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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9
샬럿 브론테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평점 :
이 책은 줄거리는 아는데 도통 읽은 기억이 없다. 첫 장을 넘기고 두 번째 장을 넘겨도 읽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영문학 시간에 다뤘었나보다. 왜 그때는 문학이 내게 안 맞고 익숙치않게 느껴지고 어렵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아마 분석하고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려는 여러 작업들이 부담스러웠었나보다. 다시 대학에 간다면 문학수업을 열심히 듣고 싶다.^^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으면 솔직히 뭐라고 서평을 써야할지 망막하다. 다시 내 가슴을 연애할 때와 같이 콩닥콩닥 뛰게 만드는 책에 대한 평을 어떻게 써야할지 망막하단 말이다.
<제인 에어>는 어려운 환경을 딛고 바르게 성장해 부유하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과 결혼을 한다는 내용이다. 남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여성이 남성을 거부하고 선택했다는 점이 당대에는 대단한 센세이션을 일으켰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조차 거부했던 사회였고 그래서 많은 여성작가가 남성필명으로 책을 출판했을 때였으니 이 책이 나왔을 때 반응이 어땠을지 안봐도 훤하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둘의 로멘스와 사건 때문에 정신없이 몰입해서 읽어나갔는데 다 읽고 현실로 되돌아왔을 때는 좀 끔찍하게 여겨졌다. 남편 될 사람에게 이미 부인이 있었고 그 부인이 미쳐서 갚혀지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난 제인 에어처럼 차분하지 못했을 것 같다. 이건 사기다. 사기. 나하고 20살 차이가 나는 사람에게 사랑을 느낄 수 있을까? 물론 사랑 앞에 여러 장애도 극복이 된다지만 내겐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여겨진다. 학창시절 배낭여행 중에 로마를 들렀고 그 때 만났던 한 사람이 내게 사랑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난 대답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사랑에는 형태가 없다. 내가 이 작품 속 사랑이 맘에 들지 않더라도 이 사랑도 그들에게는 고결하니 내 잣대로 평가하지 않으련다.
로체스터의 캐릭터가 터프하고 극적이고 야성적인 것 같다. 그런 남성다움(?)에 더 끌려서 책을 몰입해서 읽었을지도 모른다. 로체스터를 사랑한 제인 에어가 그의 정부로 남지 않고 떠나기로 결심하고 몰래 그를 떠날 때 가슴이 아렸다. 자신이 사랑한 사람을 포기하고 떠나는 그녀의 의지가 놀라웠다. 나라면 그냥 떠나지 못하지 않았을까? 그런 그녀가 친척으로부터 받은 유산으로 부자가 되었고 로체스터는 사고로 앞을 못보게 되고 한쪽 팔을 잃었다. 그리고 그의 부인도 사고로 죽었다. 그때 제인 에어는 그를 찾았고 그를 선택한다. 과거와 달리 자신이 좀더 나은 입장에 섰을 때 그를 선택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로체스터가 제인 에어에게 떠나지 말라고 간절히 애원하는 부분에서 영원히 자신의 사랑이 변치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부분에서 또 다시 생각에 빠졌다. 사랑을 다룬 책이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사랑하는 연인들은 죽음이 갈라놓더라도 서로를 영원히 사랑한다고 한다. 난 항상 그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물론 현실로 돌아간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고 그런 사랑에 실망하고 그런 작품을 보는 관객들은 더 이상 사랑이란 소재가 되는 작품을 보지 않으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품의 뒷이야기, 계속되는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을까? 정말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면 우리들이 이렇게 간절히 소망하지도 않을 듯하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나는 매일 기도한다. 우리 남편과 평생을 사랑하며 살게 해달라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