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게 -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인정하기 위한 자존감 훈련
안드레아스 크누프 지음, 박병화 옮김 / 걷는나무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제목부터 아프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기 위한 자존감 훈련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인 안드레아스 크누프는 20년간 수십만 명의 인생을 자기비난의 늪에서 건져내고 '무너진 자존감'을 전문적으로 치유해온 독일 최고의 심리회복전문가라고 서술되어 있다.

보통, 심리치유 도서를 보면 외부가 아닌 자신의 내면을 차분하게 돌아보고 이를 어떠어떠한 방법을 써서 마음을 달래주면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책은 보다 근본적인 접근을 꾀한다. 우리 마음이 힘든 건 자기 자신에게 친절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그는 "당신, 자신에게 친절하세요."라는 처방을 내린다.

누구나 그렇지 않나, 왜 이렇게 쉬운 말을 굳이 책까지 내면서 하지 라는 생각이 처음엔 들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렇게 기본적인 걸 항상 잊고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친절하지 못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남에게는 한없이 친절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속으로 비교하고, 자책하고, 꾸짖고, 싸우고...보이지 않는 내면에서 온갖 감정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걸 애써 외면하면서 다른 방향으로 관심을 돌리고, 그러면 나아지겠지 라고 보통 사람들은 생각하는데, 이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 자신을 남에게 하듯 친절하게 대하게 될 때 내면에 있는 자존감이 세워지고 열등감이 사라진다는 것.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과오들과 나쁜 기억들을 끄집어내서 스스로 망신을 주는 게 아니라, 너에게 이러이러한 일들이 있었지, 그래 우리 같이 한번 생각해보자. 그때 이렇게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다음엔 이렇게 한번 해보자, 로 이어지는 스스로의 문답에 답해가며 힐링이 되어 간다.

아무리 친절한 사람도 본인 스스로에게 친절하지 않으면 속이 곪을대로 곪아 언젠가는 확 터지는 순간을 맞게 된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평소에 나를 안아주고 달래주는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을 위로할 땐 그렇게 진심처럼 대하다가도 정작 내 자신에게는 너무 가혹하고 닦달만 했던 스스로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내가 나를 사랑해야지. 그게 시작이지.

맨 마지막 날개부분에 '당신의 자기비난 지수는?' 심리테스트가 나오는데 이것도 흥미롭다. 나는 '경고' 단계인데 양호로 올라가도록 마음을 따뜻하게 품어줘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아이를 위한 칼 비테 교육법 - 이지성이 들려주는 칼 비테의 인문학 자녀교육법
이지성 지음 / 차이정원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꿈꾸는 다락방>,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감명깊게 읽어 이미 이지성 작가의 팬인 나는, 이지성 작가가 아이교육법 책을 냈다고 해서 두근대는 마음으로 첫 장을 열었다. 당구여신 차유람 씨와 결혼하고 아빠가 되면서 자연스레 교육법으로 작가의 시선이 옮겨가는 것을 보고, 같은 세대를 살고 있는 엄마로서 이런 책을 만날 수 있음에 참 감사한 시간이었다. '칼 비테 교육법'이 뭐길래 부모들이 이리도 열광하는지 궁금했다.

 

칼 비테라는 인물을 한번쯤은 들어보긴 했다. 위대한 교육자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그가 누구를,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교육을 했고, 어떤 성과를 이뤘는지는 잘 알지 못했다. 이 책은, 칼 비테의 교육방식을 이지성 작가 특유의 쉽고 편안한 문체로 적어내려간 글이다.

목사였던 칼 비테는 50살이 넘어 결혼을 하고, 귀하디 귀한 칼 비테 주니어를 낳아 아주 특별한 교육을 실시하였다. 생후 42일째부터 책을 읽어주고, 갓난 아기때부터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어주며, 라틴어로 책을 읽어주고, 체험을 하게 하는, 일종의 스파르타(?) 교육을 실시했다.

책을 보는 초반에는, '이거, 너무 심한 선행교육이 아닌가?'라는 반감이 들며, 칼 비테 주니어가 얼마나 숨막혔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시간표도 스스로 짜게 함으로써 허투루 낭비하는 시간이 없게 하고, 경제관념을 확실하게 심어주기 위해 모든 행동에 돈을 쳐주며, 약속을 어기거나 지키지 않을 경우엔 돈을 회수해갈 정도로 빡빡한(?) 아버지였다.

