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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을 읽다 - 빅데이터로 본 우리 마음의 궤적
배영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11월
평점 :

2018년을 단 이틀 남겨둔 지금. 올 한 해 어떻게 보냈는지 돌아보는 중이다. 뭔가 바쁘기도 했고, 새롭기도 했고, 마음이 철렁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던 한 해를 한 마디로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나 혼자만의 느낌을 아닐 터. 마음을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당장 내년 이 나라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이번달에는 2019년 전망서를 여러 권 봤는데 정작 지금 내가 맞닥뜨린 현실을 직시하는 책은 간과했다. 그래서 내일의 한국이 아닌 지금의 한국을 보는 <지금, 한국을 읽다>(배영 지음 / 아날로그 2018)를 읽게 되었다. 올해를 마감하는 이 시점에 읽는 게 참 바람직한 타이밍이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저자는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로서, 온라인 공간의 문화와 제도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이 인간 행위와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오랫동안 연구해왔으며, 최근에는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사회에서 기술과 삶의 질이 갖는 관계를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빅데이터도 그 연구의 일환일 것이다. '빅데이터로 본 우리 마음의 궤적'이란 부제처럼 지금의 빅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이 어떠한 마음으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책은 4가지 분야로 나누고, 적합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마음 : 혐오, 불안, 행복, 분노
관계 : 여가, 비혼, 저출산, 혼밥, 명절
사회 : 김영란법, 적폐, 갑질, 누진제, 가짜 뉴스
미래 : 대학, 북한, 취업, 미세먼지,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키워드만 봐도 속이 답답해져온다. 그렇게 혼돈과 불안한 마음으로 살고 있었구나. 그게 비단 나만의 상황은 아니었구나. 씁쓸한 위로가 배어나온다. 과거 정권에 불안해하고, 분노했다. 하지만 새 정권에 대한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건 짧은 순간이었다. 그냥 다 어려운 거다. 모두 다 힘든 거다. SNS 빅데이터가 그것을 보여주고, 수많은 웹페이지와 검색어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반영하고 있다. 추측이 아니라 빅데이터 기반이니 객관성이 높은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빅데이터 결과 중에 흥미로웠던 게 있었는데, 비혼족이 늘어나면서 여성 고용률이 높아졌단다. 결혼을 하지 않아야 기업에서 여성 고용을 더 많이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저자는 지적했다. 내 주변에도 결혼 대신 일을 선택한 친구들이 꽤 많이 있으니까. 결혼에 대한 환상이나 꿈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란다. 아이 낳고 아등바등 사느니 그냥 연애나 하면서 삶을 즐기려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더불어 이 내용은 나 역시 두 아이의 엄마로서도 참 많은 공감이 갔다. 가정을 돌보는 주부가 재취업에 성공하는 것 역시 어려운 게 현실이니까. '워라밸', '저녁이 있는 삶'이 결코 사치스런 꿈이 아닌데, 이 사회는 자꾸 엄마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려 한다.

그렇다고 절망에 빠져있을 순 없다. 4장에서 말하는 미래의 키워드들이 그 희망의 불씨가 되었으면 좋겠다. 막연한 인공지능이 아니라 빅데이터로 보는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그리고 북한과의 관계 회복...우리가 직면한 미래가 곧 현실이 될 것이기에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자만이 앞서갈 수 있다.
불안은 현재의 감정이지만, 불안이 현실화되는 시점은 미래다.
미래를 맞이하는 개인의 준비나 마음가짐에 따라 불안의 정도는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팍팍한 일상이 미래를 생각할 여유조차 제공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것이 지금 바로 나와 우리의 마음 상태를 요약한 것이라 생각된다. 미래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면, 생이 얼마나 불행할까.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가 과연 행복할까. 하지만 저 단락 안에 해답도 들어 있다. '미래를 맞이하는 개인의 준비나 마음가짐에 따라 불안의 정도가 달라질 것'이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새해를 계획하는 지금이 미래를 계획하는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한국인의 진짜 속마음이 궁금하다면 <지금, 한국을 읽다>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