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너라는 계절 - 한가람 에세이
한가람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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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덕후 생활 28년차. 중학교 입학선물로 받은 소니 워크맨이 내 감성의 불씨를 당겨주었고, 그 이후로 잠시의 빈틈도 없이 라디오로 내 생활을 채워왔다. 회사 다닐 땐 라디오를 들을 수 없어서 너무 안타까울 정도. 그만큼 라디오가 없는 내 생활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TV보다 라디오가 좋은 이유는 온전히 글과 사연, 노래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누구보다 라디오 작가가 쓴 글을 좋아한다. 꼭 찾아서 읽어보는 편이다. 2019년 처음 읽은 에세이 <온통 너라는 계절>(한가람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8) 역시 풋풋한 감성이 묻어나는 감성 에세이다.

저자인 한가람 작가는 '이소라의 FM음악도시',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 '윤하의 내 집으로 와요', '최강희의 야간비행', '박명수의 라디오쇼'의 작가이다. 또한 JTBC 드라마페스타 <한여름의 추억>을 쓴 드라마작가이기도 하다. 저자가 했던 방송 중 반 이상을 들어본 청취자로서, 책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졌다.

마음 따뜻해지는 일러스트 표지를 넘기고 '작가의 말' 첫 문장부터 말문이 막혔다.

'언제나 사랑이 전부였던 저는 하루가 늘 같았습니다'로 시작하는 작가의 말은 왜 진작 책을 내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이 들 만큼 눈에 쏙 들어오는 내용이었다. 이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으려니 얼굴이 너무 빨개졌다는 작가, 귀엽지 않은가. '저에겐 사랑이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로 귀결되는 작가의 말이 참 좋았다. 그리고 이 책이 또 내 속을 들었다놨다 하겠구나 직감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

사랑의 기쁨과 슬픔, 이별의 아픔, 그리고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를 '계절'에 맞춰 감성적으로 그려 있다. 마치 라디오 사연을 읽어내려가듯 편하게, 하지만 가슴 아픈 내용도 종종 있었다. 내가 라디오 작가의 에세이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디테일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이런 내용.

 

 

샤프를 내 나이만큼 찍어 누른 뒤 하트를 그리고

그 안에 그 사람의 이름을 적고선

샤프심이 부러지지 않을 때까지 하트 속을 채우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들 했었다.

 

한가람 에세이 <온통 너라는 계절>

 

 

 

그 아래 이어지는 내용도 좋았지만, 나는 이걸 기억하고 있는 작가의 기억력에 감탄했다.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씩은 해본 것. 하지만 세월이 지나 잊고 있었던 것. 문득 향수에 젖었다. 나는 그때 누구의 이름을 적었더라, 생각나지 않는 이름을 애써 기억해내는 내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났다. 이렇게 작가의 디테일이 남달랐다.

 

 

 

<온통 너라는 계절>은 편하게 읽을 수 있지만 가볍지 않아서 좋다. 요즘 SNS에 난무하는 말장난 또는 만들어진 감정선을 갖고 쥐어짜는 글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감정을 포장하지 않아서 좋다. 결국 독자가 보고 싶은 건 작가와의 일대일 교감인데, 어떤 작가들은 다수의 대중과의 호흡을 염두에 두고 대중성만을 노린 글을 쓴다. 그래서 마치 연예인을 보듯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담백하고 진솔한 한가람 작가의 글이 가깝게 다가온다.

'언제나 사랑이 전부'였다고 서두에 말했듯, 이 책이 품고 있는 키워드는 '사랑'이다. 사랑으로 인해 얼마나 행복했는지, 또 얼마나 힘들었는지 툭 던지는 짧은 글에 보여진다. 행간의 깊이. 그래서인지 가슴이 먹먹할 때 한번씩 꺼내 보고 싶은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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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이 오래오래 예뻤으면 좋겠습니다
강현영 지음 / 이덴슬리벨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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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이 오래오래 예뻤으면 좋겠습니다>(강현영 지음 / 이덴슬리벨 / 2018).

제목이 마치 올해를 마무리하는 덕담으로 들린다. 그리고 꼭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생긴다. 저자는 TV에서도 본 적이 있는 강현영 피부과 전문의이다. 표지에 있는 아름다운 저자의 모습을 보며, 아름다움은 나이와 관계없이 가꾸는 것과 비례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보면서 저자가 수험생의 엄마라는 사실, 40대 중후반이란 사실을 듣고 깜짝 놀랐다. 나보다 어려보였는데...세월은 나만 정면으로 맞은 건가.

