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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삼국지 - 전11권 세트
임동주 지음, 김종선 그림 / 마야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잘 된 대하소설을 읽고 나면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번에도 역시 저자의 노력에 숙연해 지고 이런 작품을 남기는 그의 인생이 부럽다.
최근 몇년간 공중파 채널 어디를 켜도 사극이 없는 곳이 없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각종 캠페인들로 인하여 우리의 고대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것은 바람직 하다. 다양한 서적들도 여러가지 서술 방법을 시도하여 과거에 비해 고대사를 접하기 쉬워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소설은 '재미'라는 그 기본적인 속성상 독자와 가장 친해지기 쉬운 방편일 것이다. 그러자니 사실과 허구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가치를 여하히 담아내는가 하는 문제가 작가의 최대 고민중 하나일 터인데, 이는 독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임꺽정, 장길산, 객주, 여명의 눈동자, 토지 등은 논외로 하더라도 조정래의 빼어난 수작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의 경우를 보면 일반 대중에 대한 역사선생님으로서의 사명을 저작기간 내내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 모습이 넘치는데 바로 이 작품이 고조선 이후의 우리 고대사에 대한 그러한 노력이 역력히 배어있는 작품이하고 본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딱딱하고나 고루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니, 오히려 재미있고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간다. 독자가 읽기 편하게(특히, 대중교통에서 읽기 편하게) 적당한 분량으로 구분이 되어 있거 쉬운 독서를 도와준다. 재미가 어느정도인가를 한마디로 쉽게 표현하자면 나관중의 삼국지 보다 재미있다. 황석영이 편역한 것을 읽었는데 초반부 이후 관계만 복잡했지 수많은 전투와 이합집산에 어느정도 지루함을 느낀 기억이 있다. 물론, 중국사람들이 이 작품을 읽으면 더 지루할 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작품과 '삼한지' 사이에서 상당한 고민을 하고 많은 서평을 읽었는데, 우리나라의 삼국시대를 통사적 관점에서 알고 싶어서 이 작품을 택했는데 역시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국사 공부한지가 근 30년 가까이 되다 보니...)
헌데 이 작품의 제목이 왜 '우리나라 삼국지'인가?
이 작품에서도 계속 등장하듯이 '가야'로 통칭되는 여러 나라들은 상당기간 존속하는데... 그런 면에서 백제와 고구려 멸망 후 발해와 신라가 남북으로 포진하고 있던 약 240년간의 시기를 '남북국시대'라고 하는 것은 대단히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예전에 국사시간에는 우리나라에는 이런 시기는 없었다. 잠시 발해라는 나라가 스쳐 지나갔을 뿐이었다(돌이켜 보면 통탄할 일이요, 선조들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설 일이다. 식민사학자들은 죽어서도 사죄해야 한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얼마전 까지 발해는 우리의 역사가 아니고 단지 수장 한사람만 고구려 유민이고 그 존속기간도 한 30년 남짓으로 생각하고 있었다(TV에서 대조영이라는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었는데도...)
아울러 '김홍신의 대발해'라는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사실 이 작품을 먼저 접해서 역사를 거꾸로 읽은 듯 하지만, 이 작품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작품이기도 하고 재미 또한 결코 만만치 않아 감히 추천하는바, 특히 청소년 제위께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 이다. 나는 이 작품을 읽고 김홍신이라는 작가를 다시보게 되었고 '여명의 눈동자'를 읽고 김성종이라는 작가를 다시보게 되었다. 한가지, '김홍신의 대발해'에서는 걸사비우가 대조영의 의제로 나오는데, '우리나라 삼국지'에서는 대중상의 의제로 나와서 어느게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이야기가 이리 왔다가 저리 가게 되었는데, 한마디로 요약하면,
빨리 이 작품 '우리나라 삼국지'를 읽고 그 다음에 '김홍신의 대발해'를 읽기 바란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