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된 장소에서 언더그라운드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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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21일 새벽 2시경 의문의 남자가 우리 아파트 16층에서 투신 자살을 했다.

난 다행히 그 날 근무가 아니었다. 아침에 출근하자 마자 전 날 근무조 분들은 나에게 그 소식을 알려왔다. 새벽에 아파트 보도 블럭 위에 있는 피를 치우고, 경찰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게다가 죽은 사람의 시체를 봐야 했다고 말이다. 그 분들의 충혈된 눈을 보며 비참했던 상황은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관리 사무소의 지시로 경찰들에게 그 남자가 투신 자살을 하기 위해 우리 아파트 입구에 들어 온 모습과 엘레베이터에 탄 모습이 찍힌 cctv를 USB에 저장을 해야 했다.

난 경비 초소에서 영상에 저장된 남자를 봤다. 40대 중반 정도, 스포츠 머리, 아래 위 색상이 똑같은 츄리닝 차림, 손에는 우산을 들고 있는 모습. 입구에 들어 올 때도 엘레베이터를 탈 때도 그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고 서성거림도 없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들어서고 내렸다.

그 영상이 녹화된 시각은 밤 12시 반 그가 투신 자살하기 전 1시간 반이나 미리 죽을 장소에 와 있었던 것이다. 영상을 보고 답답한 마음에 그 아파트로 올라가 봤다. 16층의 복도 창문을 열고 그 남자는 뛰어 내렸다. 그가 뛴 장소에는 여러 개의 같은 담배 꽁초가 뒹굴고 있었고, 창문 문턱에는 그의 발자국인 듯 어지럽게 신발 자국이 찍혀 있었다.

그는 도대체 1시간 반 동안 이곳에 서서 담배를 피며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이 동네의 모든 정보는 한 손에 쥐고 계시는 경비 반장님의 조사에 따르면 그는 이 아파트 주민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금산에서 이 곳으로 올라와 공장의 조그만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가 뛰어 내린 아파트 옆 동에는 그가 다니는 공장의 공장장이 살고 있고 말이다.

그렇게 그는 뛰어 내린 보도 블럭 위에 자신의 핏자국만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2011년 5월 30일 오전에 관리사무소의 지시로 사무실 옆 창고를 말끔하게 치워났다. 오전부터 힘든 일을 한 탓이어서 그런지 피곤에 쩔어 점심을 먹고 내가 치운 창고에 앉아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소장님, 과장님의 다급한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급히 달려나가 보니 직원들은 소방용 에어 메트를 들고 달리고 있었고, 소장님은 소리를 치며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달려 가고 있었다.

아파트 6층 베란단 난간에 젊은 아주머니 한 분이 뛰어 내릴려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바람이 불어서 인지 그 아주머니의 긴 머리카락에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가 않았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때문일까, 밑에 펼쳐지는 소방용 에어 메트 때문일까. 그 아주머니 갑자기 난간에서 자기 집 안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누가 신고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119 구급대, 경찰들이 출동 했고, 소장님의 지시로 나는 이 분들을 데리고 그 집으로 올라갔다. 문 앞에는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이 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두드려도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119 구급대원들은 자동 반사적으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장비를 이용해 현관 문을 뜯어내 버렸다. 그리고 안으로 번개 같이 들어갔다. 하지만 거실에는 사람이 없었다. 방문이 꽉 닫힌 작은 방을 향해 모두의 시선이 쏠렸고, 구급 대원들은 바로 그 문 역시 부수고 들어갔다.

부수고 들어 간 방에는 목을 멘 그 아주머니가 있었다. 밑에서 잡고 위에서 목을 멘 줄을 번개 같이 잘라 버렸다. 난 그 후덕지근한 날씨에 그리고 사람이 앞에서 목을 메고 있다는 사실에 완전 얼어 붙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벌벌 떨고 서 있기만 했다.

구급차에 실려 가는 젊은 아주머니는 집에서 흔히 들 입는 원피스 차림의 츄리닝이었는 데 목에 아주 빨갛게 목 멘 자국이 확연하게 나 있었다.

