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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 독서 - 끌리는 대로 읽다 보니 나답게 사는 법을 알게 됐다
이태화 지음 / 카시오페아 / 2018년 11월
평점 :

문학을 전공하고, 글쓰는 직업을 갖고 있음에도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학창시절엔 책을 좋아했고, 글도 제법 쓴다는 자만이 오히려 책을 멀어지게 했다. 그리고 글 쓰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책과 더 멀어지게 한 이유였다. 그리고 이제 보니 책보다 더 우선순위에 있는 게 많았던 거다. 그땐 그 사실조차 몰랐는데, <본능 독서>(이태화 지음 / 카시오페아 / 2018)를 보니 그랬다.
저자인 이태화 대표는 독서와는 거리가 먼 공대생이었다가 대학과 군대에 가서 책을 접하게 된 후 10년 동안 600편의 북리뷰를 쓴 파워블로거이다. 대기업에서 3년간 근무도 했지만, 지금은 '포텐업'이라는 스타트업의 대표로서 책도 쓰고 강의도 하는 독서 전문가이다.
<본능 독서>를 보면 저자가 차분한 말투로 마치 말하듯 편하게 쓴 느낌을 받았다.
"책, 읽고 싶지 않으면 읽지 않아도 돼요. 꼭 필독서가 아니라 마음이 끌리는 걸 즐겁게 읽으면 돼요. 책 읽을 시간이 없으면 안 읽으면 돼요. 쓰고 나면 느낌을 남겨보는 것도 좋아요."라고 말한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독서의 필요성을 교육받아왔지만, 그게 교육을 넘어서 쇄뇌의 지경에 이른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등 떠밀려서 하는 독서가 과연 어떤 울림이나 깨우침을 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런 독서라면 차라리 안 읽으니만 못하다는 것. 전적으로 동의한다. 강압에 의한 독서는 시간 낭비, 돈 낭비, 생각 낭비일 게 뻔하니까. 그래서 저자는 책에서 '끌림'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끌리는 책을, 끌리는 시간에, 끌리는 장소에서, 끌리는 페이지를 읽으라고 말한다.

다독 콤플렉스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많이 읽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집착하지는 마세요.
집착과 집중은 다릅니다.
집착은 오히려 책에 대한 집중을 방해하고 평정심을 잃게 만듭니다.
한때 책을 읽은 숫자에 집착한 적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내가 얼마나 더 많이 읽느냐에 돈 관심을 둔 것이죠.
그러자 내 본능적인 호기심과 끌림이 있는 책이 아니라,
빨리 넘길 수 있는 책을 찾았습니다.
얼마큼 느끼고 사색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시선을 옮기고 책장을 넘기느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귀한 음식을 음미하는 게 아니라 그저 위장으로 구겨 넣기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뜨끔했다. 나 역시 블로그엔 책일기를 올리지만, 인스타그램엔 읽은 책에 넘버링을 한다. 나 스스로 올해 몇 권의 책을 읽을지가 궁금했기 때문에. 그런데 어느새 그 숫자에 집착하는 순간이 왔다. 매일 올리던 책일기를 건너뛰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일기 밀리듯 쫓기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출판사 서평단이나 서포터즈로서의 마감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시간에 쫓겨서 올리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누구를 위한 독서인가, 과연. 독서의 '양보다 질'을 생각할 때가 되었다.
생각해보니, 나도 책을 본격적으로 읽은 게 작년 하반기부터이다. 이 블로그에 책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이니 1년 반 정도 지났다. 작년 하반기에 150권, 올 한 해 동안 200권이 넘는 책일기를 썼다. 리뷰를 쓰지 않은 것까지 더하면 아마 250여 권은 될 듯하다. 빠르면 하루에 한 권, 아니면 이틀을 넘기지 않았으니 그야말로 책에 치여서(?)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얻은 게 무엇인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이 시점에 꼭 필요한 질문이다. 여러 유명 출판사의 서평단이나 서포터즈로도 선정되었고, 우수 리뷰어로도 수상하였으며,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책 읽는 이웃과 인스타친구를 많이 알게 되기도 했다. 물론 이것은 큰 수확이다. 외적인 수확.
그럼 나는 과연 200권 이상의 책만큼 마음이 커졌다. 감동을 주는 책도 많았지만, 생각보다 실망한 책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한 계단 상승한 것만은 사실이다. 오늘만 살았던 내가 내일을 궁금하게 여기고 내일을 준비하게 되었으니까.

자기 끌림에 주목하세요.
끌림을 기준으로 책을 선택하는 일을 반복하세요.
그럼으로써 자기 안목을 기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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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이 있다는 게 책에 '우열'이 있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비슷한 주제나 내용의 책 중에서
지금의 나와 잘 맞는 건 무엇이냐는
'적합성'에 가깝습니다.
발산하는 양의 독서와 수렴하는 질의 독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테마가 있는 책 읽기입니다.
줄여서 테마 독서라고 하겠습니다.
먼저 하나의 주제를 정합니다.
이와 관련된 도서 리스트를 만듭니다.
하나씩 읽어 나갑니다.
이 과정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만들어
독서하는 방식입니다.
이제 많이 읽는 것 대신 '제대로 잘' 읽는 독서로 옮겨가야겠다. 많이 빨리 읽는 독서를 통해 책을 끝까지 읽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것에 익숙해졌다면, 이제 '깊이 있는 독서'로 옮겨간다는 뜻이다. 한 가지 테마를 정하고 그에 맞는 여러 장르의 책을 찾아 읽는다면 그 분야만큼의 전문성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테니까.
오늘 저녁엔 내년에 어떤 테마의 책을 읽을지 고민해보자. 보통 '경제경영', '인문', '문학', '자기계발', '실용예술' 등 분야를 나눠서 생각하는데 이게 아니라 '자녀교육', '재테크', '웹툰', '동화작가' 등의 식으로 내년 내 삶의 키워드를 뽑아보는 거다. (어...벌써 나온 건가?)
<본능 독서>는 어렵지 않다.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저자가 말한 '편하게, 끌림대로, 느낌 가는대로 읽으면 된다'는 것처럼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독서라는 강박관념에서 해방되는 느낌을 주고, 책을 읽지 않는 것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준다. 또 하나, 당장 모레부터 시작하는 2019년에 내 인생의 목표와 키워드를 생각하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책이다.

독서를 하며 책 속에 담긴 귀한 정보들을 소비하세요.
저자가 자기 삶을 통해 경험한 배움을 손쉽게 습득하세요.
소비로만 그치지 말고 습득한 배움을 자기화하세요.
자신의 색깔과 향기를 입히세요.
이제 자기화한 배움을 세상에 내놓으세요.
거창한 게 필요한 게 아닙니다.
작은 기록, 사소한 흔적부터 시작하세요.
누군가는 당신의 정보를 필요로 할 것이며,
그 순간 당신은 정보의 생산자로 거듭나게 되는 것입니다.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