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수업 - 온전한 나와 마주하는 시간에 대하여
김민식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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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작은 우주라 불리는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살면서 각기 다른 깊이와 느낌으로 인생을 배웁니다. 대개 나이와는 관계없이 그 정도의 차이가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자 김민식 PD와 나이는 비슷한 50대이지만 삶의 궤적은 비슷한 듯 사뭇 다름을 발견합니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아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매정한 어머니의 모습이 왠지 낯설지만은 않고, 학교에서 당한 괴롭힘을 하소연도 못 하고 끝내 참아내야만 했던 점도 비슷합니다.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어 벌써 다섯 권이나 책을 펴낸 작가이면서도 사실 책이 좋아서가 아니라 친구가 없어 책을 가까이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연은 가슴 뭉클합니다.

 

살아가면서 문득 돌아볼 수 있는 날들이 중요합니다. 어느 길에서 이름을 불러주고 내팽개친 꿈을 붙들어 주고 그 누구의 편도 아닌 내 편이 되어준 사람에 대한 기억. 그 순간에는 몰랐을 테지만 그런 날들은 우리와 오래도록 함께하죠. (51)

 

책 제목이 <외로움 수업>입니다. 프랑스 정부가 외로움을 관리하는 정부 부서를 둘 정도로 외로움은 일찍이 인류가 겪지 못했던 질병의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저자의 어릴 적 아픈 추억과 어른이 된 이후에 겪는 쓰라린 경험 이후 찾아온 외로움을 통해 우리 각자에게 다가올 외로움의 시간을 어떻게 해야 잘 견딜 수 있을지를 배워봅니다. 가수 게리 무어의 <Loneliness is my only friend>라는 팝송 가사처럼 외로움과 사이좋은 친구가 되는 법을 전수합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24년간 잘 다니던 회사를 하루아침에 그만둔 사람이라면, 그 충격으로 어딘가 잘못되고 정신이 피폐해져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성격이 강인해서가 아니라 유약했기에 바람맞은 갈대처럼 휠망정 부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폭력과 왕따로 영혼에 상처를 입고 나약한 자신을 탓하고 미워할 법도 하건만, 저자야말로 그 외롭고 힘든 시간을 잘 견뎌왔기에 오히려 조금만 더 시간을 갖고 용기를 가져보기를 권유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은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환영받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가장 큰 복병은 주위 사람들이지요. 한 번 사는 인생, 내 인생은 내가 살지 남들이 대신 살아주지 않아요. 누가 그러거나 말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도전해 봐야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고요. (82)

 

저자는 몸과 마음이 힘들어 은퇴를 결심한 시기에 책 읽기에 몰두하고 오랫동안 블로그에 서평 글을 올립니다. 서평 작가들은 책을 많이 읽어 내공이 적잖이 쌓인 분들이라 서평 에세이야말로 괜찮은 자기계발서라고 합니다. 자기 얘기를 쓰는 것보다 더 많은 필력을 요구하고, 자기 얘기와 서평을 결합해 유쾌하게 풀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남았을지 모를 노후에 그동안 읽지 못했던 고전을 읽고 서평을 써보자고 합니다. 안 그래도 개인적으로 수년간 이어온 서평 쓰기 작업에 지쳐서 좀 쉬어볼까 했는데, 힘들면 쉬었다 가지 아예 그만두지는 말자고 생각을 고쳐먹어 봅니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 역전마다 힘을 실어준 책들을 간략히 소개 인용합니다. 80년대 학번이 갓 취업한 세대였을 때 당시 50대 선배들이 IMF 구조조정으로 대거 정리해고되었던 사례를 다룬 <세습 중산층 사회>가 눈에 뜨입니다. 돌고 도는 역사 때문일까요, 세월이 흘러 선배들이 물러난 자리를 차지했다가 이제 그들처럼 물러나는 역사를 반복하게 됩니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추고 역사상 최악의 취업 경쟁을 통해 단련된 20, 30대 후배들에게 새로운 시대를 맡기고 물러나는 선배가 된 것입니다. 저 역시 그런 나이가 되고 보니 저자의 처지가 피부로 다가옵니다.

