 수 없다고 한다.

 

   무엇인가를 성취하고 싶어하고 깨달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한, 깨달은 사람이 될 수 없다. 깨달음이란 깨달은 사람이 되려고 벌이는 모든 일을 그만두는 것이다. 그것이  깨달음이다.

 

  책을 덮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자신은 가르칠 것도 없고 할 이야기도 없다고 하며 어떠한 조직도 만들지 않고 한 권의 책도 남기지 않은 유지 크리슈나무르티에게 끊임없이 사람들이 찾아갔던 까닭을 생각해 보았다.

 

  결국 깨달음이란 육체의 변화와 의식의 변화인 것이고 진화의 끝이다. 현실의 어머니는 그렇지 않지만 어머니라는 단어의 원형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눈앞에 그려진다. 여성도 남성도 아닌 중성의 모습으로, 혹독한 현실과 어려움 속에서도 원망이나 욕심을 부리지 않고 묵묵히 나아가며 자식을 키워놓은 모습. 그녀는 이미 신비한 능력의 소유자이며 그것이 깨달음의 경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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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끝을 찾아서
이강환 지음 / 현암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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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이 책을 고등학생 때 읽었다면 천문학과를 진학하겠다는 꿈을 꾸었을 것이고 대학생 때 읽었다면 전과를 했을 것 같다. 요즘 과학책 번역이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저자가 썼기 때문에 우리의 정서와 감각이 그대로 살아있어 더 재밌게 읽히는 것 같다.

 

  과학책이지만 과학지식만을 전달하는 책이 아니다. 그 지식을 발견하기까지의 과학자들의 모습이 살아있고 과정이 들어있다. 그리고 수식이 하나도 없어서 읽는 내내 주눅들 필요가 전혀 없었다.

  이 책의 압권은 초신성을 이용하여 은하까지의 거리 측정을 위한 두 과학 팀의 연구 과정과 선의의 경쟁 그리고 결과 발표와 노벨상 수상까지 한 편의 드라마가 펼쳐져 있다는 점이다. 우주의 가속팽창이론이 나오기까지의 과학적 지식들이 어떤 배경과 과정 속에서 자리 잡아 가게 되었는지 잘 나와 있다.

 

  그러나 옥에도 티가 있다. 요즘 감각적인 세대의 정서를 반영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각 쪽마다 가장자리에 있는 분홍색은 책을 읽는 내내 눈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1. 가속 팽창하는 우주

 

   결론이 바로 1장에 있다. 솔 퍼머터가 이끄는 초신성 우주론 프로젝트팀과 브라이언 슈밋과 애덤 리스가 중심이 된 높은 적색편이 초신성 탐색팀은 우주는 얼마나 감속 팽창 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초신성을 이용하여 은하의 거리 측정을 각각의 방법으로 연구 했다. 그런데 결과는 두 팀 모두 예상과 다르게 우주는 가속 팽창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모두가 당혹스러웠고 이는 교과서의 내용을 바꿀 만한 발견이라고 이야기 되었다.

 

   가속 팽창을 설명하기 위해서 암흑에너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우주의 역사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사이의 세력 싸움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우주탄생부터 70억년 까지는 감속 팽창을 했지만 공간이 점점 넓어진 결과 70억년 이후부터는 가속 팽창을 하기 시작했다.

 

 

2. 우주의 거리는 어떻게 측정할까?

 

   거리 측정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연주시차를 이용하는 것이지만 먼 거리의 별은 측정하기 어렵다. 자료 분석을 위해 단순 작업을 했던 여성 컴퓨터들 중 한 명이었던 헨리에타 레빗에 의해 세페이드 변광성의 주기-광도 관계가 밝혀지고 거리 측정의 표준 광원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허블에 의해 팽창하는 우주의 개념이 도입되고 빅뱅 우주론의 도입까지 이끌었지만 세페이드 변광성의 종류가 두 가지라는 것을 몰랐던 당시의 과학자들은 거리 측정에 오류를 낳았다. 여러 과학자들과 특히 바데 분류 덕분에 은하들까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세페이드 변광성은 1억 광년 이상 측정할 수 없었고 새로운 광원이 바로 초신성이다.

 

  Ⅰa형 초신성은 찬드라세카 한계를 막 넘은 상태에서 폭발하였기 때문에 질량이 거의 일정하여 표준광원이 될 수 있었고 스펙트럼의 모양도 달라 명확하게 구별해낼 수도 있었다.

 

3. 우주 가속 팽창 발견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물리학자 출신의 초신성 우주론 프로젝트팀과 천문학자 출신인 높은 적색편이 초신성 탐색팀의 연구과정과 예측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먼저 연구를 시작했던 초신성 우주론 프로젝트팀은 더 많은 수의 초신성을 발견했다. 그러나 천문학자 출신이 아니다 보니 망원경 이용 시간을 얻는 것이 쉽지 않았고 관측 전문이 아니라 성간 먼지의 문제를 고려하지 못했다.

 

   뒤늦게 출발한 높은 적색편이 초신성 탐색팀은 천문학자들이 그동안 개발해 놓은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관측 자료의 처리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이용하였고 광도곡선다색 광도 곡선등의 방법으로 발견한 초신성 수는 적었지만 가속 팽창의 결론에 먼저 도달할 수 있었다.

 

  드디어 1998암흑 물질 컨퍼런스에서 높은 적색편이 초신성 탐색팀은 우주가 가속 팽창해 왔음을 발표하였다. 연구 초기부터 오차를 해결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었고 그것은 관측 경험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우주는 가속 팽창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4. 우주는 정말 가속 팽창을 하고 있을까?