하지만 책을 보면서 점점 고개가 끄덕여졌다. 지금의 일반적인 '선행학습'이 아닌, 아이의 생각을 키워주고 도덕적 인성의 심지를 키워주는 데 큰 목적을 둔 교육방법이기 때문이다. 신앙과 도덕, 수학, 과학, 예술...어렸을 적부터 촘촘한 교육을 받아온 칼 비테 주니어는 3세때 모국어를 깨치고, 9세때 영어, 라틴어 등 6개 국어를 익혔으며, 12세에 박사학위를 딸 정도로 훌륭하게 성장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최연소 박사라는 타이틀이 아니다. 그것은 이 교육의 최종 목적이 지식의 최고봉에 오르는 것이 아닌, 도덕과 인성을 갖춘 교육법이라는 것이다. 인문고전 독서 교육법을 통해 읽고 성장하는 즐거움을 주고, 토룐 교육법으로 나와 다른 세계관을 만나도록 하며, 도덕과 인성 교육을 통해 바른 사람으로 성장하는 법을 배운다. 그러면서도 아들이 지중해가 보고 싶다고 하면, 망설이지 않고 당장 떠나는 칼 비테의 실천력을 엿볼 수 있었다.

내년이면 학부모가 되는 내게 지금 가장 관심사는 아이교육이다. 과연,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어떤 아이로 자라나길 바라는가. 이런 이야기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남편과 많이 이야기를 나누던 부분이었다.

남편은 소위 말하는 '강남 8학군' 출신이다. 얼마나 많은 교육열에 시달렸겠는가. 그래서인지 남편은 아이를 '학원 뺑뺑이'는 절대 시키지 않으리라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 반면에, 나는 서울에 살았지만 학원 선택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었다. 결과는 뭐, 둘 다 중간치는 나온 듯하다.

교육법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의 문제이다.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길로 선택하자고 합의했다. 공부 말고도 더 잘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 길로 나아가게 하자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지인들은
"아직 아이가 학교에 안 들어가서 그런 거야. 가고 나면 생각이 또 달라져. 학원을 안 보낼 수가 없어."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겪어보지 않은 이야기라서, 나도 반박할 수는 없다. 이러한 시기에 이지성 작가가 칼 비테의 목소리를 빌어 힘을 주었다.

바로
흔들림 없이 걷는 부모 되기.
지식부자보다 지혜가 넘치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건 많은 부모의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정작 마음과 머리가 따로 놀기에, 부모와 아이는 또 세상의 교육법에 끌려가고 있다. 부모가 중심을 잡고, 흔들림 없이 걷는다면, 아이는 지식이든 지혜든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고아의 아버지' 페스탈로치가 칼 비테에게 교육법을 공유하는 책을 쓰자고 했지만 지배 세력의 반대로 그 책이 세상에 묻혀 있다가 100년이나 지난 이 시점에 부활하여 살아있는 교육법 교과서가 된 것이다.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지침서가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반역실록 - 12개의 반역 사건으로 읽는 새로운 조선사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를 알아야 미래를 아는 법. 하지만 고백하자면, 사극은 좋아했지만 국사시간은 지루했다. 역사적 사실만 주루룩 읊어주셨던 국사선생님 때문이었을까. 연도와 사람 인물만을 중시했던 국사시험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이 책 <조선반역실록>을 다 읽고 난 지금, 우리나라 역사가 몹시 궁금해졌다. 그리고 또 다른 역사책을 보고 싶은 갈망이 생겼다.

<조선반역실록>.
<한 권으로 읽는~> 시리즈로 유명한 박영규 작가의 최신작이다. 조선왕조실록, 역사이야기의 제목을 달고 나오는 책들은 대부분 왕 중심의, 대세의, 주류 관점의 흐름이었다면, 이 책은 '반역'과 '역적' 관점의 역사이야기다. 제목부터 흥미롭다. '12개의 반역 사건으로 읽는 새로운 조선사'라는 부제가 이 책의 줄기를 말해주고 있다.

조선반역실록의 첫 주인공은 태조 이성계. 박영규 작가는 이성계를 '고려의 마지막 역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우리는 항상 이성계의 입장에서 '조선을 세운 위대한' 인물로 배워왔고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고려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시대를 무너뜨리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를 세운 역적일 뿐이다. 한 가지 일을 두고 정반대의 입장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 이성계는 반역과 배신, 찬탈, 역모 등등 온갖 술수를 동원해 결국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 나라를 세운 반역자인 것이다. 새로운 관점의 발견이다.

이방원의 반역 행위도 여러 군데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아버지인 이성계의 역적이 되어 왕위를 빼앗고, 정몽주와 정도전, 남은을 죽이고 형들을 죽이고, 자신의 처남들을 죽이고, 자신의 아들인 세종의 장인 집안까지 말살하는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 그러는 중에 심리전을 펼치기도 하고, 죄목을 씌워 억울하게 죽이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왕권을 지키기 위한 그의 생존 방법이었다.