<통곡>은 저런 와중에 읽은 책이다. 사실 <통곡>의 섬뜩함을 느끼며 저런 일들을 접하며 여러 가지로 생각이 복잡했다. 더욱이 그러고서 읽은 책이 <약속된 장소에서>라서 더 더욱 그랬고 말이다. 투신 자살한 사람도, 자살을 시도한 아주머니도 <통곡>의 '그'도 <약속된 장소에서>의 옴진리교 신자들도 분명 공통점이 있다.

그것이 대체 무엇일까? 무엇이 서로가 연관돼 있는 것일까? 연결은 돼 있다고 직감적으로 느끼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지를 못하고 혼자서 계속 리뷰를 썼다 지우고를 반복했다. 그러다 <통곡>에 대한 내 추억이 떠 올라 리뷰를 한 편 써 버렸다.

<통곡>에서 '그'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고뇌에 짓눌려, 가슴에 구멍이 난 채 더운 여름 방황을 하며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자문하다가 자신을 위해 기도해 주는 소녀를 통해 신흥종교에 들어가고 거기서 자신의 믿음을 그 종교의 이야기로 대체해 버린다.

하루키가 <약속된 장소에서> 지적한 부분도 바로 저런 부분이다.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 지는 시대적 특성일 때 아사하라 쇼코라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지닌 자가 나타나 그런 사회 시스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을 흡수해 버렸다. 그리고 흡수된 사람들은 고뇌를 극복하고자 자신의 믿음을 쇼코가 만들어 낸 이야기에 '절대귀의'를 해 버렸다. 그것은 곧

자기 자신이 과연 어디까지 주체적으로 최종 책임을 지느냐 하는 점이죠.(중략) 그들은(옴진리교 신자들) 결국 그것을 구루나 교의에 떠넘겨버리는 겁니다. - <약속된 장소에서> 294쪽

투신 자살한 사람도 자살을 시도한 아주머니도 나도 어찌보면 이야기는 틀릴 지라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내뿜고 있는 이름모를 어두운 이야기에 끌려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은 나름대로 추측하자면, 죽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죽으면 인생은 리셋 된다. 아무런 고통도 없다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나도 잡지사 기자 시절 내 발로 일궈낸 360개의 거래처를 뺏기고 4류 기자라는 칭호만 얻은 채 사장에게 내쫓김 당할 때 그 감당 할 수 없는 분노에 한강 변에 가서 서 있었던 것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에 혼을 뺏겼던 것은 아닐까?  

또 나는 헌책방 시절 노조를 만든다고 사직서를 쓰고 일을 그만두라고 강요했던 사장에게 감당할 수 없는 분노에 또 저 죽음의 이야기에 혼을 뺏겼던 것은 아닐까?

또 나는 헌책방을 나온 후 취직하려고 기를 썼지만 넣는 이력서마다 퇴짜를 맞고 1년 동안 백수로 지내며 한 마리의 덜 떨어진 짐승처럼 집에 처박혀 스스로를 저주하고 있을 적에 난 저 죽음의 이야기에 혼을 마구 마구 뺏겼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전에도 또 그 후에도 항상 내 옆에서 나에게 조근 조근 이야기를 하던 저 죽음의 이야기 속에서 난 자유로웠을까?

하루키는 말한다. 그런 죽음의 이야기의 구조성에 대해

우리는 본능적으로 (중략)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의 한 겹 바깥에는, 혹은 한 겹 안쪽에는 또 하나의 다른 상자가 있을 거라고 잠재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런 이해가 우리 세계에 형체를 부여하고 깊이를 주는 것입니다. (중략) 그런데 옴진리교 사람들은 입으로는 '다른 세계'를 희구하지만, 실제 그들의 세계의 성립 방식은 기묘하게 단일하고 평면적입니다. 어느 부분에서 전개가 멈춰버렸어요. 상자 하나의 분량밖에 세계를 바라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약속된 장소에서> 295쪽

자살이라는 하나의 단편적이고 기묘한 상자 하나의 분량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바라본다. 물론 투신 자살한 사람의 그럴 수 밖에 없던 고민과 자살을 시도한 아주머니의 그 처절한 고통을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니다. 또 그럴 수도 없고 말이다.

