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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메르, 혹은 신들의 고향 ㅣ 시친의 지구연대기 1
제카리아 시친 지음, 이근영 옮김 / AK(이른아침) / 2009년 11월
평점 :
자신의 근원에 대한 궁금증은 인간에게 원초적인 궁금증일까? 과거에도 수없이 많았고 지금도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있는 많은 책들과 주장들을 보면 이 문제가 중요하긴 중요한가 보다. 저자는 한마디로 우리 지구인(현생 인류)은 지구 밖에서 온 신(네필림)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주장한다. 그 방법은 현대 과학이 시도하고 있는 유전공학적 기법을 사용했다는 것으로 유전자 조작과 대리모가 등장하고, 그 이전에 우리태양계의 형성과정이 신화의 형식을 빌어 소개되기도 하며 우주선과 태양계의 12번째 행성(마르둑) 이야기도 나온다.
이 책의 특징중 하나는 고고학적 발굴과 해석이 끊임없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설명을 뒷바침하는 수많은 수메르, 바빌로니아, 아카드, 앗시리아, 히타이트 등지의 유물들이 요소요소에 등장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로켓모양의 형상들은 정말로 현대의 로켓과 유사하게 생기기도 했다.
또하나의 특징는 저자가 현대과학이 밝혀내고 주장하는 바와 역사의 기록(수메르의 기록, 히브리성경-구약-의 기록, 유물들)이 일치함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러자니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엄청난 공부를 해야 했을 것 같고, 실제로 저자의 다방면에 걸친 지식에 찬사를 보낸다.
다만,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저자는 우리의 근원에 대하여 고민하다가 몇몇 기록과 유물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하게 되었고 '외계인이 또는 신이 인간을 창조하고 지금 설명하지 못하는 위대한 유물들은 그들이 만든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후 이러한 생각이 하나의 신념화 되면서 그것을 정당화 하기 위해 이러저러한 것들을 찾아 꿰어맞춘 것은 아닐까? 내 생각에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사실 저자가 제시하는 수많은 그림들을 보면 반드시 저자가 주장하는 바 대로 해석될 수 밖에 없지는 않다. 달리 보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한가지, 이 책이 좀 두꺼워서 놓치기 쉬운 부분인데, 읽어 나가다 보면 이런게 있다. 앞에서는 '이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했던 내용이 조금 지나면 당연한 것이 되고 심지어 또다른 주장의 근거로 거침없이 사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이러한 기술은 일관성은 유지할 수 있으나 쉽게 예상되는 반론 조차도 무시하는 기술이 될 수 밖에 없다. 쉬운 말로 자신의 주장에 모든 것을 꿰어 맞추고 다른 주장은 무시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책은 과학서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갖는 미덕이 있다. 우선 재미가 있다. 주제 자체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흥미를 갖는 것인데다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유물들의 그림과 사진들이 풍부하다 보니 신비로운 느낌도 든다.
아쉬운점은, 4대문명중 하나라는 황하문명에 대한 언급은 한글자도 나오지 않는 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이 부분이 저자의 한계가 아닌가 한다. 저자의 이력을 보더라도 그는 동아시아의 역사에 별 관심이나 지식이 부족한게 그 원인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 책은 위험하기도 하다. 아무래도 이 책은 지구과학, 진화론, 역사, 생명과학 등 다방면의 책들을 섭렵한 후에 읽어야 할 책인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저자의 주장에 그대로 빨려들 위험이 크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것은, 이 책의 저자 제카리아 시친 이라는 사람 혹시 '라헤리안'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