'예쁨', '아름다움'이란 게 겉으로 보여지는 것만이 아니다. 좋은 화장품으로 화려하게 가꾸는 게 '미'의 전부가 아니다. 저자는 '안에 있는 아름다움('내면의 아름다움'이라고 하기엔 좀 어울리지 않는 듯하여)'을 가꾸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 도구가 화장품이 될 수도 있고, 식이요법이 될 수도 있고, 의술의 힘을 빌릴 수도 있는 것이다.

책은 1월에서 12월까지 매월 피부와 몸에 일어나는 현상과 관리방법을 조언해주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겨울철 건조함, 미세먼지, 동안 케어, 다이어트, 이너 뷰티까지...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모르는 나같은 사람을 위한 뷰티 조언이 이어졌다. 특히 피부과 의사라서 의학적 시술을 권유하기보다는, 음식이나 화장품, 특히 천연 원료로 자극을 최소화하되 건강한 피부로 만들어주는 방법을 제시하여 매우 유용했다. 꿀팁들은 이렇게 사진을 찍어두었다.

바나나를 먹어야 하는 이유, 유려한 팩보다 물팩, 건조함을 이기는 방법, 목 주름, 내장지방, 색소 침착, 블랙 헤드, 자외선, 풋사과 다이어트....키워드들만 들어도 귀가 솔깃해진다. 특히 갱년기 여성들이 미리 알아두면 좋을 팁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 몇 년 후 다가올 나의 갱년기를 대비할 수 있겠다 싶다.

예전과는 아름다움의 기준이 달라졌다. 어느 부위를 얼마나 예쁘게 고쳤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아름다운지 그 정도가 미의 기준이 되고 있다. 그만큼 내적 아름다움과 긍정 에너지를 뿜도록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 새해를 계획하는 지금, 지식과 지혜의 축적도 좋지만, 운동과 식이를 좀 더 높은 순위로 끌어올려야겠다.

한 해의 마지막 날, 미루고 미루던 건강검진을 받으며, 이 책을 읽다보니 그동안 내가 내 몸을 너무 방치했다는 반성과 함께 새해에는 좀 더 많이 움직이고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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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 독서 - 끌리는 대로 읽다 보니 나답게 사는 법을 알게 됐다
이태화 지음 / 카시오페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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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전공하고, 글쓰는 직업을 갖고 있음에도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학창시절엔 책을 좋아했고, 글도 제법 쓴다는 자만이 오히려 책을 멀어지게 했다. 그리고 글 쓰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책과 더 멀어지게 한 이유였다. 그리고 이제 보니 책보다 더 우선순위에 있는 게 많았던 거다. 그땐 그 사실조차 몰랐는데, <본능 독서>(이태화 지음 / 카시오페아 / 2018)를 보니 그랬다.

저자인 이태화 대표는 독서와는 거리가 먼 공대생이었다가 대학과 군대에 가서 책을 접하게 된 후 10년 동안 600편의 북리뷰를 쓴 파워블로거이다. 대기업에서 3년간 근무도 했지만, 지금은 '포텐업'이라는 스타트업의 대표로서 책도 쓰고 강의도 하는 독서 전문가이다.

<본능 독서>를 보면 저자가 차분한 말투로 마치 말하듯 편하게 쓴 느낌을 받았다.

"책, 읽고 싶지 않으면 읽지 않아도 돼요. 꼭 필독서가 아니라 마음이 끌리는 걸 즐겁게 읽으면 돼요. 책 읽을 시간이 없으면 안 읽으면 돼요. 쓰고 나면 느낌을 남겨보는 것도 좋아요."라고 말한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독서의 필요성을 교육받아왔지만, 그게 교육을 넘어서 쇄뇌의 지경에 이른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등 떠밀려서 하는 독서가 과연 어떤 울림이나 깨우침을 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런 독서라면 차라리 안 읽으니만 못하다는 것. 전적으로 동의한다. 강압에 의한 독서는 시간 낭비, 돈 낭비, 생각 낭비일 게 뻔하니까. 그래서 저자는 책에서 '끌림'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끌리는 책을, 끌리는 시간에, 끌리는 장소에서, 끌리는 페이지를 읽으라고 말한다.