다만 우리는 그리고 나는 그 누구도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마치 암묵적으로 알고 있다는 듯이 저 기묘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가 버려 있는 것은 아닐지 하고 추측을 해 본다. 

<약속된 장소에서>는 말한다.

우리는 여전히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가진 것을 버리는 동시에 이 세상을 살아가는 고통도 받아 들여야 합니다. 그러지 않는 사람은 진정으로 신용할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갈등이라는 게 사라져 버리니까요. - 298쪽

이 책을 읽으며 단순히 옴진리교라는 이해할 수 없는 컬트 종교에 대한 인터뷰 집이라고 느끼지 않았다. 결국 옴진리교가 발생된 뿌리, 그것을 지탱하고 있는 뿌리도 결국은 죽음이라고 하는 인간의 거대한 주제와 밀접해 있다.

사람들은 욕망이란 것이 다 채워지지 못할 때 그리고 고난이라는 것이 자신의 인생을 짓누를 때 자살이라는 죽음이 그것에 대한 해답인 것처럼 행동을 한다. 이 책에서 지적한 것처럼 자신이 그 고통을 감수하고 인내하고 가야하는데 그것이 인생인데, 그러지 않고 죽음의 이야기 모든 것을 절대귀의하고 자신의 믿음을 그곳에 바쳐 버린다.

그럼 그런 죽음의 이야기에서 회복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야오 : 작은 상자에 들어가서 자꾸 생각에만 잠기려고 할 때, 그것을 저지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인간관계입니다. 아버지나 어머니죠. 감정입니다. 그것이 작동하면 왠만해선 그런 조그만 상자에 들어 가지 않습니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질 테니까요.
하루키 : 균형감각이 작동한다는 뜻이군요. - 313쪽 

자살 시도를 한 아주머니는 며칠 뒤 관리사무소로 편지를 한 장 보내왔다. 자신의 경제적 상황이 너무 어려워져.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말이다. (이 집은 한 달 임대료 15만원이 3백만원이나 밀려 있었고, 가스비도 백만원이나 밀려 있었다.) 편지의 마지막에는 남은 것은 이 집 뿐이다. 그 집 만큼은 지키고 싶다고 편지지에 볼펜으로 꾹꾹 눌러서 썼다.

소장님은 그 편지를 읽으신 후 그 아주머니를 찾아가 대화를 하셨고, 소방대원이 열쇠고리들을 다 뜯어내 문이 완전 찌그러져 문을 잠그지도 못하고 민망하게 집 안에 있는 아주머니를 위해 현관 문을 공짜로 달아주셨다. (아파트 현관문은 70~80만원 정도 한다.)

나는 같이 일하는 전기 주임님과 함께 그 집에 올라가 열쇠를 달아 주라는 관리 사무소의 지시를 받았다. 우리가 열쇠를 달 동안 아무 말도 없이 계단에 앉아 힘 없이 있는 아주머니를 보며 괜히 우리는 아주머니에게 기분 좋은 이야기도 해 드리고 많이 웃어도 드렸다. 그리고 우리는 아주머니의 자살 시도는 전혀 모른다는 듯이, 열쇠를 고쳐드리고 말이다. 그런 우리에게 베시시 하고 힘 없이 미소를 짓는 아주머니를 보며 뭐랄까...마음이 정말 먹먹했다. 그래도 웃는 모습은 예쁘셨다.

그렇다! 지랄 맞고, 이해가 안 가도 웃으며 균형감각을 불 태우며 살아가는 것이다.

<약속된 장소에서>는 결국 내가 이해하고 싶은 대로 거칠게 읽어 버렸다. 다만 그 안에 있는 심도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깊이 있게 탐구할 작정이다.

하루키는 경고한다.

우리의 일상생활과, 위험성을 내포한 컬트 종교 사이에 가로놓인 한 장의 벽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얇을 지도 모른다. - 333쪽.

방심하지 말자. 절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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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6-09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자고(실은 잠 못 들고) 깨어있었던 보람이 있네요.
이렇게 연달아 님의 글을 보게 될 줄이야~~~^^

아웅~ㅠ.ㅠ
뭔가 댓글을 달았었는데...날라가 버렸어요.
전 모니터 끌어안고 연애는 그만 하고 자러갈래요.
굿 나잇~

루쉰P 2011-06-09 02:16   좋아요 0 | URL
하하 양철댁님 언제 들어와 계셨나요. ^^ 이 글을 수정 또 수정하고 있는 와중에 댓글을 남겨 주셨나봐요.