수양대군과 단종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수양대군 하니 자꾸 영화배우 이정재가 떠올라, 영화속에서 그의 광기서린 눈빛이 생각났다. 그랬구나. 수양대군이 그래서 그랬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보면서 반역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해되었고, 세상을 바꾸고 싶은 그들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하지만, 싸우는 과정은 같을지라도 '역적'과 '영웅'은 결국 결과에 따라 그 지위가 달라진다. '탄핵'이란 단어가 자주 나오고, 어지럽고 어수선한 세상일수록 반역자가 많이 등장했다. 지금 우리 시대와 많이 닮은꼴이다.

아, 역사책이 이렇게 재미있다니. 그간 사극을 역사적 사실보다는 재미 위주로 보아온 게 사실이다. 그런데 역사적 사실을 두고, 반역을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니 흥미진진했다. 조선반역실록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박영규 작가의 통찰력에 감탄했다. 그리고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부터 <한 권으로 읽는 대한민국 대통령실록>까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를 알아야 미래를 알 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요타의 원가 - 세계 No.1 이익을 창출하는 비밀!
호리키리 도시오 지음,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옮김, 구자옥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렉서스와 캠리, 프리우스, 최근엔 미라이까지. '도요타' 하면 뭔가 다르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정확하게 그게 무엇인지는 잘 알지 못했다. 이번에 <도요타의 원가>를 보면서 그 누구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원가. 그것이 바로 세계 No.1 이익을 창출하는 비밀이라고 하니 더 기대가 되었다.

책의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내용을 직설적으로 풀이했다. 여느 경영 비즈니스책처럼 어렵거나 꼬아놓지도 않았다. 미사여구와 사족이 없는 걸 보며, 도요타의 기업정신도 이처럼 거품을 빼고 꼭 필요한 것만 남기는 기업이라고 생각한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이익을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있는 행동'.
이것이 도요타가 생각하는 '일'에 대한 개념이란다. 이것은 결국 '돈 되는' 일을 하는 게 진짜 일이고,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행위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직딩에게는 참 섬뜩한 말일 수도 있다. 마치 출근부터 퇴근까지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렇게 지독하리만큼 통제하고 '일'에 치중한 결과가 오늘날의 도요타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2002년 설립한 도요타 엔지니어링 주식회사의 호리키리 도시오 회장이 썼고, 현대차 글로벌경영연구소에서 옮겼다. 회장님의 책이라서 그런지 경영진의 입장에서 기업을 어떻게 운영하고, 어떻게 조직을 이끌고, 어떻게 직원을 이끌어야 하는지 기술되어 있다.

자동차는 시장 논리에 따라 등급별로 가격이 이미 매겨지기 때문에, 결국 기업이 할 수 있는 건 원가를 절감해서 기업의 이윤을 최대화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매우 교과서적이고,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도요타는 그걸 해냈다.

놀라운 건, 도요타 직원들은 커피나 차도 본인이 직접 구입해서 마시고, 장갑 하나, 연필 하나까지 일일이 원가계산표에 넣어서 이를 원가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경계하고, 업무의 flow를 최적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한다. 시간 낭비, 불량 낭비, 원가 낭비, 재료 낭비...모든 '낭비'를 없애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모습이 대단해보였다.

자동차 회사, 생산, 원가, 회계...어찌보면, 나와는 거리가 먼 키워드일 수 있다. 하지만 살짝 틀어서 이걸 가정생활로 대입해보았다.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의 입장과 가계를 이끄는 주부의 입장이 비슷하지 않을까. 정해진 자동차 가격(생활비) 내에서 가장 많은 이윤(저축)을 내려면, 결국 원가를 절감해야 하는데, 부품(생필품의 가짓수)을 줄이기는 어렵다고 할 때 DIY나 인터넷 최저가 등 같은 품질을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겠다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 많이 와닿는다. 당연한 것이지만, 지키지 못하고 있기에 다시 한번 상기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뽑히는 글쓰기 - 시험에 통하는 글쓰기 훈련법
최윤아 지음 / 스마트북스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실로, 놀라웠다. 우선 '시험에 통하는 글쓰기 훈련법'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다는 게 첫 번째 놀람이고, 글로 밥 먹고 사는 내가 글쓰는 방법을 따로 배운 적이 없었구나 깨달은 게 두 번째 놀람이다. 그래놓고 10년 이상을 글쓰는 사람으로 살아오다니, 분명 기적이다.

