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맞추자 인생이 달라졌다 - 일, 관계, 삶을 바꾸는 간단하지만 놀라운 소통의 기술
브라이언 그레이저 지음, 박선령 옮김 / 토네이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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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맞추자 인생이 달라졌다>(브라이언 그레이저 지음, 박선령 옮김 / 토네이도 / 2020).

 

제목을 보고 '아이컨택트'를 말하는 것인가 생각했다. 물론, 제목에서 연상하는 것처럼 '눈을 바라보고 말하는 것'을 의미하는 게 맞긴 하다. 하지만, 마지막장을 덮었을 때 내 마음에 새겨진 키워드는 '경청', '집중'이다.

 

저자인 브라이언 그레이저는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제작자로 <뷰티풀 마인드>, <아폴로 13>, <8마일>, <다빈치 코드>, <아메리칸 갱스터>, <신데렐라 맨>, <스플래쉬> 등 다수의 영화를 만들었다. 이렇게 유명하고 대단한 영화의 제작자라니, 게다가 이 영화 중 한 두 편을 제외하고는 내가 다 본 영화의 제작자라니 놀라웠다. 자막 읽는 번거로움 때문에 갈수록 한국영화만 찾아보는 내가 본, 상대적으로 관람의 비중이 적은 외화의 제작자라니 마치 유명한 연예인의 책을 읽는 느낌이었다.

 

 

진심을 담은 눈빛은 집중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는 내가 상대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눈 맞춤은 호기심, 신뢰, 친밀감, 공감, 취약성 등 의미 있는 관계에 꼭 필요한 모든 요소를 손에 넣기 위한 시발점이다. 누군가의 눈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것은 곧 내가 그를 보고 있고 그의 인간적인 부분을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눈 맞춤은 상대방도 우리를 알아가고 싶게 만들어준다.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게 이 단락이 다 담겨 있다. 진심을 담은 눈빛은 집중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것. 이 말에 상당히 공감이 된다. 나이가 들수록 눈빛을 보면서 상대방의 관심 정도를 판단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슬슬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상대방이 나에게 집중하는지, 집중하는 척을 하는지.

 

 

 

이렇게 대단한 영화 제작자인 브라이언 그레이저가 처음부터 잘 나가는 사람은 아니었다. 어렸을 적엔 난독증이 있어서 일상적인 삶을 지탱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20대 초반에는 워너 브라더스의 하급 법률사무원으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던 그가 몇 십년 후, 헐리우드를 쥐락펴락하는 대표 제작자가 되기까지 얼마나 노력을 해왔을까, 감히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이지 않을까.

 

영화제작자로 일하면서 유명 배우와 영화감독, 연예인은 물론, 빌 게이츠, 심지어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과의 만남까지 이루었던 사람이었다. 자신의 난독증을 탓하면서 하급 사무원으로서의 역할만 해냈다면 과연 오늘날 브라이언 그레이저란 위대한 영화제작자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누구라도 명확하게 답을 내릴 수 있는 질문이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호기심 대화'라는 부분이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낯선 이들과 나누는 대화를 저자는 이렇게 명명하였다. 호기심 대화는 상대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야 상대방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나는 상대방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질문을 던지려고 노력한다'고 말한 저자의 글을 보면서, 노력 이상의 집념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저자가 만든 영화 제작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자주 나온다. 내가 봤던 영화, 내가 아는 배우의 이름이 나오니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타고난 성공가일 줄 알았는데, 그러한 성공을 위해 그가 했던 숱한 노력과 도전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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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과의 대화
이시형.박상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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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 박사의 책은 이전에도 여러 권 읽으며 깊은 인상이 남았기에, 이번에 새로 나온 책도 기대감을 안고 읽었다. 특히 박상미 심리상담사와 함께 쓴 책이라 더 많은 힐링을 기대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고도 남았다.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이시형, 박상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는 <죽음의 수용소에서>로 유명한 빅터 프랭클의 '의미치료'를 정신과 의사와 심리상담사의 입장에서 설명하고 재해석한 심리학 책이다.

 

의미치료. 영어로는 '로고테라피(Logotherapy). 낯선 용어이다. 하지만 이게 무슨 뜻인지 짧은 설명을 듣고나면 "아~" 하면서 눈이 번쩍 떠질 것이다. 말 그대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 이 세상에 의미가 없는 게 하나도 없고, 의미가 없다면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특별하게 만드는 치료 효과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이시형 박사에게 큰 영향을 미친 빅터 프랭클의 긍정 마인드를 보면 의미치료에 더 가까워진다.