 

누구도 나를 도와줄 수 없고, 나의 고통을 대신할 수 없을 때, 그 순간 가장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까요? 사람이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이 외로움이랍니다. (199)

 

저자가 주는 버릴 것 하나 없는 귀중한 조언들 가운데 특히 눈이 가는 다독의 비결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읽을 책은 직접 골라야 합니다. 필독 도서라는 유혹을 뿌리치고 제목으로 말을 걸어오는 책을 고르되 표지와 책날개의 저자 소개를 참고합니다. 둘째, 책을 쌓아놓고 읽으면 흥미를 유지하면서 독서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셋째, 책을 읽고 기록을 남깁니다. 간단히는 읽은 날짜와 제목, 저자만 기록해도 좋습니다. 마음을 움직인 글귀를 적다 보면 훌륭한 서평이 됩니다. 도서관 이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데 고맙게도 학교 도서관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여건입니다.

 

평생 일을 하며 배운 것을 다른 이들과 나누며 사는 것, 제가 꿈꾸는 노후의 삶입니다. 이제껏 성실히 살아온 당신의 경험을 나누고 싶지 않은가요? 우리에게는 같이 놀고 공부하며 일할 친구들이 꼭 필요합니다. (217)

 

지금껏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저자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마음 따뜻해지는 조언을 듣고 보니 참으로 많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킵니다. 인생이란 게 더 바랄 것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뒤통수를 쳐오는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고 우리는 그냥 잠깐씩 행복한 거라면서, 그래도 책을 읽으며 저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위로와 희망을 얻어 인생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고난과 시련도 선물 같은 하루라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에 내 마음도 다시 한번 추슬러봅니다. (2023-01-30)

 

#에세이 #외로움수업 #김민식 #자기계발 #생각정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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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수업 - 온전한 나와 마주하는 시간에 대하여
김민식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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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마음 따뜻해지는 인생 조언. 그러니까 우리 외로워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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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의 눈으로 보면 녹색지구가 펼쳐진다 - 지구환경의 미래를 묻는 우리를 위한 화학 수업 내 멋대로 읽고 십대 7
원정현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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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의 환경을 둘러보면 자연물보다 인공물이 훨씬 더 많다.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자연물이라 해봤자 정원의 흙과 나무가 고작이다. 극단적인 예로 우리는 병원에서 태어나 화장장에서 생을 마감하는데 이 또한 인공물이다. 일상에서 먹고 마시고 잠자고 활동하는 모든 영역에 화학제품은 너무나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화학제품이 아닌 것을 찾기가 더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화학제품을 사용해서 얻는 편리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으며, 그 편리함에 취해 스스로 환경을 해쳐왔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았다. 쓰레기 섬이 등장하고 지하수와 모유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고 기상 이변에서 기상 위기로 격상된 요즘에서야 후손에게 물려 줄 지구환경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이쯤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인류는 과연 화학제품을 포기할 수 있는가? 너무 늦어 포기할 수 없다면 대안은 있는 걸까?


저자의 간명한 논지는 서문에서 잘 밝혀놓았다. 지구환경을 되살리는 방법으로 화학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지구 생태계를 둘러싼 화학물질의 정체를 파악하고, 가장 유력한 해법은 물질 순환 회복에 있음을 알리며, 이를 실천에 옮기려면 지구 생태계 작동의 원리부터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환경오염의 주범은 인간이며 그 주된 방법은 화학이니 해결 역시 화학적으로 해결하자고 한다. 자승자박(自繩自縛)과 결자해지(結者解之) 두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이 책은 전체 4부 12장으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합성계면활성제, 플라스틱, 방사성 물질 등 일상에서 만나는 화학물질을 알아보고 그에 관한 지식을 쌓는다. 삼푸, 비누, 교복, 운동화, 의복 등의 재료로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이점을 주는 플라스틱이 해로운 이유는 끊어야 할 결합 사슬의 수가 너무 많은 고분자 화합물이며 분해되는 500년 동안 미세 플라스틱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2부에서는 일상에서 지구 전체로 시야를 넓혀 발생 이력, 무너진 복사평형, 토양 방출, 해양 산성화 등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대기, 땅, 바다에 끼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전기와 열, 철강과 시멘트, 화학제품 등 화석 연료를 사용한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지난 140년간 지구의 평균 기온을 1.5도 이상 올려놓았다. 이러한 지구온난화의 결과 영구동토층 해빙과 해수면 상승, 해양 산성화 현상이 일어났다. 