 

  우주 가속 팽창의 검증을 위해 많은 과학자들은 연구하고 있는데 연구방향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더 멀리 있고 더 많은 수의 초신성을 관측하는 것과 암흑에너지의 증거를 찾는 것이다.

 

  허블 우주 망원경에 설치한 적외선 관측기기인 닉모스로 관측한 초신성 1997ff 분석과 코비 위성의 우주배경 복사 관측을 통해서도 우주 가속 팽창의 증거는 더 확보되었다. 또한 슬론 디지털 스카이 서베이 관측도 우주가 가속 팽창함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암흑에너지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여러 이론들이 나오지만 제대로 설명해주는 이론이 아직 없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 우주를 모른다.

 어쩌면 과거 프톨레마이오스가 행성들의 움직임을 천동설에 끼워 맞추기 위해 주전원을 도입한 것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338)

 

  과학자들이 새로운 이론을 발견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그동안 과학자들의 노력을 딛고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점점 우주의 실체에 다가가기 위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히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학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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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서 밤새읽는 지구과학 이야기 재밌어서 밤새 읽는 시리즈
사마키 다케오 지음, 김정환 옮김, 정성헌 감수 / 더숲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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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학생들은 책을 읽을 시간이 거의 없다. 또 시간이 있더라도 손에 늘 쥐어져 있는 스마트폰 하느라 책과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또한 중학생이 읽을 만한 책 특히 과학관련 책들이 다양하지도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은 세 가지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제목처럼 재밌다. 그렇다고 내용이 허술하지 않고 쉽게 잘 설명되어 있다. 학생들도 흥미를 느끼며 읽을 것 같다.

 

  Part1 ‘역동적인 지구 이야기에서는 판구조론, 대륙이동설, 고지자기, 산의 높이 측정, 화산과 마그마, 화석, 지구 자기장, 대량 멸종, 전지구동결 가설 등 결코 쉽지 않은 주제들이지만 흥미를 유발하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아틀란티스 전설에 대한 언급이나 히말라야 산맥이 지금도 높아지고 있다(현재 네팔에서 지진이 발생하여 많은 사상자를 냈다.)는 등의 피부로 다가오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Part2 ‘알고 있으면 재미있는 기상이야기에서는 코리올리 힘, 태풍, 기압, 대기, 구름 등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높이 올라가면 태양과 가까워지는데 왜 추운걸까와 같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제목은 책을 읽도록 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적도지역에서 현재 관광객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 코리올리 실험 쇼의 허구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과학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비과학도 많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Part3 '자꾸만 들어도 신기한 우주 이야기에서는 지동설이 나오기까지의 과정, 빅뱅이론, 달 탄생과 조석력, 별똥별, 태양의 핵융합 반응과 초신성 폭발 등에 대해 나와 있다. 또 지구에서 살 수 없게 된다면 우리는 어디서 살게 될까라는 소제목 아래 테라포밍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 은 흥미뿐 아니라 과학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결코 만만치 않은 주제들이지만 핵심 개념들이 잘 정리 되어있으면서도 실제의 예와 일화들이 적절히 들어있어 흥미있게 읽을 수 있다. 사비를 털어 화산의 전 과정을 관찰 기록한 우체국장의 이야기,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사용한 풍선 폭탄’, 신칸센이 세키가와라 부근에서 눈 때문에 고생하는 이유는 기술적인 이유와 시간상의 문제로 적절한 경로를 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 등 처음 보는 일본 관련 내용들도 있다. 그리고 노벨상을 받았거나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일본과학자들의 이름과 이론이 인용되어 설명되어 있다는 점에 무척 부러운 눈길로 책을 읽었다. 어쩔 수 없는 내 유전자는 조금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 학생들도 우리나라 저자가 우리나라 상황의 예를 들며 설명하는 재미있는 과학책을 읽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그때까지 이 책은 나름대로 지구과학이란 영역에서 학생들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재미있는 책을 찾는 학생들에게 권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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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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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 브라이슨의 책은 재밌다. 도무지 재미있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재미있는 글을 창조하는 재주는 아무도 따라 가지 못할 것이다.

 

   늘 나는 여행을 꿈꾼다. 또한 여행에 굶주려 있다. 이 책을 읽고 여행을 가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동시에 왜 여행을 꿈꾸는지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동안 여행하면 어디 가서 무엇을 보고 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일정을 짰다. 정말 세세한 것까지 정확하게 짜기 위해 만전을 기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런 것들은 대부분 인터넷을 치면 사진부터 동영상까지 많은 자료들이 나온다. 오히려 잠깐 가서 쓱 보는 것보다 더 자세한 정보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그런 것을 직접 본다는 것에 그토록 큰 의미를 뒀었던 것인지 스스로 의아하다.

   다른 여행기처럼 이 책에서는 얻을 구체적 정보는 별로 없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며 저자를 따라가는 여행은 낯선 문화와 낯선 사람들에 어떻게 젖어드는지 그리고 여행을 왜 하는지 생각하게 해준다. 여행에 대한 미화나 환상도 없지만 그래도 저자를 따라 우여곡절을 겪다보면 결국 여행이란 일상과 우리집으로 돌아오기 위한 길임을 느끼게 된다.

 

   다시 여유로운 여행 꿈을 꾼다. 빡빡하게 세워놓은 계획에 갇혀 그 일정을 소화하느라, 낯선 세상 낯선 사람들과 교감하며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기를 꿈꾼다. 그러나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현실은 만만치 않다. 역시 그래서 이 책은 고맙다. 어쨌든 유럽 각 나라의 정취와 사람들과의 부대낌, 낯선 곳에서의 좌충우돌 저자와 하나 되어 푹 젖어들었었다. 비록 글자를 통해서이지만 그런대로 충분한 힐링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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