 

 

어느 때건 인생엔 의미가 있다.

어떤 사람, 어떤 인생에도

이 세상에 생명이 있는 한 충족시켜야 할 의미,

실현해야 할 사명이 반드시 주어져 있다.

네가 모르고 있을 뿐,

네 발밑에 이미 있다.

 

 

 

이 세상에 의미가 없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우리의 궁극적 본질은 로고스였다'고 밝히는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인생을 두 번째로 살고 있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지금 당신이 막 하려고 하는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이미 그릇되게 했던 바로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라.

박상미 상담사가 빅터 프랭클의 말 중 인상 깊게 들은 글이다. 정말 멋진 말이다. 인생을 두 번째로 살고 있는 것처럼 살라니. 그만큼 더 신중하고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라는 뜻이겠지. 그리고 내가 막 하려는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이미 그릇되게 했던 바로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면 한 번 더 생각하겠지. 함부로 행동하지 않겠지.

 

어렵지 않은 말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빅터 프랭클의 위대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아우슈비츠에서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열심히 살았던 빅터 프랭클. 이미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통해 그의 삶이 얼마나 고되고 믿을 수 없는 시간이었는지 보아왔다. 그럼에도 이렇게 긍정적이고 놀라운 의지를 보여준 건 '로고테라피'가 아니라면 가능한 일이었을까, 싶다.

 

 

 

이 책에는 자살을 생각했거나 시도했던 사람들, 수감자와의 상담, 우울증과 왕따에 시달렸던 사람들과의 상담이 나온다. 그리고 어떻게 그 위기를 극복했는지, 대화의 스킬이 나온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상담사가 내담자에게 해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해결되는 일이 많았다.

 

요즘 슬럼프였다. 풀리는 일이 없고,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들게 사는 것처럼 느껴졌다. 산다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의미치료'의 관점으로 내 상황을 다시 들여다보자, 돌파구가 생겼다. 내가 힘든 이유. 거기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조용히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써보았다. 그랬더니 답이 나왔다. 내가 그 답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깨닫지 못했을 뿐.

 

극단적인 생각으로 치닫는 사람이라면, 마음이 너무 힘들어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사람이라면, 조용히 이 책을 펼쳐보면 좋겠다. 시끄럽게 떠들지 않고도 마음을 읽어주는 책이 바로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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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아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북로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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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요코'란 작가의 이름을 처음 들었던 건 몇 년 전, 그림책 수업을 들었을 때였다. 그때 강사님이 극찬을 하시며 수업 시간에 읽어주셨던 <100만 번 산 고양이>를 보면서, 어쩜 저렇게 재미있고 감동적일까 인상깊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 이후 <사는 게 뭐라고>라는 사노 요코의 에세이집이 나왔다길래 직접 사서 읽어보고 편안하게 읽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새로 나온 <그래도 괜찮아>(사노 요코 글, 이지수 옮김 / 북로드 / 2020) 역시 보기 전부터 마음이 편안해지는 효과를 누렸다. 핸드백에 들어가는 아담한 사이즈,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 나는 이 책을, 하루를 마감하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자주 읽었다.

역시 사노 요코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단어나 문장이 유려하거나 힘을 팍 준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도 편안하게 술술 잘 읽히는 걸 보면 그녀는 천상 작가이구나 싶다. 사노 요코 할머니라고 부르고 싶은 친근함과 괴짜같은 매력이 이 책에도 곳곳에 숨어 있었다.

제목을 보면 아래와 같다. 자세히 보면, 제목이 아무리 길어도 열 글자 내외이다. 얼마나 쉬운 표현인가. 그리고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궁금하게 만드는 제목이다. 이런 분이 카피라이터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세상에 안 계시니 안타까울 뿐.

 

 

<사는 게 뭐라고>가 나이가 좀 지긋한 사노 요코의 이야기라면, 이 책은 (역자의 말처럼) 좀 더 젊은 사노 요코의 이야기이다. 어렸을 적 추억과 젊은 시절의 기억을 찬찬히, 그리고 서정적으로 그려냈다. 물론, 거친(?) 스토리도 있다. 야쿠자와의 거침 없는 대화가 바로 그것인데, 무서워서 벌벌 떨 것만 같았던 야쿠자 앞에서도 서스럼 없이 질문을 쏟아내는 걸 보며 '괴짜'라는 단어가 절로 떠올랐다.