3부에서는 지구 시스템의 관점으로 환경 문제에 접근해본다. 앞서 다룬 내용을 물질 순환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환경오염 문제에 접근하는 데 필요한 판단 기준을 만들어 본다. 지구는 지권, 수권, 기권, 생물권, 외권이 상호작용하며 균형을 유지하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산소 호흡을 하는 생물의 출현으로 지구는 물질의 순환고리가 형성되었는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게 될 환경오염이란 인류가 화석 연료를 이용하면서 이 고리가 깨진 결과이다. 저자는 생태계의 네 가지 법칙에서 해법을 찾는다. 북미 인디언의 ‘미타쿠예 오야신’(우리는 모두 연결되었다)라는 말처럼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으며, 모든 것은 반드시 어딘가로 가게 되어 있고, 자연에 맡겨두는 편이 가장 나으며,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하니 공짜 점심 따위는 없다는 것이다.


4부에서는 지구 시스템의 순환고리 회복을 위해 과학자, 정부, 기업, 민간단체가 기울이는 노력을 살펴본다. ‘지속 가능한 화학’이라 불리는 녹색화학은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생분해되는 반응물, 자연의 방법을 따르는 유기 촉매, 폐기물의 양을 줄이는 대체 용매를 사용하여 폐기물 생성을 줄이고자 한다. 탄소중립은 비정상적으로 많이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줄이고 과잉 배출된 탄소를 회수하여 실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CO2 세계 최대 생산국인 미국은 환경보존을 강조하면서도 아직도 기후협약(교토의정서)에 서명하지 않고 있다. 탄소중립의 실현을 위한 ESG 경영 실천의 여부가 기업 평가의 새로운 척도가 되고 있다. 



저자는 지구환경을 위해 우리가 실천할 방법을 제시한다. 플라스틱 제품을 구입하는 선택의 순간에 지구의 물질 순환을 떠올림으로써 물건을 덜 사고 덜 버리자.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참여하여 썩는 제품을 사용하고, 재활용과 재사용 제품을 쓰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불필요한 물건을 거절하는 5R 실천법을 실행해보자. 깨어있는 소비자가 되자. 인류애적인 관점을 갖자. 마지막으로 늦지 않았다는 희망을 품어보자고 한다. 

본래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교양서적을 표방하여 출간되었으나 화학의 시각으로 환경오염의 인과관계를 설명하고 있어 이해하기 쉽다는 점이 독특하다. 환경보호 운동이라고만 하면 나의 일상과 거리가 먼 사회적 국가적 정책으로 여기거나 막연하게 도덕적 책무만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환경오염 문제를 더는 미룰 수 없다. 후손에게 이런 지구 물려줘서 미안하다는 말 대신 자가용 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중고 물품으로 거래하고, 새 포장 용기 대신 리필제품을 사들이고, 종이 영수증과 빨대는 사양하고, 육식보다는 채식으로 우리 일상에서 몸소 실천해 보자. (202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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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의 발견 - 믿는 것이 현실이 되는 마인드셋
데이비드 롭슨 지음, 이한나 옮김 / 까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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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5월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한참 훈련받던 어느 날, 새벽 3시쯤 창자가 끊어질 것 같은 복통에 잠이 깨어 고통을 호소하자 조교들은 나를 의무실로 옮겨주었다. 놀랍지도 않다는 듯 잠이 덜 깬 시큰둥한 표정의 의무병이 약을 건네준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토끼 똥처럼 까맣고 동글동글한 환약 대여섯 알을 삼켰다. 이제 곧 나아질 테니 눈을 좀 붙여두라는 말을 뒤로 까무룩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복통은 씻은 듯 사라졌다. 사실 그 명약의 정체는 의무병들이 만병통치약이라 부르던 소화제였다. 순간, 원효대사가 해골 물을 마셨을 때의 느낌을 상상해 보았다.

