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끝을 찾아서
이강환 지음 / 현암사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약 이 책을 고등학생 때 읽었다면 천문학과를 진학하겠다는 꿈을 꾸었을 것이고 대학생 때 읽었다면 전과를 했을 것 같다. 요즘 과학책 번역이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저자가 썼기 때문에 우리의 정서와 감각이 그대로 살아있어 더 재밌게 읽히는 것 같다.

 

  과학책이지만 과학지식만을 전달하는 책이 아니다. 그 지식을 발견하기까지의 과학자들의 모습이 살아있고 과정이 들어있다. 그리고 수식이 하나도 없어서 읽는 내내 주눅들 필요가 전혀 없었다.

  이 책의 압권은 초신성을 이용하여 은하까지의 거리 측정을 위한 두 과학 팀의 연구 과정과 선의의 경쟁 그리고 결과 발표와 노벨상 수상까지 한 편의 드라마가 펼쳐져 있다는 점이다. 우주의 가속팽창이론이 나오기까지의 과학적 지식들이 어떤 배경과 과정 속에서 자리 잡아 가게 되었는지 잘 나와 있다.

 

  그러나 옥에도 티가 있다. 요즘 감각적인 세대의 정서를 반영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각 쪽마다 가장자리에 있는 분홍색은 책을 읽는 내내 눈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1. 가속 팽창하는 우주

 

   결론이 바로 1장에 있다. 솔 퍼머터가 이끄는 초신성 우주론 프로젝트팀과 브라이언 슈밋과 애덤 리스가 중심이 된 높은 적색편이 초신성 탐색팀은 우주는 얼마나 감속 팽창 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초신성을 이용하여 은하의 거리 측정을 각각의 방법으로 연구 했다. 그런데 결과는 두 팀 모두 예상과 다르게 우주는 가속 팽창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모두가 당혹스러웠고 이는 교과서의 내용을 바꿀 만한 발견이라고 이야기 되었다.

 

   가속 팽창을 설명하기 위해서 암흑에너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우주의 역사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사이의 세력 싸움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우주탄생부터 70억년 까지는 감속 팽창을 했지만 공간이 점점 넓어진 결과 70억년 이후부터는 가속 팽창을 하기 시작했다.

 

 

2. 우주의 거리는 어떻게 측정할까?

 

   거리 측정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연주시차를 이용하는 것이지만 먼 거리의 별은 측정하기 어렵다. 자료 분석을 위해 단순 작업을 했던 여성 컴퓨터들 중 한 명이었던 헨리에타 레빗에 의해 세페이드 변광성의 주기-광도 관계가 밝혀지고 거리 측정의 표준 광원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허블에 의해 팽창하는 우주의 개념이 도입되고 빅뱅 우주론의 도입까지 이끌었지만 세페이드 변광성의 종류가 두 가지라는 것을 몰랐던 당시의 과학자들은 거리 측정에 오류를 낳았다. 여러 과학자들과 특히 바데 분류 덕분에 은하들까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세페이드 변광성은 1억 광년 이상 측정할 수 없었고 새로운 광원이 바로 초신성이다.

 

  Ⅰa형 초신성은 찬드라세카 한계를 막 넘은 상태에서 폭발하였기 때문에 질량이 거의 일정하여 표준광원이 될 수 있었고 스펙트럼의 모양도 달라 명확하게 구별해낼 수도 있었다.

 

3. 우주 가속 팽창 발견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물리학자 출신의 초신성 우주론 프로젝트팀과 천문학자 출신인 높은 적색편이 초신성 탐색팀의 연구과정과 예측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먼저 연구를 시작했던 초신성 우주론 프로젝트팀은 더 많은 수의 초신성을 발견했다. 그러나 천문학자 출신이 아니다 보니 망원경 이용 시간을 얻는 것이 쉽지 않았고 관측 전문이 아니라 성간 먼지의 문제를 고려하지 못했다.

 

   뒤늦게 출발한 높은 적색편이 초신성 탐색팀은 천문학자들이 그동안 개발해 놓은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관측 자료의 처리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이용하였고 광도곡선다색 광도 곡선등의 방법으로 발견한 초신성 수는 적었지만 가속 팽창의 결론에 먼저 도달할 수 있었다.

 

  드디어 1998암흑 물질 컨퍼런스에서 높은 적색편이 초신성 탐색팀은 우주가 가속 팽창해 왔음을 발표하였다. 연구 초기부터 오차를 해결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었고 그것은 관측 경험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우주는 가속 팽창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4. 우주는 정말 가속 팽창을 하고 있을까?

 

  우주 가속 팽창의 검증을 위해 많은 과학자들은 연구하고 있는데 연구방향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더 멀리 있고 더 많은 수의 초신성을 관측하는 것과 암흑에너지의 증거를 찾는 것이다.

 

  허블 우주 망원경에 설치한 적외선 관측기기인 닉모스로 관측한 초신성 1997ff 분석과 코비 위성의 우주배경 복사 관측을 통해서도 우주 가속 팽창의 증거는 더 확보되었다. 또한 슬론 디지털 스카이 서베이 관측도 우주가 가속 팽창함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암흑에너지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여러 이론들이 나오지만 제대로 설명해주는 이론이 아직 없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 우주를 모른다.

 어쩌면 과거 프톨레마이오스가 행성들의 움직임을 천동설에 끼워 맞추기 위해 주전원을 도입한 것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338)

 

  과학자들이 새로운 이론을 발견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그동안 과학자들의 노력을 딛고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점점 우주의 실체에 다가가기 위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히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학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