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즈 싱가포르 - 최고의 싱가포르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해외여행 가이드북, ’23~’24 최신판 프렌즈 Friends
박진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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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 도착한 다음 날 주롱 새 공원에서 누렸던 여유로운 아침 식사, 말레이시아 국경 철책과 맞닿아 있어 넘어오면 발포한다는 경고 표시가 붙어 있어 분위기 살벌했던 보타닉 가든, 해상 150미터 높이에서 센토사섬으로 들어가며 투명 바닥으로 파도가 보여 무섭던 해상 케이블카, 절대 떠들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맨발이어야 입장이 허락되는 신성한 술탄 모스크, 이틀간 먹고 자고 헤엄치다 나온 기억밖에 없는 빈탄섬 호텔 휴양지. 이들은 비교적 신혼일 때 적금을 깨서 다녀왔던 2001년 싱가포르 방문 당시에 들렀던 장소다. 제주도와는 또 다른 남방의 이국적이고 세련된(?) 풍광과 가지각색 모양과 형체를 자랑하던 도심지 건물들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걸 여태 기억하는 나를 신통하다 칭찬하면서, 주로 관광 안내원에게서 듣고 보고 배웠던 재미난 일화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20년도 더 지난 옛날이라 달라진 점이 있을 수 있으니 참작하시길.

 

싱가포르에는 매일 정오 무렵 20분 정도 스콜이라는 소나기가 쏟아져 길바닥에서 공짜로 세차를 할 수 있다. 말은 소나기인데 간혹 얼음 알갱이도 섞여 있고 춥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기온이 내려간다. 실제로 한국의 주유소에 흔한 자동 세차 기계가 싱가포르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이하게도 길바닥에 그 흔한 껌 자국이 전혀 없다. 판매하지 않는 것은 물론 공항에서 모든 입국자의 소지품 가운데 껌 종류는 압수당한다.

 

국민의 준법정신이 대단해 보인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는 물론 운전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황색 신호등 정지위반 하나 없다. 좀 소름 돋기는 하지만 이는 사실 민간인들 가운데 사복경찰이 섞여 있어 위법행위를 발견하는 순간 현행법으로 체포되고 태형(엉덩이 회초리)을 받기도 한다. 도심지에서 25인승 소형 버스로 이동할 때는 정확히 시속 50km를 유지한다. 기사님에게 좀 더 빨리 가도 되지 않느냐 물었더니 법규 위반에 따른 손해가 너무 커서 그냥 지키고 만다고 답한다. 아무래도 빨리빨리 병은 대한민국 국민병이었나보다. 안내원 양반도 처음 한국에서 갓 도착했을 때 과속 딱지깨나 떼였다고 한다. 한국에서 하던 대로 운전했을 뿐인데 현지인들에게는 자동차경주 선수로 보였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보편적으로 쓰이는 LED 교통 신호등이지만, 2001년 당시는 아직 도입 전이었다. 국회의원들이 맨날 놀러만 다니는 줄 알았는데 교통위 위원들이 다녀갔다는 소릴 들은 지 몇 개월 만에 신호등이 지금처럼 바뀌기 시작했다. 햇빛에 반사되어도 잘 보이고 알전구 하나 깨지면 먹통이 되고 교통순경들 근무에 비상이 걸리던 불편함이 사라졌다.

 

공무원에 대한 급여 수준 및 사회적 처우가 매우 양호한 한편, 공무원이 되기 위한 자격요건은 까다로운데다 재직 시 엄격한 준법을 요구받는다. 일례로 마법에 걸린 날 어느 여성 공무원이 슈퍼마켓에서 사소한 물건을 슬쩍했다가 적발되었는데, 이튿날 신문 1면에 본인은 물론 시댁과 형제자매들의 신원까지 강제 공개 당했다. 법적 조치로 공무원 파면 징계와 인근 국가로의 도피성 이민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데 대개는 이민을 택한다고 한다. 큰 죄를 짓고도 벌 받지 않는 우리 일부 공무원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우리가 볼 때는 개인에 대한 국가의 재산권 침해가 분명해 보이는 사례가 빈번하다. 성인 누구나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지만 판매 구입 등의 시기가 5년에 한 번으로 정해져 있고, 5년 이내 기간 중 파손되더라도 무조건 해당 시기에만 거래할 수 있으니 다들 차를 애지중지한다. 싱가포르 전체의 자동차 대수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한다. 한번은 신호대기로 죽 늘어선 차량 행렬을 두고 빨간 불 한 번에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 이를 두고 관광 안내원과 만 원을 걸고 내기했는데 결국은 지고 말았다. 시내 도로가 좁기는 해도 정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그제야 실감했다.