 

마음은 제자리에 머무르며 지옥을 천국으로, 천국을 지옥으로 만들 수 있다.” 존 밀턴, 실낙원Paradise Lost

 

1970년대 후반 라오스에서 이주해온 수십 명의 건강해 보이는 허몽 족 청년들이 수면 중 연달아 사망하기 시작하자 미국 의료 당국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들은 이 현상을 원인불명 야면 돌연사 증후군이라 불렀는데, 조사 결과 놀랍게도 사망 원인은 그들의 전통 주술(呪術)이었다. 밤이면 돌아다니는 사악한 악령 다초(dab tsog)가 희생자의 가슴에 올라앉아 죽을 때까지 입을 틀어막기 때문이었다. 악귀를 물리치는 데 도움을 주던 무당과 가족들에게서 멀리 떨어진 환경에 당황스러웠을 동남아시아 사람들에게 흔한 심장 부정맥이 악화되어 결국은 심장 마비를 일으킨 것이다. 악령을 막을 수단이 없다는 믿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기대 효과가 있다니.

 

과학 작가 데이비드 롭슨은 주술 따위에 목숨을 빼앗긴 사람들을 연민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의 기대와 믿음은 아무리 비이성적일지라도 건강, 행복, 그리고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예컨대 우리가 노화 현상 때문에 인지능력 저하를 피할 수 없고 사회에 쓸모없는 존재가 되리라 우려한다면 청력 상실, 허약함, 심지어 알츠하이머를 경험할 가능성이 더 크다. 이런 비관적인 태도는 더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와 염증을 유발하고, 결국 다양한 장애의 원인이 된다. 대조적인 사례로 100세 이상 노인들이 많이 사는 사르데냐에서는 가정마다 활동적인 일상을 서로 격려한다. 불면증에 걸린다고 자기암시를 반복하면 결국은 불면증을 겪고, 장수한다고 믿으면 결국 장수한다. 좋든 나쁘든 한마디로 말해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흔히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단지 마음가짐을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 이런 한계를 뛰어넘는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플라세보(placebo) 효과는 18세기 이전부터 발견되었으며, 통증 완화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세계 2차 대전 중에 몰핀이 부족해지자 의사 헬리 비처가 몰핀을 가장한 식염수를 병사들에게 투여했는데, 병사들이 통증 완화를 느낀다는 것을 발견했다. 플라세보는 라틴어로 만족시킬지어다(I shall please)’라는 의미로, 약효가 없는 약을 진짜 약으로 속여 환자가 복용했을 때 환자의 병세가 나아지는 것을 말한다. '위약'을 복용한 뒤 촬영한 뇌 영상을 관찰해보니 진짜 약을 먹었을 때와 같은 변화가 나타났다고 한다. 플라세보 효과는 환자가 약이 병을 낫게 해준다는 믿음을 가진 경우 병세가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어서 만성질환이나 심리상태에 영향을 받기 쉬운 질환, 우울증과 같은 마음의 병을 고치는데 적합한 치료 방법으로 알려졌다. 다만 과학적 설명이 부족하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므로 플라세보 효과만을 맹신하여 실제 치료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반면 치료 효과가 있음에도 믿음이 없으면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라틴어로 해로울지어다’(I shall harm)를 뜻하는 노세보(nocebo)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독일 함부르크 대학의 올리케 빙겔 박사가 진통제 정맥주사를 계속 주사하면서 환자에게 진통제 투여가 끝났다고 말하자 환자의 통증이 급상승하고 뇌에도 관련 반응이 일어났다고 한다. 노세보는 무해하지만 해롭다는 믿음 때문에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물질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꽃밭 사진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장미를 보고도 천식이 생기는 알레르기 환자는 그것이 가짜임에도 불구하고 알레르기가 생긴 것으로, 꽃 사진과 플라스틱 장미가 노세보에 해당한다.