세상에 날아간 그 아까운 댓글...보고 싶어요~~

벌써 두 시에요. 얼른 푹 주무셔요. 너무 감사해요. ^^

쉽싸리 2011-06-09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험난한 5월 이었군요.

살아가면서 단편적 사고, 오해와 오독, 갈등, 가지기만,위선 등에 쉽게 빠지죠. 그것을 해결하기위한 지름길로 주로 엉뚱한 종교를 선택하는 난센스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경비실에서 악을 탐구하고 수양, 학습하는 루신P님 이야말로 절묘한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있는것 같아요. 속세의 한 가운데서 어떤 깨달음을 연마하는 것! 김성동 선생의 <만다라> 마지막 장면에서 결국 번화한 시장통으로 걸어들어가는 주인공의 뒷모습이 겹쳐집니다.



루쉰P 2011-06-10 11:43   좋아요 0 | URL
다사다난한 5월이었죠. ^^ 종교는 그 세월과 역사가 오래됐는데 그와 더불어 그릇된 종교도 즐비하게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근데 쉽싸리님의 말씀처럼 인생에서의 문제점, 힘듦의 부분들을 어떻게 인간이 돌파를 할 수 있는가? 그것에 종교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종교의 하인이 되는 인간'이 아닌 '인간을 위해 얼만큼 봉사할 수 있는 종교'인지도 중요한 것 같구요. 인간이 자기의 주체성을 잃어버리고 종교의 이야기에 빠진다면 그것은 안 믿는 것보다 더 악독하다고 생각해요.
균형감각이 있다기 보다는 계속 가질려고 노력 중입니다. 제가 균형감각을 가지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하루키는 진단해 줬어요. ㅋ 쉽싸리님 대화 많이 시켜주세요. ㅋ

대지의 마음 2011-06-09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지요. 삶을 사는 일이 매 순간이 달라지고, 매순간 감정도 다르게 달리죠. 현실을 넘어서는 뭔가 다른 세계가 있다고 믿다보면 현실감각이 사라지게 되고, 그러다 보면 과대망상에 사로잡히게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종교가 자리하게 되는 장소가 그 어름 아닐까요. 현실과 죽음의 경계 어디. 현실에서 죽음을 경험하게 해주는 게 종교가 아닐까요. 정신 차리고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사는 일이 쉽지 않을 때 저 쪽을 생각하게 되죠. 뭔가 쉬운 길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죠. 하지만 현실이라고 하는 것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삶의 외줄 타기를 견디지 못하는 정신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지요. 아무리 노력해도 돈이라는 놈에게 사로잡힌 삶은 좀체 곁을 주지 않죠. 저는 자살을 결심하기 까지 머리 속에 떠올렸을 수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대지의 마음 2011-06-09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히 앉아서 하는 생각은 자꾸만 구석으로 사람을 몹니다. 그것은 과대망상도 무엇도 아닌 무기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자살을 가장 많이 생각하던 20살 초반 제 자신의 자존감은 바닥을 기고 있었습니다. 당신 남편을 만났고, 연애를 했던 시절이었는데, 그 때 저는 얼마나 열등감에 시달렸는지 모릅니다.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부딪히게 되는 서로의 바닥이 상대방의 열등감을 건드리게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의 열등감이 격렬하게 부딪히게 될 때 생각은 극단을 달리게 됩니다. 그런게 사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는 거죠. 그것이 어른이 되는 통과의례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세상은 만만치가 않습니다. 어떤 것도 쉽게 허락하지 않지요. 그럼에도 움직이고 찾으려고 하면 보여주죠 삶이란 얻고자 하는 자에게 주어진다는 것을 그렇게 얻은 것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대지의 마음 2011-06-09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이 길어져 버렸네요. 또 일을 해야해서 이만 총총할게요. 오랜만에 시원하게 비가 내립니다. 더워지는데 지하의 텁텁한 공기에 폐가 상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군요. 혹 담배 피우신다면 자제 하시길....