중간중간 사노 요코의 어릴 적 꿈과 바라는 점이 드러났다. 선생님이 좋아서 선생님처럼 지시고가 교양을 익히는 직업을 갖고 싶어했던 어린 날의 사노 요코. 그 꿈은 열매를 맺어서 그녀를 유명한 그림책 작가이자 에세이스트로 만들어 주었다.

 

 

이 책을 보면서 느낀 건 남들에겐 별 것 아닌 이야기도, 이야기 마술사가 표현하면 또 하나의 스토리가 된다는 것이다. 자칫 묻힐 수 있는 이야기를 특별하게 말해주는 재주꾼. 슬프고 힘든 상황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노 요코 할머니의 무한긍정 에너지에 나 역시 힘을 얻게 되었다.

 

세상을 떠났지만 글은 영원하기에, 앞으로도 사노 요코 할머니의 책이 기다려진다. 마치 돌아가신 할머니가 옛날 이야기를 녹음해두고 하나씩 하나씩 이야기 주머니를 풀어주는 것처럼, 또 많이 기다리고 기대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래도 괜찮아>는 거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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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 서양철학사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부터 니체와 러셀까지
프랭크 틸리 지음, 김기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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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자가 아닌 이상, 나와 같은 범인(?)이 철학을 가까이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경우의 수가 가 될 것이다. 당장 실행 가능한 실용서나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자기계발서와는 달리, 지금 당장 내 삶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학문이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은 나의 편견이었다.

800페이지가 넘는 두께의 압박(!)으로 쉬이 표지를 넘기지 못했던 <틸리 서양철학사>(프랭크 틸리 지음, 김기찬 옮김 / 현대지성 / 2020). 마치 대학 시절 교양수업의 교과서를 보는 느낌이었다. 최근, 철학에 대한 책을 몇 권 집중해서 읽으면서, 한번쯤 제대로 철학사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펼쳐본 책이 바로 <틸리 서양철학사>였다.

이 책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 플라톤에서 니체, 러셀에 이르기까지 고대 철학부터 근현대 철학까지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철학 역사책이다. 단순히 연대기순 철학자의 나열이 아닌, 철학자의 사상과 말, 시대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철학 이야기책이다. 말 그대로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논리를 펼친 많은 철학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로만 기억했지, 그가 했던 말이 자세히 무엇인지, 어떤 생각을 가진 철학자인지지 접해볼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흥미로운 그의 멘트가 나온다. 소크라테스가 재판에서 했던 최후의 말.

 

 

 

그래도 나는 그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나의 아들들이 자랄 때, 오 나의 친구들이여, 여러분이 그들을 벌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그들이 덕보다 재산이나 다른 어떤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처럼 보일 때, 내가 여러분을 괴롭게 만들었듯이 여러분이 그들을 괴롭게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혹은 그들이 사실상 아무것도 아니면서 대단한 사람이 된 것처럼 행세하면, 그들이 마땅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며 자신이 사실상 아무것도 아닌데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므로 내가 여러분을 질책했듯이 그들을 질책하십시오.

 

 

시대는 다르지만, 대부분 철학자는 삶과 죽음에 대한 끊임없는 사유와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거기에서 파생되는 생각들을 종합해 자신만의 철학을 완성하였다. 그러므로 철학과 종교는 뗄래야 뗼 수 없는 관계로 보였다. 죽고나서 어떤 세상이 오는지, 이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사상을 중심으로 살아야 하는지 대한 고민이 필요함을 알려 주고 있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유용했던 점은 니체, 흄, 러셀 등 근대 철학자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고대와 중세 철학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할 기회가 적었던 이들의 철학사상을 한번에 읽어내려가면서, 머리속에서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모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누가 누구와 생각의 궤를 같이 하는지에 대해서도 간략하게나마 알 수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을 한번에 모두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8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대한 압박도 여전하다. 하지만 살면서 이렇게 철학사를 한번에 훑어내리기란 쉽지 않기에, 이 책을 용기내어 열어보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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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세계사 1 - 고대편
이세환 지음, 정기문 감수 / 일라시온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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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역사에 부쩍 관심이 높아졌다. 연대기순으로만 나열되어 배워온 역사 이야기 말고, 마치 옛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그 속에 감춰진 역사적 사실을 함께 듣는 걸 좋아한다. 역사를 '전쟁'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또한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밀리터리 세계사>(이세환 지음 / 일라시온 / 2020)는 인기 유튜브 채널인 <토크멘터리 전쟁사> 이세환 기자가 쓴 '전쟁으로 본 역사 이야기'책이다. 군대와는 거리가 멀고, 특히 전쟁은 영화에서만 보는 장황한 대서사시로만 기억하고 있는 내게, 이 책은 현실적이고 생생한 전쟁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런데, 이 전쟁 이야기가 무섭거나 끔찍한 것이 아니라 흥미롭고 친근한 것이었다. 특히 재미적인 요소를 가미한 저자의 상상력이 중간중간 도드라졌다.

