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세계사 1 - 고대편
이세환 지음, 정기문 감수 / 일라시온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요즘 들어 역사에 부쩍 관심이 높아졌다. 연대기순으로만 나열되어 배워온 역사 이야기 말고, 마치 옛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그 속에 감춰진 역사적 사실을 함께 듣는 걸 좋아한다. 역사를 '전쟁'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또한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밀리터리 세계사>(이세환 지음 / 일라시온 / 2020)는 인기 유튜브 채널인 <토크멘터리 전쟁사> 이세환 기자가 쓴 '전쟁으로 본 역사 이야기'책이다. 군대와는 거리가 멀고, 특히 전쟁은 영화에서만 보는 장황한 대서사시로만 기억하고 있는 내게, 이 책은 현실적이고 생생한 전쟁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런데, 이 전쟁 이야기가 무섭거나 끔찍한 것이 아니라 흥미롭고 친근한 것이었다. 특히 재미적인 요소를 가미한 저자의 상상력이 중간중간 도드라졌다.

이번에 읽은 '1. 고대편'은 고대사를 뒤흔든 열한 가지 거대한 전쟁에 대해 다루고 있다. 서로 싸우고 통합하고 또 영역을 넓혀가는 전쟁의 역사. 그 안에 '무기'가 있었다. 시대에 따라 어떤 무기를 쓰는지 세세하고 정밀하게 묘사가 되어 있는 게 이 책의 특징이다. 저자의 디테일하면서도 방대한 학식에 입이 딱 벌어졌다.

그리스-페르시아 전쟁, 살라미스 해전, 펠로폰네소스 전쟁,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정복전쟁, 진시황의 통일전쟁, 한무제의 흉노 정벌, 포에니 전쟁, 로마 전쟁과 팍스 로마나, 위촉오 삼국전쟁, 고구려-수나라 전쟁, 고구려-당나라 전쟁...

11개의 챕터 제목에서 보듯, 이 책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 시대의 전쟁에 대해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교과서처럼 따분하거나 장황하지 않고, 마치 옆에서 보듯 세밀한 묘사가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만들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전쟁은, 우리가 흔히 '마라톤'의 기원으로 알고 있는 '마라톤 전투'이다. 아테네군의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42.195킬로미터를 뛰어가서 극적인 소식을 전하고 사망했다고 알려진 이야기. 주인공인 페이디피데스는 실제로 240킬로미터를 달렸다고 한다. 그것도 단 2주 만에. 가능한 이야기인가. 게다가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처럼 '죽음'을 맞이한 것이 아니라, 멀쩡하게 살아서 돌아왔다고 한다. 왜 이렇게 다르게 알려졌을까.

저자에 따르면, 근대올림픽 창시자인 쿠베르탱 남작이 올림픽 개최를 위한 극적인 이야깃거리가 필요했기에, 이 페이디피데스에 관한 이야기를 픽션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오~ 놀라운 이야기다. 그 옛날에 어떻게 42.195킬로미터를 뛰었을까, 누구라도 뛰었으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론 6배의 거리를 더 뛰고 멀쩡하게 살아서 돌아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 책은 '밀리터리 세계사'답게 전쟁과 전쟁에 쓰인 무기에 관한 이야기가 자세히 나온다. 무기의 변천사를 통해 전쟁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눈에 띄는 것이 페이지마다 들어 있는 삽화와 이미지이다. 아무리 자세하고 긴 설명이 있어도, 실제로 어떤 모양인지 보지 못한다면 잘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무기라는 분야가 나와 같은 일반인에게는 친숙한 분야가 아니니까. 그래서 이 책을 가득 채운 삽화가 더 반가웠다.

 

 

 

 

"어마나, 폐하! 스윗가이."

이게 고대 중국에서 한무제의 후궁이 한무제에게 한 말이라니. 물론 작가의 상상이지만, 무척 재미있었다. 이렇듯 과거 정사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곁들인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내가 영화 시사회로 접했던 '안시성'에 대한 역사적 사실까지. 어쩜 이렇게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막힘 없이 술술 풀어냈을까.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놀랍고 놀라웠다.

사실 나는 <토크멘터리 전쟁사>란 영상을, 이 책을 보고 알게 되어 실제로 찾아서 보았다. 영상과 재미있는 설명이 곁들어지니 머리속에 쏙쏙 들어왔다. 책을 보면서, 영상을 보면서 저자인 이세환 기자가 전쟁과 무기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마음이 느껴졌다. 좋아하지 않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연구들. 대단하다.

역사를 알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모르는 사람, 늘 똑같은 역사책이 지겨웠던 사람,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는 무기 이야기를 배워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밀리터리 세계사>가 좋은 길을 열어줄 것이다. 이제부터 <토크멘터리 전쟁사> 정주행을 시작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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