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메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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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지 벗긴 알맹이

내가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은 딱 저 표현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책 속 인물들은 거창하지 않아서 좋았다. 지금 내 옆에 있는 평범한 인물들처럼 느껴진다고 할까?

SNS에서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성공하고 대단한 사람들만 있는 듯해서 불편한데, 다자이 오사무의 인물들은 편안하다.

가식적이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거드름과 겉치레 포장지를 벗긴 알맹이처럼 투명하게 여러 군상들을 그렸다.

지금은 이 누에한테 파먹힌 뽕잎 같은 도쿄시 전체를 바라보아도, 거기 사는 사람들 각각의 생활 모습만 그려진다. 아무 풍취도 없는 이런 빈 들판에 일본 전역에서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들고, 땀투성이가 되어 밀치락달치락, 한 뼘 땅을 다투며 일희일비, 서로 질시 반목하고, 암컷은 수컷을 부르고, 수컷은 그저 반미치광이가 되다시피 돌아다닌다. 92쪽

이 책을 통해서 전래동화를 내 식대로의 수정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되었다.

뭔가 대단한 주제가 아니라 기존에 알던 전래동화를 풀어낸 그의 글쓰기에 즐겁게 책을 읽었다.

그 인물들이 일그러진 모습을 띄고 있어서 당황할 수 있지만 우리들 마음 한켠에는 그런 모습도 있지 않은가?

재밌게 읽다가도 다자이 오사무는 여성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은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혀 잘린 참새>의 할머니, <혹부리영감>의 부인, <카치카치산>의 토끼 등의 여성성을 가진 인물들은 냉담하거나, 엽기적이거나, 여러모로 비호감이 가득하다. 조금 과장하긴 했지만 분명히 내 모습도 있는지 모른다고 뜨끔하면서 책을 읽었다.

제 싸움. 그건 한마디로 말하면, 낡은 것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진부한 거드름 피우기에 대한 싸움입니다. 빤히 들여다보이는 겉치레에 대한 싸움입니다. 쩨쩨한 것, 쩨쩨한 사람에 대한 싸움입니다. 290쪾

아아! 살아간다는 건, 내키지 않는 일이야. 특히 남자는 괴롭고 슬프지. 아무튼 무엇이든 싸워서, 그리고 이겨야만 하니까요. 292쪽

선을 행할 경우에는, 언제나 사과하면서 해야만 한다. 선만큼 타인에게 상처 입히는 건 없으니까 - 발레리 - 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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