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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 - 전6권 세트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최인호, 70년대 최고의 인기작가를 꼽으라면 그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었다. 한수산과 더불어 로맨스 소설의 대표주자였다고 볼 수 있으리라. 그런데도 이상하리 만치 나의 독서는 그의 작품들을 비껴갔다.
수년 전 그가 장년을 넘기면서 불교, 유교, 그리스도교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이들을 주제로 한 소설을 엮어내겠다고 공표했었고, 그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불교소설 '길 없는 길'을 내 놓아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근년에 종교관련 서적들을 보다가 유교에 대해 궁금해 져서 이 작품을 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공자왈 맹자왈 하는 류의 책보다는 쉽고 재미가 있을것 같아서 였다.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재미가 없다. 최인호의 작품임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재미가 없다. 사실 소설적 구성이나 플롯의 기승전결, 복선구도 같은 것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 소설은 최인호가 인생의 황혼기를 맞으면서 자신의 작품중에 이런것도 있었다는 자위를 삼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독자들의 책 읽는 재미는 전혀 감안하지 않고 쓴 것 같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쉰들러 리스트 라는 예술성 짙은 작품을 하나 건졌지만 최인호는 글쎄... 그가 유교에 대해 많이 공부를 한 것은 인정하겠지만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어 자신이 하고싶은 얘기를 풀어나간 과정은 그의 이름에 걸맞지 않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 오히려 괜찮았던 것은 묵가, 농가 등 백가쟁명의 전국시대를 풍미한 다른 사상들에 대한 얘기였으니 그가 의도와는 다른 감흥을 좀 느꼈다고나 할까
원래는 이 작품을 보고나서 불교소설인 '길 없는 길'을 보려 했었는데 계획을 바꾸어야 할 것 같다. 최근에 그의 병세가 악화되어 20년 이상 연재하던 소설도 중도에 중단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결국 그의 그리도도교 소설은 볼 수 가 없을 것 같으니까. 비록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한국문학의 한 시대를 풍미한 작가가 건강을 이유로 붓을 놓아야 한다니 안타깝다. 박경리, 김주영, 황석영, 조정래 등 좀 무거운 주제로 긴 글을 쓰는 작가들이 다시금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은 최인호의 와병 소식을 접하는 나의 감상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소설적 재미를 추구하는 분들에게는 비추. 다만 유교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