이번에 읽은 '1. 고대편'은 고대사를 뒤흔든 열한 가지 거대한 전쟁에 대해 다루고 있다. 서로 싸우고 통합하고 또 영역을 넓혀가는 전쟁의 역사. 그 안에 '무기'가 있었다. 시대에 따라 어떤 무기를 쓰는지 세세하고 정밀하게 묘사가 되어 있는 게 이 책의 특징이다. 저자의 디테일하면서도 방대한 학식에 입이 딱 벌어졌다.

그리스-페르시아 전쟁, 살라미스 해전, 펠로폰네소스 전쟁,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정복전쟁, 진시황의 통일전쟁, 한무제의 흉노 정벌, 포에니 전쟁, 로마 전쟁과 팍스 로마나, 위촉오 삼국전쟁, 고구려-수나라 전쟁, 고구려-당나라 전쟁...

11개의 챕터 제목에서 보듯, 이 책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 시대의 전쟁에 대해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교과서처럼 따분하거나 장황하지 않고, 마치 옆에서 보듯 세밀한 묘사가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만들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전쟁은, 우리가 흔히 '마라톤'의 기원으로 알고 있는 '마라톤 전투'이다. 아테네군의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42.195킬로미터를 뛰어가서 극적인 소식을 전하고 사망했다고 알려진 이야기. 주인공인 페이디피데스는 실제로 240킬로미터를 달렸다고 한다. 그것도 단 2주 만에. 가능한 이야기인가. 게다가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처럼 '죽음'을 맞이한 것이 아니라, 멀쩡하게 살아서 돌아왔다고 한다. 왜 이렇게 다르게 알려졌을까.

저자에 따르면, 근대올림픽 창시자인 쿠베르탱 남작이 올림픽 개최를 위한 극적인 이야깃거리가 필요했기에, 이 페이디피데스에 관한 이야기를 픽션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오~ 놀라운 이야기다. 그 옛날에 어떻게 42.195킬로미터를 뛰었을까, 누구라도 뛰었으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론 6배의 거리를 더 뛰고 멀쩡하게 살아서 돌아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 책은 '밀리터리 세계사'답게 전쟁과 전쟁에 쓰인 무기에 관한 이야기가 자세히 나온다. 무기의 변천사를 통해 전쟁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눈에 띄는 것이 페이지마다 들어 있는 삽화와 이미지이다. 아무리 자세하고 긴 설명이 있어도, 실제로 어떤 모양인지 보지 못한다면 잘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무기라는 분야가 나와 같은 일반인에게는 친숙한 분야가 아니니까. 그래서 이 책을 가득 채운 삽화가 더 반가웠다.

 

 

 

 

"어마나, 폐하! 스윗가이."

이게 고대 중국에서 한무제의 후궁이 한무제에게 한 말이라니. 물론 작가의 상상이지만, 무척 재미있었다. 이렇듯 과거 정사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곁들인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내가 영화 시사회로 접했던 '안시성'에 대한 역사적 사실까지. 어쩜 이렇게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막힘 없이 술술 풀어냈을까.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놀랍고 놀라웠다.

사실 나는 <토크멘터리 전쟁사>란 영상을, 이 책을 보고 알게 되어 실제로 찾아서 보았다. 영상과 재미있는 설명이 곁들어지니 머리속에 쏙쏙 들어왔다. 책을 보면서, 영상을 보면서 저자인 이세환 기자가 전쟁과 무기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마음이 느껴졌다. 좋아하지 않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연구들. 대단하다.

역사를 알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모르는 사람, 늘 똑같은 역사책이 지겨웠던 사람,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는 무기 이야기를 배워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밀리터리 세계사>가 좋은 길을 열어줄 것이다. 이제부터 <토크멘터리 전쟁사> 정주행을 시작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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