제목과 표지 내용만으로도 꼭 읽고 싶은 책이었다. 시나 소설, 희곡 등 문학 작법책은 꽤 있지만, '시험용', '입사용' 글쓰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언론사, 공기업, 대기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이 타겟이지만, 글쓰기에 대해 두려움이 있는 사람에게 불안감을 없애고 실전 노하우를 알려주는 유용한 책이라 생각된다.

글쓰기와 무관한 삶을 살아온 저자가 기자를 준비하면서, 그리고 합격 후 기자로 일하면서 익힌 글쓰기 노하우를 전수해준다니 그만큼 기대가 컸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글쓰기 방법을 만날 수 있었다.

눈에 띄는 건 '독자 수준별 맞춤형 글쓰기 노하우'였다. 글쓰기가 서툰 초급자, 글 좀 써본 중급자, 글쓰는 데 도가 튼 고급자에 걸맞는 조언들을 세밀하게 함으로써 개인 맞춤형 글쓰기 팁을 제공한 것이었다.

초급자에게는 감정을 빼고, 단정을 빼고, 기승전결을 빼고, 딴소리를 빼고, 반복을 빼자고 조언한다. 초급자가 저지르기 쉬운 것 중 하나가, 쓸 말이 없어서 앞에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또또또 feat. 우원재)
그러면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당장이라도 집어던지고 싶은 마음이겠지. 내가 이 시간을 써서, 왜 이런 글을 읽고 있어야 하나 자괴감이 들기도 하겠고. 그런 걸 경계하라는 것이다. '빼고, 빼고, 빼고'를 역설하는 걸 보면, 초보자에게 필요한 건 역시 주절주절하지 말고 '용건만 간단히' 쓰는 것이다.

중급자에게는 '더하기'를 주문한다. 형식, 사례, 비유, 재미, 숫자, 명언, 수미상관을 더해 글맛을 살리라고 말한다. 평범함에서 비범함으로 건너가는 특별한 방법을 안내한다. 일반적 형식을 바꿔보고, 다양한 사례를 더해 설득력을 높이고, 이왕이면 재미있게, 숫자로 객관성을 높이고, 명언으로 신뢰도를 높이는 것. 이것은 비단 시험용 글쓰기뿐만 아니라, 그 어떤 글쓰기에도 적용할 만한 좋은 팁이다.

고급자에게 필요한 건 '비틀기'. 고정관념을 비틀고, 팩트를 비틀고, 통계를 비틀어 나만의 통찰력을 만드는 것, 그것이 채점자를 감탄하게 하고, 감동하게 만드는 비법이다. 이 '비틀기'는 누가 봐도 객관적이고 설득력이 높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기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글쓰는 사람도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느껴지는 내공과 필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리고, 뒷부분엔 '합격하는 자기소개서' 쓰는 노하우와 면접 노하우까지 알려주었다. 그건 나도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알찬 내용이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다보니, 지원하는 회사에 걸맞게 자기소개서를 수정하거나 새로 작성해야 할 때가 가끔 있고, 또한 면접을 보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평범한 자기소개서에서 탈출하는 노하우를 알게 되었다.
면접 역시 짧고 명확하게 말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말을 하다보면 길어지고, 막히게 되고, 당황하게 되는 일을 꽤 많이 겪었던 듯하다.

실제로 얼마 전에, 고객패널 그룹면접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총 7명이 동시에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내 바로 옆에 있던 분이 어찌나 말을 길게 하던지, 면접관이 중간중간 시간을 보느라 휴대폰을 두 번씩이나 켜보더라. "내가 좋아하는 건 이겁니다." 왜 그 한 마디를 못하고, 당신이 아침에 눈 떠서 밤에 잠들기까지 하루 일과를 우리가 들어야 하나 싶었다.

그 분 혼자 5분 이상 이야기한 걸 거울삼아, 나는 30초에 끝냈다. "제가 좋아하는 건 OOO입니다. 그 이유는 ~~~" 이라고 두괄식으로 말했다. (물론 나는 말이 길어지면 나중에 꼬일 것이라는 걸 알기에 짧게 한 것이다.) 결과는 합격. 그 분은 합격자 명단이 없던 걸로 기억한다. 이게 맞는 방법이라고 저자가 말해주어 어쩐지 신이 났다.

짧은 글에 익숙한 카피라이터라서 긴 글 쓰기 훈련이 필요하던 차에 <뽑히는 글쓰기>를 읽게 되었고, 그 시간이 알차게 채워졌다. 한여름 아이스라떼와 함께 읽기 시작한 이 책을, 어느새 따뜻한 라떼와 함께 마무리지을 만큼 시간을 찬찬히 두고 정독했다. 취준생이 아니어도 글 쓰는 데 막힘이 생겼을 때 펼쳐보는 책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