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수업 - 온전한 나와 마주하는 시간에 대하여
김민식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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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작은 우주라 불리는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살면서 각기 다른 깊이와 느낌으로 인생을 배웁니다. 대개 나이와는 관계없이 그 정도의 차이가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자 김민식 PD와 나이는 비슷한 50대이지만 삶의 궤적은 비슷한 듯 사뭇 다름을 발견합니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아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매정한 어머니의 모습이 왠지 낯설지만은 않고, 학교에서 당한 괴롭힘을 하소연도 못 하고 끝내 참아내야만 했던 점도 비슷합니다.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어 벌써 다섯 권이나 책을 펴낸 작가이면서도 사실 책이 좋아서가 아니라 친구가 없어 책을 가까이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연은 가슴 뭉클합니다.

 

살아가면서 문득 돌아볼 수 있는 날들이 중요합니다. 어느 길에서 이름을 불러주고 내팽개친 꿈을 붙들어 주고 그 누구의 편도 아닌 내 편이 되어준 사람에 대한 기억. 그 순간에는 몰랐을 테지만 그런 날들은 우리와 오래도록 함께하죠. (51)

 

책 제목이 <외로움 수업>입니다. 프랑스 정부가 외로움을 관리하는 정부 부서를 둘 정도로 외로움은 일찍이 인류가 겪지 못했던 질병의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저자의 어릴 적 아픈 추억과 어른이 된 이후에 겪는 쓰라린 경험 이후 찾아온 외로움을 통해 우리 각자에게 다가올 외로움의 시간을 어떻게 해야 잘 견딜 수 있을지를 배워봅니다. 가수 게리 무어의 <Loneliness is my only friend>라는 팝송 가사처럼 외로움과 사이좋은 친구가 되는 법을 전수합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24년간 잘 다니던 회사를 하루아침에 그만둔 사람이라면, 그 충격으로 어딘가 잘못되고 정신이 피폐해져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성격이 강인해서가 아니라 유약했기에 바람맞은 갈대처럼 휠망정 부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폭력과 왕따로 영혼에 상처를 입고 나약한 자신을 탓하고 미워할 법도 하건만, 저자야말로 그 외롭고 힘든 시간을 잘 견뎌왔기에 오히려 조금만 더 시간을 갖고 용기를 가져보기를 권유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은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환영받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가장 큰 복병은 주위 사람들이지요. 한 번 사는 인생, 내 인생은 내가 살지 남들이 대신 살아주지 않아요. 누가 그러거나 말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도전해 봐야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고요. (82)

 

저자는 몸과 마음이 힘들어 은퇴를 결심한 시기에 책 읽기에 몰두하고 오랫동안 블로그에 서평 글을 올립니다. 서평 작가들은 책을 많이 읽어 내공이 적잖이 쌓인 분들이라 서평 에세이야말로 괜찮은 자기계발서라고 합니다. 자기 얘기를 쓰는 것보다 더 많은 필력을 요구하고, 자기 얘기와 서평을 결합해 유쾌하게 풀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남았을지 모를 노후에 그동안 읽지 못했던 고전을 읽고 서평을 써보자고 합니다. 안 그래도 개인적으로 수년간 이어온 서평 쓰기 작업에 지쳐서 좀 쉬어볼까 했는데, 힘들면 쉬었다 가지 아예 그만두지는 말자고 생각을 고쳐먹어 봅니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 역전마다 힘을 실어준 책들을 간략히 소개 인용합니다. 80년대 학번이 갓 취업한 세대였을 때 당시 50대 선배들이 IMF 구조조정으로 대거 정리해고되었던 사례를 다룬 <세습 중산층 사회>가 눈에 뜨입니다. 돌고 도는 역사 때문일까요, 세월이 흘러 선배들이 물러난 자리를 차지했다가 이제 그들처럼 물러나는 역사를 반복하게 됩니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추고 역사상 최악의 취업 경쟁을 통해 단련된 20, 30대 후배들에게 새로운 시대를 맡기고 물러나는 선배가 된 것입니다. 저 역시 그런 나이가 되고 보니 저자의 처지가 피부로 다가옵니다.

 

누구도 나를 도와줄 수 없고, 나의 고통을 대신할 수 없을 때, 그 순간 가장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까요? 사람이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이 외로움이랍니다. (199)

 

저자가 주는 버릴 것 하나 없는 귀중한 조언들 가운데 특히 눈이 가는 다독의 비결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읽을 책은 직접 골라야 합니다. 필독 도서라는 유혹을 뿌리치고 제목으로 말을 걸어오는 책을 고르되 표지와 책날개의 저자 소개를 참고합니다. 둘째, 책을 쌓아놓고 읽으면 흥미를 유지하면서 독서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셋째, 책을 읽고 기록을 남깁니다. 간단히는 읽은 날짜와 제목, 저자만 기록해도 좋습니다. 마음을 움직인 글귀를 적다 보면 훌륭한 서평이 됩니다. 도서관 이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데 고맙게도 학교 도서관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여건입니다.

 

평생 일을 하며 배운 것을 다른 이들과 나누며 사는 것, 제가 꿈꾸는 노후의 삶입니다. 이제껏 성실히 살아온 당신의 경험을 나누고 싶지 않은가요? 우리에게는 같이 놀고 공부하며 일할 친구들이 꼭 필요합니다. (217)

 

지금껏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저자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마음 따뜻해지는 조언을 듣고 보니 참으로 많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킵니다. 인생이란 게 더 바랄 것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뒤통수를 쳐오는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고 우리는 그냥 잠깐씩 행복한 거라면서, 그래도 책을 읽으며 저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위로와 희망을 얻어 인생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고난과 시련도 선물 같은 하루라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에 내 마음도 다시 한번 추슬러봅니다. (2023-01-30)

 

#에세이 #외로움수업 #김민식 #자기계발 #생각정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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