루쉰P 2011-06-10 11:5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 항상 사자님의 글에서 힘을 얻어요. 녹녹치 않은 현실이 괴롭다고 눈을 돌려 그곳을 피하려할 때 그 현실을 도피한 값을 종교든 무기력이든 어디선가는 반드시 받게 돼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20대 때 계속된 좌절과 무너지는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인해 몹시 무서운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냥 없어지면 쉽지 않을까하고 말이죠. 근데 곰곰히 생각하면 그렇게 쉽게 사라진다는 것은 착각일 뿐, 죽는다고 모든 것들이 다 해결되고 깨끗해 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며 느끼고 또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20대 때 감수성 예민할 때는 느끼지 못 했던 것들을 30대에 들어서서 소소한 것에서 많이 느끼기도 하구요. 그리고 현실에서 격투를 하면 할 수록 제가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아버지도 변변치 않은 직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 그렇게 고생하셨구나. 어머니도 그 없는 돈에 나를 위해서 쓰기 위해서 대 고투를 하셨구나. 하는 그런 마음이요. ^^
부모님의 주름을 보며 제 마음도 짠 해지는 것을 많이 느껴요. 그러다 보니 비루한 현실이라도 더 싸워야 겠다는 그래서 부모님들께 은혜를 갚고 싶다는 그런 각오를 많이 합니다.
며칠 전에는 중랑천에서 걷는 운동을 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조깅화 프로스펙스 W를 사드렸는데 주변 아주머니들로부터 중랑천 패셔니스타로 칭찬 받았다고 즐거워 하시는 어머니를 뵈면서 이런 것이 사는 즐거움 이지 않나 하고 많이 느껴요. ㅋ
지하에서 담배 피는 거 어떻게 아셨나요? 역시 사자님은 날카로운 눈매는 대단하십니다. 저 오늘부터 나가서 핍니다. 반드시요. ㅋ

후애(厚愛) 2011-06-09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 뭔가 오해하신 것 같아서 오해 풀어드리려고 왔는데 어떻게 풀어드려야 할지 고민하다가 댓글만 남기고 갑니다^^;;

루쉰P 2011-06-10 11:57   좋아요 0 | URL
ㅋㅋ 오해는 이미 풀렸죠. 미쿡에서 옆지기들과 즐겁게 지내셔야 돼요. 아유 부러워요...^^

꼬마요정 2011-06-09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먹한 가슴 부여잡고 넋을 잃고 보다가 정신 차리고 댓글 남깁니다. 견딜 수 있을만큼의, 살아갈 수 있을만큼의 고통만 찾아온다면 좋겠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또 정신 차리고 버티면 살아지는 거고, 웃는 날도 오겠지요.

루쉰P 2011-06-10 11:59   좋아요 0 | URL
저도요!! 버틸 수 있을 만큼만 온다면 너무나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현실은 그러지 못해서 안타까워요. 근데 내가 못 버티겠다고 생각하며 그래도 이를 악물고 버티고 이겨내면 다음 번에 그보다 낮은 고통은 웃으며 넘길 수도 있고, 내성이 생겨서 또 더 큰 고통이 와도 이를 악물고 또 버틸 수 있는 경험이 되는 것 같아요. ^^ 괜히 제 리뷰가 꼬마요정님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지 않았는지 걱정되네요. 우리 웃으며 살아요!! 전 오래 살거거든요. 벽에 똥칠할 때까지요. 풉!!

감은빛 2011-06-10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짧은 기간에 두 차례나 그런 일을 겪으셨으니, 충격이 컸겠어요.
저는 10대였을 때, 가장 많은 자살충동을 느꼈어요.
20대 이후에는 아무리 힘드어도 자살을 생각해보지는 못했어요.
죽음으로서 현실을 회피하는 거, 가장 쉬운 방법이잖아요.
오히려 열심히 그 힘든 현실을 헤쳐나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가 2권짜리 책인가봐요.
일단 찜해놓고 있겠습니다.

