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히는 글쓰기 - 시험에 통하는 글쓰기 훈련법
최윤아 지음 / 스마트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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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놀라웠다. 우선 '시험에 통하는 글쓰기 훈련법'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다는 게 첫 번째 놀람이고, 글로 밥 먹고 사는 내가 글쓰는 방법을 따로 배운 적이 없었구나 깨달은 게 두 번째 놀람이다. 그래놓고 10년 이상을 글쓰는 사람으로 살아오다니, 분명 기적이다.

제목과 표지 내용만으로도 꼭 읽고 싶은 책이었다. 시나 소설, 희곡 등 문학 작법책은 꽤 있지만, '시험용', '입사용' 글쓰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언론사, 공기업, 대기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이 타겟이지만, 글쓰기에 대해 두려움이 있는 사람에게 불안감을 없애고 실전 노하우를 알려주는 유용한 책이라 생각된다.

글쓰기와 무관한 삶을 살아온 저자가 기자를 준비하면서, 그리고 합격 후 기자로 일하면서 익힌 글쓰기 노하우를 전수해준다니 그만큼 기대가 컸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글쓰기 방법을 만날 수 있었다.

눈에 띄는 건 '독자 수준별 맞춤형 글쓰기 노하우'였다. 글쓰기가 서툰 초급자, 글 좀 써본 중급자, 글쓰는 데 도가 튼 고급자에 걸맞는 조언들을 세밀하게 함으로써 개인 맞춤형 글쓰기 팁을 제공한 것이었다.

초급자에게는 감정을 빼고, 단정을 빼고, 기승전결을 빼고, 딴소리를 빼고, 반복을 빼자고 조언한다. 초급자가 저지르기 쉬운 것 중 하나가, 쓸 말이 없어서 앞에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또또또 feat. 우원재)
그러면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당장이라도 집어던지고 싶은 마음이겠지. 내가 이 시간을 써서, 왜 이런 글을 읽고 있어야 하나 자괴감이 들기도 하겠고. 그런 걸 경계하라는 것이다. '빼고, 빼고, 빼고'를 역설하는 걸 보면, 초보자에게 필요한 건 역시 주절주절하지 말고 '용건만 간단히' 쓰는 것이다.

중급자에게는 '더하기'를 주문한다. 형식, 사례, 비유, 재미, 숫자, 명언, 수미상관을 더해 글맛을 살리라고 말한다. 평범함에서 비범함으로 건너가는 특별한 방법을 안내한다. 일반적 형식을 바꿔보고, 다양한 사례를 더해 설득력을 높이고, 이왕이면 재미있게, 숫자로 객관성을 높이고, 명언으로 신뢰도를 높이는 것. 이것은 비단 시험용 글쓰기뿐만 아니라, 그 어떤 글쓰기에도 적용할 만한 좋은 팁이다.

고급자에게 필요한 건 '비틀기'. 고정관념을 비틀고, 팩트를 비틀고, 통계를 비틀어 나만의 통찰력을 만드는 것, 그것이 채점자를 감탄하게 하고, 감동하게 만드는 비법이다. 이 '비틀기'는 누가 봐도 객관적이고 설득력이 높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기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글쓰는 사람도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느껴지는 내공과 필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리고, 뒷부분엔 '합격하는 자기소개서' 쓰는 노하우와 면접 노하우까지 알려주었다. 그건 나도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알찬 내용이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다보니, 지원하는 회사에 걸맞게 자기소개서를 수정하거나 새로 작성해야 할 때가 가끔 있고, 또한 면접을 보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평범한 자기소개서에서 탈출하는 노하우를 알게 되었다.
면접 역시 짧고 명확하게 말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말을 하다보면 길어지고, 막히게 되고, 당황하게 되는 일을 꽤 많이 겪었던 듯하다.

실제로 얼마 전에, 고객패널 그룹면접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총 7명이 동시에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내 바로 옆에 있던 분이 어찌나 말을 길게 하던지, 면접관이 중간중간 시간을 보느라 휴대폰을 두 번씩이나 켜보더라. "내가 좋아하는 건 이겁니다." 왜 그 한 마디를 못하고, 당신이 아침에 눈 떠서 밤에 잠들기까지 하루 일과를 우리가 들어야 하나 싶었다.

그 분 혼자 5분 이상 이야기한 걸 거울삼아, 나는 30초에 끝냈다. "제가 좋아하는 건 OOO입니다. 그 이유는 ~~~" 이라고 두괄식으로 말했다. (물론 나는 말이 길어지면 나중에 꼬일 것이라는 걸 알기에 짧게 한 것이다.) 결과는 합격. 그 분은 합격자 명단이 없던 걸로 기억한다. 이게 맞는 방법이라고 저자가 말해주어 어쩐지 신이 났다.

짧은 글에 익숙한 카피라이터라서 긴 글 쓰기 훈련이 필요하던 차에 <뽑히는 글쓰기>를 읽게 되었고, 그 시간이 알차게 채워졌다. 한여름 아이스라떼와 함께 읽기 시작한 이 책을, 어느새 따뜻한 라떼와 함께 마무리지을 만큼 시간을 찬찬히 두고 정독했다. 취준생이 아니어도 글 쓰는 데 막힘이 생겼을 때 펼쳐보는 책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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