 

 

다독 콤플렉스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많이 읽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집착하지는 마세요.

집착과 집중은 다릅니다.

집착은 오히려 책에 대한 집중을 방해하고 평정심을 잃게 만듭니다.

한때 책을 읽은 숫자에 집착한 적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내가 얼마나 더 많이 읽느냐에 돈 관심을 둔 것이죠.

그러자 내 본능적인 호기심과 끌림이 있는 책이 아니라,

빨리 넘길 수 있는 책을 찾았습니다.

얼마큼 느끼고 사색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시선을 옮기고 책장을 넘기느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귀한 음식을 음미하는 게 아니라 그저 위장으로 구겨 넣기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뜨끔했다. 나 역시 블로그엔 책일기를 올리지만, 인스타그램엔 읽은 책에 넘버링을 한다. 나 스스로 올해 몇 권의 책을 읽을지가 궁금했기 때문에. 그런데 어느새 그 숫자에 집착하는 순간이 왔다. 매일 올리던 책일기를 건너뛰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일기 밀리듯 쫓기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출판사 서평단이나 서포터즈로서의 마감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시간에 쫓겨서 올리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누구를 위한 독서인가, 과연. 독서의 '양보다 질'을 생각할 때가 되었다.

생각해보니, 나도 책을 본격적으로 읽은 게 작년 하반기부터이다. 이 블로그에 책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이니 1년 반 정도 지났다. 작년 하반기에 150권, 올 한 해 동안 200권이 넘는 책일기를 썼다. 리뷰를 쓰지 않은 것까지 더하면 아마 250여 권은 될 듯하다. 빠르면 하루에 한 권, 아니면 이틀을 넘기지 않았으니 그야말로 책에 치여서(?)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얻은 게 무엇인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이 시점에 꼭 필요한 질문이다. 여러 유명 출판사의 서평단이나 서포터즈로도 선정되었고, 우수 리뷰어로도 수상하였으며,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책 읽는 이웃과 인스타친구를 많이 알게 되기도 했다. 물론 이것은 큰 수확이다. 외적인 수확.

그럼 나는 과연 200권 이상의 책만큼 마음이 커졌다. 감동을 주는 책도 많았지만, 생각보다 실망한 책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한 계단 상승한 것만은 사실이다. 오늘만 살았던 내가 내일을 궁금하게 여기고 내일을 준비하게 되었으니까.

 

 

 

자기 끌림에 주목하세요.

끌림을 기준으로 책을 선택하는 일을 반복하세요.

그럼으로써 자기 안목을 기르세요.

.

안목이 있다는 게 책에 '우열'이 있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비슷한 주제나 내용의 책 중에서

지금의 나와 잘 맞는 건 무엇이냐는

'적합성'에 가깝습니다.

 

발산하는 양의 독서와 수렴하는 질의 독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테마가 있는 책 읽기입니다.

줄여서 테마 독서라고 하겠습니다.

먼저 하나의 주제를 정합니다.

이와 관련된 도서 리스트를 만듭니다.

하나씩 읽어 나갑니다.

이 과정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만들어

독서하는 방식입니다.

 

이제 많이 읽는 것 대신 '제대로 잘' 읽는 독서로 옮겨가야겠다. 많이 빨리 읽는 독서를 통해 책을 끝까지 읽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것에 익숙해졌다면, 이제 '깊이 있는 독서'로 옮겨간다는 뜻이다. 한 가지 테마를 정하고 그에 맞는 여러 장르의 책을 찾아 읽는다면 그 분야만큼의 전문성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테니까.

오늘 저녁엔 내년에 어떤 테마의 책을 읽을지 고민해보자. 보통 '경제경영', '인문', '문학', '자기계발', '실용예술' 등 분야를 나눠서 생각하는데 이게 아니라 '자녀교육', '재테크', '웹툰', '동화작가' 등의 식으로 내년 내 삶의 키워드를 뽑아보는 거다. (어...벌써 나온 건가?)

<본능 독서>는 어렵지 않다.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저자가 말한 '편하게, 끌림대로, 느낌 가는대로 읽으면 된다'는 것처럼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독서라는 강박관념에서 해방되는 느낌을 주고, 책을 읽지 않는 것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준다. 또 하나, 당장 모레부터 시작하는 2019년에 내 인생의 목표와 키워드를 생각하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책이다.

