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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과의 대화
이시형.박상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5월
평점 :

이시형 박사의 책은 이전에도 여러 권 읽으며 깊은 인상이 남았기에, 이번에 새로 나온 책도 기대감을 안고 읽었다. 특히 박상미 심리상담사와 함께 쓴 책이라 더 많은 힐링을 기대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고도 남았다.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이시형, 박상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는 <죽음의 수용소에서>로 유명한 빅터 프랭클의 '의미치료'를 정신과 의사와 심리상담사의 입장에서 설명하고 재해석한 심리학 책이다.
의미치료. 영어로는 '로고테라피(Logotherapy). 낯선 용어이다. 하지만 이게 무슨 뜻인지 짧은 설명을 듣고나면 "아~" 하면서 눈이 번쩍 떠질 것이다. 말 그대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 이 세상에 의미가 없는 게 하나도 없고, 의미가 없다면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특별하게 만드는 치료 효과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이시형 박사에게 큰 영향을 미친 빅터 프랭클의 긍정 마인드를 보면 의미치료에 더 가까워진다.

어느 때건 인생엔 의미가 있다.
어떤 사람, 어떤 인생에도
이 세상에 생명이 있는 한 충족시켜야 할 의미,
실현해야 할 사명이 반드시 주어져 있다.
네가 모르고 있을 뿐,
네 발밑에 이미 있다.

이 세상에 의미가 없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우리의 궁극적 본질은 로고스였다'고 밝히는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인생을 두 번째로 살고 있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지금 당신이 막 하려고 하는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이미 그릇되게 했던 바로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라.
박상미 상담사가 빅터 프랭클의 말 중 인상 깊게 들은 글이다. 정말 멋진 말이다. 인생을 두 번째로 살고 있는 것처럼 살라니. 그만큼 더 신중하고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라는 뜻이겠지. 그리고 내가 막 하려는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이미 그릇되게 했던 바로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면 한 번 더 생각하겠지. 함부로 행동하지 않겠지.
어렵지 않은 말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빅터 프랭클의 위대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아우슈비츠에서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열심히 살았던 빅터 프랭클. 이미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통해 그의 삶이 얼마나 고되고 믿을 수 없는 시간이었는지 보아왔다. 그럼에도 이렇게 긍정적이고 놀라운 의지를 보여준 건 '로고테라피'가 아니라면 가능한 일이었을까, 싶다.

이 책에는 자살을 생각했거나 시도했던 사람들, 수감자와의 상담, 우울증과 왕따에 시달렸던 사람들과의 상담이 나온다. 그리고 어떻게 그 위기를 극복했는지, 대화의 스킬이 나온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상담사가 내담자에게 해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해결되는 일이 많았다.
요즘 슬럼프였다. 풀리는 일이 없고,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들게 사는 것처럼 느껴졌다. 산다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의미치료'의 관점으로 내 상황을 다시 들여다보자, 돌파구가 생겼다. 내가 힘든 이유. 거기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조용히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써보았다. 그랬더니 답이 나왔다. 내가 그 답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깨닫지 못했을 뿐.
극단적인 생각으로 치닫는 사람이라면, 마음이 너무 힘들어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사람이라면, 조용히 이 책을 펼쳐보면 좋겠다. 시끄럽게 떠들지 않고도 마음을 읽어주는 책이 바로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