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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위대하지 않다 (양장)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독서의 즐거움에도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 오해했던 것을 바로잡을 수 있을 때의 기쁨, 이런것도 있구나 하는 감탄 등 소소한 것에서 부터 인생관을 바꿀만큼의 충격 까지...
이 책을 읽는 내내 통쾌함을 감출 수 없었다. 무신론자인 내 입장에서 종교, 신학, 철학 등 나름대로 여러권의 책을 읽은 중에 이 책 만큼 내 생각을 대변한 책은 없었다. 내가 직설적이고 좀 감정적인 것은 인정하지만, 저자는 어쩌면 이리도 나와 생각이 같으면서도 깊이가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그가 나보다 아는 것이 많고 깊은 고민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왜 무신론자들은 자신이 무신론자임을 당당히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가? 유신론자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고 무신론자의 생각이 올바른 것임을 증명하는 수많은 사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신론자인 것이 무슨 죄인인양, 비도덕적인양, 겸허하지 못한사람인양 취급되는 것에 분노할 때가 많았다. 현재의 미국사회에서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가 자신이 철저한 무신론자임을 천명한다면 상황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 거의 확실하다. 당연히 낙선할 것이고. 이것이 문제의 실태를 적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사회는 어떠한가? 왜 우리나라의 대통령 후보자들(심지어 이미 당선되어 취임한 현직 대통령들)은 자신이 믿지도 않는 종교단체의 수장들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가? 한마디로 웃기는 짓이다.
마이클 셔머, 리처드 도킨스 이 사람들은 무신론자 진영의 대표선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꽤나 영향력이 있는 학자들이기도 하다. 무신론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훌륭한 저작들을 남기기도 했고 아직도 현역 선수이기도 하다. 나는 그들의 대표저작들을 읽어보았다. 한국어 번역판이라서 그들의 생각을 100% 이해 했다고 할 수는 없으나 그 책들을 보면서 아! 우리편에도 훌륭한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특히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읽는 동안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그는 무신론자들의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주장들을 반박하거나 또는 예상되는 그 말도 안되는 비판에 대비해서 장황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실 내가 보기에 '그건 말도 안돼' 또는 '웃기도 있네' 라고 한마디만 하면 될 것 같은 그들의 주장에 대하여 정말로 친절하게도 세세한 설명을 학 있다. 이런 대목을 읽을 때 도킨스가 불쌍하고 유신론자들에 대하여 화가 치밀어 오르기 까지 한다.
하지만, 이 책 '신은 위대하지 않다'의 저자는 그러지 않는다. 말 같지도 않은 주장들은 한마디로 무질러 버린다. 그러니 어찌 통쾌하지 않을 수 있는가! 이래서 이 책이 좋다. 그렇다고 이책의 깊이가 없다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또한 저자는 종교의 병폐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고수한다. 이점 또한 내맘에 꼭 든다.
이 책의 본문중에 인상적인 구절이 있어서 조금 옮겨본다.
"종교가 유용했던건 과거지사이며 종교의 근간이 된 책들이 사실은 속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로 가득하고, 종교는 인간이 꾸며낸 사기극이며, 과학과 탐구의 적이고, 주로 거짓말과 공포에 의존해 목숨을 부지해 왔고, 노예제도 인종학살, 인종차별, 폭정은 물론 무지와 죄책감의 공범이었다는 사실을 내가 결정적으로 증명하지는 못한다 해도, 종교가 이런 비판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고는 분명히 주장할 수 있다"
정말 통쾌한 구절이기는 한데... 두가지 지적하고 싶다. 첫째, 저자는 이 책에서 이미 증명하고 있다. 둘째, 종교가 이런 비판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고 했지만 대한민국의 종교계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한민국의 종교계가 확실히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이모양 이꼴이라면, 정말이지 대한민국의 어찌할 수 없는 나라일지도 모른다. 이민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무튼 이 책 이거 물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