 

 

 

독서를 하며 책 속에 담긴 귀한 정보들을 소비하세요.

저자가 자기 삶을 통해 경험한 배움을 손쉽게 습득하세요.

소비로만 그치지 말고 습득한 배움을 자기화하세요.

자신의 색깔과 향기를 입히세요.

이제 자기화한 배움을 세상에 내놓으세요.

거창한 게 필요한 게 아닙니다.

작은 기록, 사소한 흔적부터 시작하세요.

누군가는 당신의 정보를 필요로 할 것이며,

그 순간 당신은 정보의 생산자로 거듭나게 되는 것입니다.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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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을 읽다 - 빅데이터로 본 우리 마음의 궤적
배영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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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을 단 이틀 남겨둔 지금. 올 한 해 어떻게 보냈는지 돌아보는 중이다. 뭔가 바쁘기도 했고, 새롭기도 했고, 마음이 철렁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던 한 해를 한 마디로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나 혼자만의 느낌을 아닐 터. 마음을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당장 내년 이 나라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이번달에는 2019년 전망서를 여러 권 봤는데 정작 지금 내가 맞닥뜨린 현실을 직시하는 책은 간과했다. 그래서 내일의 한국이 아닌 지금의 한국을 보는 <지금, 한국을 읽다>(배영 지음 / 아날로그 2018)를 읽게 되었다. 올해를 마감하는 이 시점에 읽는 게 참 바람직한 타이밍이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저자는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로서, 온라인 공간의 문화와 제도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이 인간 행위와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오랫동안 연구해왔으며, 최근에는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사회에서 기술과 삶의 질이 갖는 관계를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빅데이터도 그 연구의 일환일 것이다. '빅데이터로 본 우리 마음의 궤적'이란 부제처럼 지금의 빅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이 어떠한 마음으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책은 4가지 분야로 나누고, 적합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마음 : 혐오, 불안, 행복, 분노

관계 : 여가, 비혼, 저출산, 혼밥, 명절

사회 : 김영란법, 적폐, 갑질, 누진제, 가짜 뉴스

미래 : 대학, 북한, 취업, 미세먼지,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키워드만 봐도 속이 답답해져온다. 그렇게 혼돈과 불안한 마음으로 살고 있었구나. 그게 비단 나만의 상황은 아니었구나. 씁쓸한 위로가 배어나온다. 과거 정권에 불안해하고, 분노했다. 하지만 새 정권에 대한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건 짧은 순간이었다. 그냥 다 어려운 거다. 모두 다 힘든 거다. SNS 빅데이터가 그것을 보여주고, 수많은 웹페이지와 검색어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반영하고 있다. 추측이 아니라 빅데이터 기반이니 객관성이 높은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빅데이터 결과 중에 흥미로웠던 게 있었는데, 비혼족이 늘어나면서 여성 고용률이 높아졌단다. 결혼을 하지 않아야 기업에서 여성 고용을 더 많이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저자는 지적했다. 내 주변에도 결혼 대신 일을 선택한 친구들이 꽤 많이 있으니까. 결혼에 대한 환상이나 꿈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란다. 아이 낳고 아등바등 사느니 그냥 연애나 하면서 삶을 즐기려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더불어 이 내용은 나 역시 두 아이의 엄마로서도 참 많은 공감이 갔다. 가정을 돌보는 주부가 재취업에 성공하는 것 역시 어려운 게 현실이니까. '워라밸', '저녁이 있는 삶'이 결코 사치스런 꿈이 아닌데, 이 사회는 자꾸 엄마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려 한다.

 

그렇다고 절망에 빠져있을 순 없다. 4장에서 말하는 미래의 키워드들이 그 희망의 불씨가 되었으면 좋겠다. 막연한 인공지능이 아니라 빅데이터로 보는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그리고 북한과의 관계 회복...우리가 직면한 미래가 곧 현실이 될 것이기에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자만이 앞서갈 수 있다.

 

 

불안은 현재의 감정이지만, 불안이 현실화되는 시점은 미래다.

미래를 맞이하는 개인의 준비나 마음가짐에 따라 불안의 정도는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팍팍한 일상이 미래를 생각할 여유조차 제공하지 못하는 듯하다.