운동량이 많은 직업군의 사람을 두 분류로 나누어 A그룹 사람들에게만 지금 하는 일의 양이 하루 30분 동안 운동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알려줬다. 한 달 후 그들의 혈압과 체중을 측정한 결과 운동 효과가 있다고 말해준 A그룹 사람들의 혈압과 체중이 감소한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만일 실제 효과는 없어도 곧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만으로도 증세가 호전되거나, 반대로 효과가 있음에도 효과가 없다는 생각으로 증세가 나아지지 않는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저자는 기대 효과의 다른 이름을 긍정의 힘이라 말한다. 저자의 기본 논제는 우리의 기대가 우리 삶과 건강, 궁극적으로는 행복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쁜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면 성공과 건강이 멀어져 수명이 단축될 것이고, 반대로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면 뭐든 잘 해낼 가능성이 커져 건강을 즐기고 수명 연장의 꿈을 이룰 것이라 주장한다.

 

이 책을 접한 독자의 내면에는 상반된 두 가지 반응이 부딪칠지도 모른다. 첫 번째 반응은 이 책 내용이 한때 인기몰이 도서였던, 론다 번의 <The Secret> 학술적 버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루기 힘든 것을 바라기만 해도 온 우주의 기운이 우리를 도와줄 거라는 유사 과학이자 허황하고 위험한 전체론적 접근법(New Age) 말이다. 두 번째는 실제로 매우 타당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플라세보 효과와 그 반대인 노세보 효과는 성문화된 사례도 탄탄하고 현실 세계에서 분명히 발생하고 있다. 저자 자신도 이 책을 읽는 접근법에 유의해야 하며, 절대로 'The Secret'의 다른 어떤 버전도 아님을 여러 차례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두 번째 반응이 훨씬 더 진실에 가깝다는 점이다. 우리의 기대는 모름지기 믿는 것 이상으로 우리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며, 이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혹자는 이런 기대 효과가 앞서 언급한 라오스의 허몽족처럼 덜 문명화된 사람들 사이에서만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명사회에서 발생한 믿기지 않는 놀라운 사례도 있다. 2006년 포르투갈에서 유독 청소년 300여 명이 원인불명의 어지럼증, 호흡 곤란, 피부 발진 증세를 보였다. 치명적인 증상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등장하는 TV 드라마 <설탕 뿌린 딸기>를 보고 있던 십대들이 감염증상을 일으켰다. 실제 그 바이러스는 허구였는데 일단 소수가 증상을 보이자 십대들 사이에서 진짜 질병처럼 퍼져나간 것이었다. 집단 심인성(心因性) 질환에는 인위적이거나 공상적인 요소가 하나도 없다. 이는 그저 사회적 자극에 민감한 우리의 마음과 예측 기계가 위험한 상황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 놀라운 능력을 선보인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이다.

 

우리는 미처 알아차리지도 못하지만, 타인의 존재가 우리의 마음은 물론 신체적인 변화까지 야기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신체적 영향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바로 상대방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믿음을 가지기만 한다면 우리가 마법처럼 행복해지고 성공을 거두리라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부정적인 믿음도 이와 동급으로 위험한 결과를 가져오고야 만다고 여길 필요 역시 없다. 저자는 우리가 충분히 긍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지 말 것을 여러 번 경고한다. 그것은 마음속에 또 다른 부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메커니즘에 대한 책임감 있는 인식이 우리에게 유용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런 사례를 통해 현실에 대한 개념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간단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우리의 신체와 정신의 행복을 지배하는 믿음과 기대의 정체는 무엇인가? 우리의 신체, , 그리고 문화는 어떤 상호작용으로 자기충족적 예언을 만들어내는가? 이처럼 매력적인 발견물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믿음은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심오한 방식으로 형성하며, 기대를 재설정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우리의 건강, 행복, 생산성에 정말 놀라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또한 자신의 불안과 우울증에 대한 기대를 재설정한 방법과 그 이후에 일어난 변화를 공유한다. 이 책은 기대가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감정적으로 우리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전 세계의 연구와 이야기로 가득하다. 일반적 의미의 낙관주의나 비관주의가 아닌, 우리가 늘 사건에 부여하는 의미와 바로 그 의미에 대해 갖는 구체적인 믿음에 초점을 맞춘다. 그의 목표는 우리가 더 똑똑해지고, 더 건강해지고, 더 스트레스 덜 받고, 더 행복해지도록 기대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뇌는 감각기관을 통해서 들어오는 아직 가공되지 않은 데이터와 더불어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던 기대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정교하게 시뮬레이션하는 일종의 예측 기계이다. 대부분 이런 시뮬레이션은 객관적인 현실과 일치하지만, 때로는 물리적인 세계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과 괴리가 생길 수도 있다.”

