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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 제1,2,3부 - 전32권 세트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후련하지만 떨떠름하다는 기분이 이런 걸까? 한 달 조금 못되는 시간에 너무 방대한 분량을 읽어서 소화불량에 걸린 것은 아닐까? 아직은 모르겠다.
작가는 그토록 평화를 추구했다는데 왜 일본인들은 이 책을 경영의 지침서니 처세의 지침서니 했을까?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일본에 대한 3가지 오해 중 하나가 무슨 일이 있을 때 일본인들은 책임을 진다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난다(일본 여행 중 한국인 가이드가 한 얘기이긴 하지만...) 아마도 할복이라는 극단적이지만 비겁한 장면이 이러한 오해를 갖게 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 같다. 지겹게도 계속되는 배신과 음모, 전투와 모략, 이런 것인 경영이나 처세를 위한 지침이라면 그것은 너무 슬프다.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이다'라는 찰스 다윈의 말이 생각난다. 결국 결과론이요,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못내 아쉽다.
이 작품의 작가가 지은 '오다 노부나가'로 부터 이 작품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읽는 내내 조정래 선생의 '아리랑'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한 쪽은 일본의 전국시대를 평정한 주역 3인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 하면서 제 3 주자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통해 '평화'를 화두로 던진다. 반면 한쪽은 그 일본에 의해 수탈 당하는 식민지의 이름없는 민초들을 주인공으로 우리의 아픈역사를 그리고 있다. 나는 '아리랑'을 읽으면서 여러번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으면서 아무리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평화를 위한 노력에도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주인공이 내전의 종식을 위해 처자식을 죽게 하는 장면에서도 눈물이 나오기 보다는 그러한 주인공의 못남에 화가 치미는 것은 왜일까? 내가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기 때문일까? 아무튼 일본인들이 신겨화 하는 주인공이 내게는 정말 못난 사람 정도 밖에는 안되는 인물로 보인다.
이 책, 정말로 읽기 힘들다. 우선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너무 어렵고 자주 바뀐다. 지명도 익숙하지 않다. 물론 이건 작가의 책임은 아닐것이다. 내가 일본사람이 아닌것이 죄라면 죄겠지...
이런 류의 대하소설은 다 읽고 나면 가슴이 뻐근한 감상이 최소한 하루는 지속된다. 허나 이 작품은 그런게 없다. 정말 긴 소설을 포기하지 않고 읽어냈다는 자기만족 정도.... 어디가서 읽은 책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을 때 이 책도 읽었다는 정도... 이 책을 여러번 읽었다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그 분들은 과연 무엇때문에 반복해서 읽을까 정말로 궁금하다. 내 생각에는 이 책은 두번읽을 책은 아닌것 같다. 오히려 이 책은 내게 '아리랑'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이제 새로 손에 잡은 '료마가 간다'를 읽는 것으로 일본쪽 작품을 손을 놓을 생각이다. 그리고 나서 중국쪽 작품을 보고 나서 우리의 보물 '아리랑'을 다시 볼 생각이다.
영화 등 영상물은 나이에 따라 시청 가능여부를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책에는 그런 것이 없다. 이 책과 관련된 리뷰중에는 청소년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것도 있고, 지금은 성인이지만 청소년기에 이 책(대개는 '대망'이지만)을 처음 접했던 분들이 작성한 것도 보인다. 하지만 완전한 내 주관적인 생각은 이거다.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는 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이유는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인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지나치게 승리만을 생각하게 할 우려가 있다. 또한 바람직한 결과를 목적으로 한다면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용납될 수 있다는 가치관을 형성하게 할 우려도 다분히 있다.
과연 이 책이 주말과 심야에 가족들의 핀잔을 들어가며 읽을 만큼의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던가?
책을 놓은 직후인 지금의 대답은 이렇다. "아니다"
'료마가 간다'는 작가가 다른 사람이니 다시 조금 기대를 해 볼까나? 그런데 번역자가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