배영 <지금, 한국을 읽다>

 

 

이것이 지금 바로 나와 우리의 마음 상태를 요약한 것이라 생각된다. 미래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면, 생이 얼마나 불행할까.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가 과연 행복할까. 하지만 저 단락 안에 해답도 들어 있다. '미래를 맞이하는 개인의 준비나 마음가짐에 따라 불안의 정도가 달라질 것'이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새해를 계획하는 지금이 미래를 계획하는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한국인의 진짜 속마음이 궁금하다면 <지금, 한국을 읽다>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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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그래픽, 코코 샤넬 - 그래픽으로 읽는 코코 샤넬 인포그래픽 시리즈
소피 콜린스 지음, 박성진 옮김 / 큐리어스(Qrious)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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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데이터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세련된 인포그래픽으로 소개하는,

그래서 평범함을 거부하는 인포그래픽 시리즈. 내가 많이 애정하는 시리즈이다.

이번 주인공은 말이 필요없는 <코코 샤넬>.

샤넬을 가방, 향수, 패션, 액세서리의 브랜드로 많이 인지해서 그런지,

정작 그녀의 생에 대해서는 잘 몰랐기에 이번 인포그래픽 시리즈가 더 궁금했다.

표지에는 샤넬을 연상하는 블랙과 진주, 모자의 실루엣만으로도 카리스마가 넘쳤다.

 

 

 

샤넬이 가장 좋아하는 건 자신의 일이죠.

일 다음으로 좋아하는 건 아무것도 안 하는 거예요.

그녀는 굉장한 게으름뱅이랍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어.

그게 내 실수였지.

내 삶을 나 혼자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틀렸어.

 

어쩐지 금수저에 부유한 삶을 살았을 거라 생각했던 코코 샤넬이

실은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자랐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떠돌이 아버지로 인해 어머니가 생계를 책임졌고,

샤넬이 12살 되던 해 결핵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그 뒤로 고아원에 맡겨졌고, 19살에 포목상에 들어가면서 일을 시작했다.

한 편의 영화처럼 굴곡진 인생이었다.

 

 

 

 

 

 

책에는 그녀가 어떻게 패션 디자이너로 성공을 하게 되었는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특히 지금도 명품으로 인정받는 샤넬 2.55이 1955년 2월에 출시되었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놀라웠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 넘은 나이인데,

여전히 아니 예전보다 더 많은 가치가 있으니.

 

 

프랑스 작가인 앙드레 말로가 말했듯

샤넬은 드골, 피카소와 더불어 프랑스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물론 중간에 2차 대전 때 나치를 도왔다는 행적에 대한 논란도 있어서

그녀가 평생 영예로운 위치에 있었던 것만은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샤넬이 레스토랑에서 노래하는 가수로 데뷔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책 내용으로 봐선 노래는 그닥 별로였나보다. 신은 공평한 걸까.

샤넬 No.5, 2.55백, 패션, 사랑, 가족에 이르기까지-

인포그래픽으로 만나는 코코 샤넬은 흥미 그 자체였다.

특히 그 당시에도 타로 카드를 즐겨봤다니, 세월이 멈춘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여러 이야기를 종합해볼 때

그녀는 엄청난 일 중독자였고, 타고난 패셔니스타였으며,

불같이 타오르는 어마무시한 성격의 소유자인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분야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감을 세계 최고였고,

이런 점은 매우 본받을 만한 점이라고 생각된다.

 

 

 

이 대단한 자신감을 보라. 말하는 것마다 어록이다.

"명성이 계속되면 전설이 된다."

"나 같은 사람을 10년이나 붙잡고 있으려면,

어지간한 능력으로는 안 되겠지."

그녀를 수식하는 키워드. 수많은 인물들과 얽혀있고 관계를 맺는 반면에

그녀는 늘 외로웠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일에 빠져든 것이리라.

 

 

모든 건 시대가 흐르면서 진가가 드러나는 법이다.

그게 일시적이었는지, 영원한 것인지는 시간이 흘러보면 안다.

예전에도 화려하고 놀라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를 더해가는 '샤넬'을 보면서

한 사람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점점 깨닫게 된다.

<인포그래픽 코코샤넬>을 읽으면서

내 머리속에는 '브랜드로서의 샤넬'이 아닌

'열정 넘치는, 하지만 외롭기도 한 사람'으로서의

코코 샤넬이 각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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