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 개정판
홍세화 지음 / 창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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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사회를 보고 싶어" <p.52>
 
이 책은 홍세화씨의 자서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한국의 지성인 중에 한명이 프랑스에서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망명자가 되어 택시기사를 하며 현실과 치열하게 싸우며 사는이야기 그리고 고국에 대한 그리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책.
 
'똘레랑스'
오빠가 자주 말하던 저 단어.  불어를 모르는 나는 저 단어의 의미를 몰랐다. 
 
똘레랑스란?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및 다른 사람의 정치적.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존중을 뜻한다.
 
이 저자는 한국에는 정이 있는 사회라면 프랑스에는 똘레랑스가 있는 사회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 똘레랑스가 필요할 듯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읽어나갔다.
 
어찌보면 지금의 나와는 거리가 먼~ 우리 아빠 세대 이야기이다.  군사정권이 들어서고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대학생들을 무차별적으로 잡아다 고문하던 시절.   우리 아빠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난 한번도 아빠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저 주위에서 들려준 것과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들은 기억밖에는...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도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읽어도 괜찮은 책인가?  혹시 의심을 받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잠깐 들다가 피식 웃었다. 
 
다른 친구들은 국회의원이 되어있는데 자신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프랑스에서 택시 운전을 하고 있으며 간절히 책을 읽고 있지만 그에게는 사치에 불과한 처절한 현실.
 
한인사회에서도 간첩이라고 의심받아서 철저하게 외면받으며 살던 그의 생활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지만 분노와 원망스러움이 아니라 담담하며 재치있게 써내려갔다.  머릿말 부분이 특히 유쾌하게 쓰여져 있어서 읽는 사람으로부터 즐거운 마음이 들게 하였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과 같은 배경이지만 다른 느낌의 책.  아무래도 저자가 프랑스에 몸담고 있어서 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걸 느끼기도 했지만 그 중에 한가지는 정말 내가 무지하다는 느낌.  대졸, 대학원졸이면 적어도 지식인에 속해 있어야하는데 너무나 부족하고 무지하다는 느낌을 떨칠수가 없었다.  학과공부에만 전념을 해서?하고 말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앞으로 많은 책을 읽고 싶다.
 
이 저자는 결국 그토록 그리던 한국땅에 발을 디딜수 있었다.  오빠말에 의하면 우리학교에서 강연도 했다고 한다.  난 도대체 어디에 있었던거야?  알았다면 홍세화씨한테 싸인이라도 받으러갈껄.^^

옛날에 서당선생이 삼형제를 가르쳤겠다.  어느 날 서당선생은 삼형제에게 차례대로 장래 희망을 말해보라고 했겠다.  맏형이 말하기를 나는 커서 정승이 되고 싶다고 하니 선생이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그럼 그렇지 하고 칭찬했겠다.  둘째형이 말하기를 나는 커서 장군이 되고 싶다고 했겠다.  이 말에 서당선생은 역시 흡족한 표정을 짓고 그럼 그렇지 사내 대장부는 포부가 커야지 했겠다.  막내에게 물으니 잠깐 생각하더니 저는 장래 희망은 그만두고 개똥 세 개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했겠다.  표정이 언짢아진 서당선생은 그건 왜?  하고 당연히 물을 수밖에.  막내 말하기를, 나보다도 글 읽기를 싫어하는 맏형이 정승이 되겠다고 큰소리를 치니 개똥 한개를 먹이고 싶고 또 나보다도 겁쟁이니 둘째형이 장군이 되겠다고 큰소리치니 개똥 한개를 먹이고 싶고... 여기까지 말한 막내가 우물쭈물하니 서당선생이 일그러진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질렀겠다.  그럼 마지막 한 개는 하고.  "생님꺼죠.  맏형과 둘째형의 그 엉터리 같은 말을 듣고 좋아했으니까 그렇죠." <p.237>

 

이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이 저자의 할아버지는 "그런 이야기를 서당선생에게 할 수 없다면 앞으로 세 번째의 개똥은 네가 먹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댄다.  나는 도대체 몇개나 먹은 거지?  ^^

 

군더더기 없는 그의 글쓰기 덕분에 마지막 책장까지도 기분좋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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