루쉰P 2011-06-10 14:26   좋아요 0 | URL
네 ^^ 너무 심한 충격이었죠..사실 자살한 사람들이 많다고 뉴스는 많이 봤지만 직접 보기는 처음이라서..저도 그래요! 절대 회피하지 않을려고 합니다! 기를 쓰고 살아 볼려구요. ^^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는 옴진리교 피해자 측 인터뷰 집이구요. <약속된 장소에서>는 옴진리교 신자들에 대한 인터뷰 집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좀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ㅋ

노이에자이트 2011-06-10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접 겪은 일을 아사하라 쇼코 이야기와 절묘하게 배합하여 쓴 글이 절묘하네요.자살까지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하고 짐작해봅니다.

루쉰P 2011-06-10 22:08   좋아요 0 | URL
절묘하다고 해주시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

네, 저도 그 부분이 정말 안타깝더라구요. 왜 죽음이라는 것까지 가지 않으면 안 되었는가..정말 속상했어요..

후애(厚愛) 2011-06-11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주말 되세요~ ^^

루쉰P 2011-06-12 09:42   좋아요 0 | URL
대박 즐겁게 일요일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혼자서...ㅋㅋㅋ

후애(厚愛) 2011-06-12 10:19   좋아요 0 | URL
일요일도 근무를 하시다니... 좀 쉬시지.. 부지런하십니다^^

아이리시스 2011-06-12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가는 서재마다 P님이 계셔서 피할래야 피할 수 없었습니다. 덕분에 대박 즐겁게 서재질을 하고 있습니다. 반가워요! 이 글에는 좀 안 어울리지만..ㅠㅠ

루쉰P 2011-06-12 18:12   좋아요 0 | URL
아하하 ^^ 이런 오늘 하루 종일 근무를 하다보니 서재를 다니며 기웃거리고 있거든요. 반갑습니다. 아이리시스님 ^^ 제가 그렇게 열심히 돌아다니 어쩐지 눈도 좀 뻐근하고 그렇더라구요. 헤헤 그래도 여러 서재를 다니며 배우는 것이 많아서요. 저도 다른 분들 서재에서 몇 번 뵌 것 같아요. ㅋ
잘 오셨어요. 헤헤

산사춘 2011-06-13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줄 보고 전 소설 얘기인줄 알았어요.
소설보다 더 센 현실을 직면하면 여직 당황하네요.
저 따위가 감히 할 말이 없을만큼 먹먹합니다.

루쉰P 2011-06-14 08:43   좋아요 0 | URL
복잡하고 말이 안 되는 치열한 현실을 순간 순간 찍어내서 글로 만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저 따위시라뇨. 저랑은 틀린 현실이겠지만 그 속에서 또 고투하고 싸우시는 산사춘님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오셔서 반가워요. ^^

마녀고양이 2011-06-14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종이 한장 이라는 문구에 공감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처해진 상황을 선택하기는 어렵지만,
그 안에서 자신의 태도는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합니다. 아마
빅터 프랭클의 작품을 읽으셨으니 아시겠지만 말이죠.
좋은 글이네요, 뒤늦게나마 읽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갑니다~

루쉰P 2011-06-14 21:42   좋아요 0 | URL
역시 마고님의 한 줄이 제 마음을 후비네요. 그쵸, 상황은 선택하기 힘들어도 태도는 선택할 자유는 있는 것이죠. 빅터 프랭클을 읽어 봤다고는 하지만 마고님의 수준은 아니에요.
시험을 치루고 몸을 가누기 힘드실텐데 여기까지 들려주시고 너무 감사해요. ^^ 몸 좀 추수리세요.

파고세운닥나무 2011-06-15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자로 [규범성의 원천](크리스틴 코스가드 저, 강현정 책임 번역)이 출간됩니다! 지금 제손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네요^^
지난주 토요일에 결혼하고 1박 2일간의 조촐한 신혼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컬럼비아에 들어가기 전에 애틀란타에서 3일을 보내는데 그시간을 신혼여행으로 삼으려구요.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덕분에 책출간을 보고 미국에 가게 되네요.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합니다.