 

싱가포르 국민은 누구나 자기 집에서 산다. 아니, 사실은 누구도 자기 집이 아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30년 장기 저리 임대주택에 살면서 매달 아주 저렴한 월세를 낸다. 아버지가 사망하면 아들이 대를 이어 내니 사실상 종신 임대나 마찬가지다. 전세 제도가 없지는 않으나 일반적이지는 않다. 부동산 정책이 이 모양이니 집을 사고팔아 돈을 벌자는 생각 자체가 이상할 지경이다.

 

우리나라의 대규모 아파트처럼 똑같이 생긴 건물이 단 한 채도 없다. 건축 허가를 내어줄 당시 어딘가 한 군데라도 다르게 설계하지 않으면 퇴짜를 받으며, 심사 기준은 심미성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국가 수입 1순위가 괜히 관광이 아니다. 참고로 수입 2순위는 동서양 해상로의 중간 기착지인 항만 통행료이고 3위는 금융 서비스다.

 

덥고 습한 기후라 대부분 건물에 필로티 구조가 일반적이며 놀이와 휴식 공간으로 쓰인다. 모든 공공건물에 냉방 시설이 갖춰져 있는데 재미나게도 눈에 뜨이는 실외기의 상당수에 한국기업 LG의 로고가 선명하다. 세계적인 기업의 냉방 기술력은 어딜 가나 인정받는다.

 

싱가포르는 여성, 특히 기혼 여성에게는 천국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웃한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출신의 영어 가능한 젊은 여성들이 가정부로 대거 취업하여 보모 노릇을 한다. 주중 저녁에는 동네 공원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외국 여성들로 북적이는데 서로 국적을 알아보고 민망할까 봐 서로 외면한단다. 주말에는 보모가 남편들로 바뀌고 엄마들은 모임에 나가기 바쁘다. 안내원은 같은 남자이지만 그런 모습은 영 마뜩잖다고 했다. 괜히 독신이겠는가.

 

예전에 삼합회와 같은 무시무시한 조직 폭력배와 정치권이 결탁하여 부정부패가 극에 달했을 때, 리콴유 수상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조폭 조직을 일망타진한 후 이들을 배에 가둬 태평양에 산 채로 수장시켰다. 5년 후 잔존 조폭을 다시 소탕하여 2차 수장하려 했으나 조폭들이 간청하여 목숨만은 살려주고 오늘날까지 바퀴 셋 달린 자전거 트라이시클 운전으로 먹고살게 해주었다. 얼굴에 문신과 칼 자국난 험악한 대머리 아저씨가 괴랄한 미소와 한국말로 언니 오빠 멋있어를 외치며 도로 한 가운데를 지나가는데 모든 차량이 다 비켜준다. 관광 수입 1순위가 우선이라 법규상 어떤 자동차라도 트라이시클에 1차로를 양보해야 한다.

 

관광 안내인이 사비를 털어 싱가포르에서 판매되는 음료수와 두리안을 사주는 바람에 맛볼 기회가 있었다. 달콤하니 톡 쏘는 맛의 음료 기술은 한국이 단연 앞선 상태였지만 입맛에 좋은 게 몸에는 더 해롭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처음 맛본 두리안의 특이한 맛은 잘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신혼부부가 두리안을 먹고 입을 맞추다가 트림하면 이혼당한다는 안내원의 말에 또 뻔한 내기를 할뻔했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발로 뛰어다녀 찍은 어마어마한 수량의 현장 사진과 알짜배기 유익한 정보로 넘쳐난다. 사진 전문기자가 촬영한 듯 그림의 구도 또한 수려하고 색감이 좋다. 여행을 계획하는 단계부터 마무리까지 고려해야 할 모든 조건이 담겨 있어 그야말로 이 책 한 권이면 만사 오케이다. 소장용으로서의 가치는 물론 여행용 안내 책자로서의 사명에 투철하게 구성된 나머지 차 두어 잔 정도 액면가격에 이래도 되나 미안할 정도다.

 

새로운 경험, 볼거리 먹거리 탈것 외에도 방문지의 역사와 문화도 함께 배우고 이해할 수 있어야 진정한 여행이라 생각한다. 여행의 재미를 더할 양이면 영어 말고도 현지 언어를 조금씩 배워두면 더 좋을 것이다. 2001년 당시는 패키지에다 해외여행이 처음이었고 안내 책자는커녕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어 답답한 점이 많았는데, 조만간 장성한 아이들과 함께 싱가포르를 다시 방문할 때는 이 안내 책자를 손에 들고 친절한 관광 안내인이 되어주리라 다짐해본다. (2023-03-25)

 

