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이 책을 읽고 있었다. 책장을 덮고나자 괜히 으슬으슬해서 얼른 안방으로 갔다. 학교다닐 때는 이 정도의 책은 아주 쉽게 읽고 받아들이고 때론 즐기기도 했는데 결혼하고 아기엄마가 되니 부정적인 내용이나 자극적인 것은 가려서 안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도 약간은 거부감이 있었다. 그 전에 읽었던 책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배은망덕' 한 사람 난 히스클리프를 그렇게 칭하고 싶다. 물론 그가 어린시절에 힌들리한테 많이 억울한 일을 당하고 폭행을 당했을 때는 너무 가엾다는 생각에 책속에 뛰어들어가 힌들리를 마구 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캐서린의 대한 그의 사랑이 폭풍처럼 불행을 가져온 그가 싫어졌다. 그만 해도 되지 않을까? 이쯤에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를 데려와 키운 사람을 위해서라도 그쯤 멈췄어야한다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에밀리 브론테는 사람이 환경에 의해서 성품이 변한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타고난 품성이 더 많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그런 생각을 했다. 그 실험대에 히스클리프를 올렸고 그 다음에 헤어튼을 올렸다. 히스클리프는 자신이 악한 환경에 있었기에 성격이 그렇게 변했다고 생각하고 자기를 괴롭힌 힌들리의 아들 헤어튼을 자신과 똑같은 환경에 처하게 한다. 힌들리가 히스클리프에게 했던 학대는 하지않았지만 전혀 지적능력을 키워주지 않았고 악한 말을 하게 하고 게으르게 키웠다. 그런 헤어튼을 보는 걸 즐겼지만 결국 헤어튼은 자신의 타고난 부드러운 성품으로 히스클리프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한다. 캐서린의 격정적인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보았다. 나도 화가나서 미친듯이 발작하며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씩씩거리는..... 화를 낼 때는 '폭풍의 언덕' 캐서린, 평소는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캐더리나같다. 그런 나를 신랑이 길들인 거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온순해졌다. ^^ 내가 에드가같이 부드러운 남편을 만나서 내 성격이 누그러진 것 같다. 그러면 나는 결혼하면서 드러시크로스 저택으로 온 캐서린인가? 히스클리프는 최고의 악당이다. 그리고 싸이코다. 폭풍의 언덕은 로맨스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히스크리프와 캐서린의 사랑을 사랑이라고 해야하나? 그의 복수가 진저리쳐질만큼 무섭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던 것 같다. 이 책의 저자인 에밀리 브론테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너무너무 궁금해졌다. 평범한 얼굴에 폭풍같은 내면의 세계가 있는 사람이었을까? 그만 쓸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