 

예측은 우리의 시각, 미각, 청각 등 감각기억에 영향을 미치며 우리의 인식과 경험은 종종 감각적인 기대의 산물이다. 불행히도 뇌의 편견 때문에 우리의 생각과 느낌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현실에 대한 인식을 왜곡시킬 수 있다. 좋든 나쁘든 예측은 언제나 작용한다. 치료제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는 실제로 우리의 기분을 더 좋게 해주는 생리적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 기분을 더 나쁘게 만들 수도 있는 노세보의 기대도 마찬가지이다. 이 과정은 왜 어떤 이들은 자가 치유하는 것처럼 보이고 다른 이들은 비슷한 조건에도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악화되는지를 설명한다. 이처럼 우리는 치료 효과가 있다는 말만 들어도 호전되고, 단순히 질병 증상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고통을 받을 수 있다. 부정적인 믿음이 신체의 중요한 기능을 방해하고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역미러링 효과로 사람들은 기대에 의한 죽음을 겪을 수도 있다.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다고 이를 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도록 부채질할 뿐이다.”

 

저자는 또한 운동을 시작하고 꾸준히 지속하는 탁월한 방법을 다루며 성공을 달성하는 데 기대가 가지는 역할을 설명한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몸과 함께 정신을 단련해야 한다. 우리가 운동을 지속하거나 최고의 건강 상태에 도달하지 못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할 수 있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진전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재구성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수많은 마음의 속임수를 제시한다. 또한 우리는 먹거리 종류와 먹는 방법에도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몸은 섭취한 양분을 채 흡수하기도 전에 다시 배고픔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을 기억해야 속이 든든하다고 강조하며 음식과의 관계를 관리할 수 있는 다른 가치 있는 방법 또한 제시한다.

 

우리의 지적 성과는 우리가 가진 신념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기대 때문에 영향을 받는다. 자신을 똑똑하다고 여기는 방법과 연구가 제시되며, 우리가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는 방식에 따라 IQ를 높이고, 기억력과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성별, 인종, 빈곤 등에 연관되는 제도적 장벽과 고정관념의 피해를 지적한다. 자신감을 강화하는 방편으로 시각화와 긍정을 추천한다. 기대가 세포의 생체 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노화 과정에 대한 믿음이 실제 나이만큼 장기적인 건강에 중요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만성 염증과 노화 상태를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아직 나이가 많지 들지 않았다는 믿음, 노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기,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등을 제시한다. 이처럼 독자들이 자기 경험을 재구성하고 긍정적인 기대를 만들어냄으로써 삶을 향상할 방법으로 가득하다. 각 장의 끝부분은 우리가 시도하는 인생의 변화가 얼마나 크든 작든, 성공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하게 만드는 메시지로 요약된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저자는 다음 세 가지를 조언한다. 첫째, 우리의 마음은 지속적인 발전 과정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뇌는 신경 가소성(plasticity)이 있어 기대 효과로 인해 뇌가 근본적으로 변할 수 있다. 둘째,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자. 기대 효과는 우리가 겪는 느낌의 의미와 그 결과에 대한 예측을 조정함으로써 얻는 것이지, 느낌 자체를 즉시 달리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셋째, 자기 자신을 자비의 마음으로 대하자. 스스로를 탓하고 마음가짐을 바꾸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력을 마치 인생의 실패처럼 여기는 일은 반드시 피하자. 더 나은 방향의 변화를 원한다면 자기자비(自己慈悲 자신을 고난에 빠뜨리는 여러 요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얼마든지 같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마음가짐)의 태도가 필요하다.

 

끝으로 저자는 이 세상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 단지 생각이 그렇게 만들 뿐이다.”라는 햄릿의 대사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연상시키는 인용으로 긴 글을 맺는다. 행복도, 불행도 모두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이 간단한 진리를 늘 잊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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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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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의 발견 - 믿는 것이 현실이 되는 마인드셋
데이비드 롭슨 지음, 이한나 옮김 / 까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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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무변 무한 긍정의 힘을 역설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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