루쉰P 2011-06-15 19:47   좋아요 0 | URL
지금 스마트 폰으로 봤습니다 ^^ 그 책 구입 들어갑니다 ㅋ 결혼식 때 참여를 못했으니 부주로 생각해 주세요 이따 더 댓글 남길께요 ㅋ 정말 완전 축하드려요 ㅋ

파고세운닥나무 2011-06-15 20:39   좋아요 0 | URL
출판사에서 보낸 책이 지금은 제 손에 있답니다^^ 곧 판매도 되겠네요~

루쉰P 2011-06-16 11:38   좋아요 0 | URL
아 그래서 알라딘에서는 검색이 되지를 않는군요. ㅋ 언제 쯤 판매가 될지 기대가 되네요. 애틀란타에서 신혼여행이라 파고세운닥나무님이나 와이프 되시는 분이나 정말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실 것 같아요. 저도 그런 결혼을 하고 싶네요. ^^
아무튼 미국에서도 마음 먹으신데로 공부도 잘 하시고 또 자주 알라딘에 오셔서 글도 많이 남겨주세요. 독서류파가 맞는 분을 어렵사리 만났는데 저 멀리 미쿡으로 가신다고 하니 좀 서운함 마음이 있네요. ^^
저도 한국에서 <규범성의 원천>을 보며 저의 규범성을 좀 찾아봐야 겠어요. 정말 정말 축하드려요. 헤헤

파고세운닥나무 2011-06-17 18:18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서 지금 검색이 되네요^^ 학술서라고 5% 할인밖에 안되네요~
구입하신 금액이 저희들에게 오면 좋겠지만, 그렇질 않다네요. 워낙 그쪽 시장이 어려워서 그저 출판사로만 가나봐요. 이번에 번역 마치고 아내는 돈한푼 못 받았네요^^;
쉽지 않은 책이지만 전공자인 아내 말로는 윤리학 쪽에선 상당히 중요한 책이라고 합니다. 읽어보시면 저희들의 노력이 느껴지실지도 모르겠구요^^

루쉰P 2011-06-18 02:19   좋아요 0 | URL
지금 댓글을 확인하고 알라딘에 상품 구입 신청을 했습니다. 흠...출판사에서 번역료를 한 푼도 주지 않는다. -.- 영 불편한 진실이네요. 하여간에 우리나라는 번역자에 대해 너무 처우가 개판이에요.
윤리학에 대해서 항상 관심은 많았는데 이번에 이 책을 보며 한 번 사색을 해봐야 겠어요. ㅋ 하여튼 너무 감사합니다. 책 나오는 거까지 이렇게 자세히 가르쳐주시고요. 열심히 읽고 파고세운닥나무님의 노력을 뼈속 깊이 느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정말 기대되용 ㅋ

하늘바람 2011-06-18 10:34   좋아요 0 | URL
번역을 했는데 번역비를 못받다니요 그런 경우는 없을 것같아요. 에효
결혼 축하드립니다

하늘바람 2011-06-18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스에만 나와도 가슴떨리는 일을

이럴땐 멀쩡한 사람도 마음이 흔들립니다
밝고 즐거운 책을 읽으셨으면 해요

루쉰P 2011-06-22 14:04   좋아요 0 | URL
네 ^^ 감사합니다. 여러 가지로 머리가 복잡하네요. 밝고 즐거운 책은 저도 항상 읽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근데 제 안의 어둠이 밝고 즐거운 것도 칙칙하게 만들어 버리지 않나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ㅋ
걱정해 주시는 만큼 절대 밝고 성실하게 살께요! 안심하세요. ㅋ

루카스 2014-10-06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이지 않는 인간`에 대한 글을 읽고 여기까지 들어왔네요.^^ 처음 댓글을 남겨 봅니다. 제 마음을 움직이는 진솔하고 묘한 느낌의 글이었어요.

루쉰P 2014-10-07 13:30   좋아요 0 | URL
묘하다니 참 좋은 표현이네요 ㅎ 하기사 저의 인생도 묘하다고 할까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원래 흑인 문학을 참 좋아합니다. 마틴 루터 킹 선생님도 무척이나 좋아해요. 의외로 흑인 문학이 많이 번역이 안 되어 있어서 읽을 게 몇 개 안 되는 데 `보이지 않는 인간`은 좀 지루할 수도 있지만 우리 나라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흑인 문학이라 읽게 되었어요.
낮은 주파수 란 표현도 무척 좋아구요.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