#여행 #프렌즈싱가포르 #안내책자 #도서추천 #리뷰어스클럽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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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싱가포르 - 최고의 싱가포르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해외여행 가이드북, ’23~’24 최신판 프렌즈 Friends
박진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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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권이면 충분하도록 야무지게 잘 만든 여행 안내서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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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말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 - 괴물과 싸우면서 괴물이 되지 않는 대화의 기술
샘 혼 지음, 이상원 옮김 / 갈매나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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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선생은 고참 국어과 교사였다. 언제나 미소 띤 시골스러운 얼굴로 타인을 대하며 상대를 해칠 의사가 없음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다니던 그는 사실 누구나 마주치고 싶지 않은 대화 기피 대상 1호였다. 그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의 역설을 기가 막히게 활용할 줄 알았다. 가장 먼저 찾아오는 불쾌감은 그가 얘기 들어 줄 상대의 상황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그의 일방통행 연설은 전혀 궁금해하지 않는 소재로 시작하여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점을 들춰내고 요청하지 않은 조언으로 끝맺는 게 정해진 순서였다. 쉬어빠진 음색, 화려하다 못해 휘황찬란한 인맥, 무불통지에 무소불위 오지랖 넓은 잡지식, 어색함을 덮으려는 더 어색한 미소, 반경 1미터까지 쏘아대는 로열젤리 타액은 무대장치일 뿐이었고, 역시나 화룡점정은 아무리 들어도 친근감이 생기지 않던 거친 사투리였다. 그와 단 한 번도 대화해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두 번 이상 대화에 응한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의 퇴임식 날 더 이상 그를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우리는 정과 성을 다하여 있는 힘껏 손뼉을 쳐주었다.


우리 대부분은 크면서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배운다. 배운 대로 행하면 내 주변을 착한 사람들이 둘러쌀 것이라 굳게 믿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것이 최고의 선이며 황금률이라 믿고 싶었던 듯하다. 하지만 착한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나이 들어가면서 깨달은 것 하나가 있다면, 본인은 착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결과적으로 남들을 세 치 혀로 괴롭히는 일당백의 괴물들이 어느 집단에나 한둘씩은 있으며 특히 직장에서 동료나 상사로 만날라치면 피해 갈 방법이 묘연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대응한답시고 그들과 씩씩거리다 보면 어느덧 우리도 괴물이 되어가는 일이 흔하다.


이 책의 저자는 착한 사람이 동네북으로 취급받을 만큼 황금률을 실천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소위 악질(villain)들에게 일반 대응책으로 사용해오던 전술을 나열하면서,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그들의 악행을 도와주는 결과를 얻을 뿐인 이유를 설명해준다. 더불어 괴물을 물리쳐 자신도 지키고 괴물을 닮아가지도 않는 꿀팁 오십 가지를 선보이고 있다. 먼저 유명 인사들의 격언과 그에 어울리는 상황을 제시하고, 실천 방안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묻는 여러 조건과 해결책을 내놓는다. 문체에 다분히 번역체의 향기가 풍기기는 해도 큰 틀에서의 대처법을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없다. 그 가운데 가장 효과적이고 인상적인 모범답안을 추려보았다.


상대가 괴물이라고 본능적으로 판단된다면 스미스 제독의 말처럼 반대 방향으로 진군한다. 자존심보다는 안전 확보가 먼저다. 상황이 끝나고 괴물이 눈앞에서 사라졌다고 해도 우리 마음에는 그 상흔이 여전히 남아 있다. 괴물은 배려하면 할수록 더 못되게 군다.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골라 습관적으로 잔인하게 군다. 힘센 사람은 절대로 고르지 않는다. 침묵은 괴물의 기를 살려준다. 괴물들은 자기 행동을 돌이켜보지도 않고, 잘못을 깨닫지도 못한다. '막 대했는데도 항의하지 않네? 그럼 계속 이렇게 해도 되는 거지?'라고 생각한다. 괴물에게 섣불리 공감 어린 관심을 보였다가는 관계의 주도권까지 빼앗길 수 있다. 못된 행동을 말없이 인내한다면, 그것을 용납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괴물들로부터 존중받으려면 나 또한 그들처럼 괴물의 수준에 올라야 한다. 그들이 존중해주고 건드리지 않는 상대는 오로지 하나, 자기보다 더한 괴물뿐이다. 계속 형편없이 행동하는 상대에게는 강하게 나가는 것이 옳다. 이들에게는 분노를 발산하는 것이 이성적으로 반응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인내가 악을 선으로 바꿔주리라는 생각은 철저한 착각이다(프레야 스타크, 여성 탐험가). 침묵하며 괴로워해 봐야 문제를 고착시킬 뿐이다. 나쁜 상황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으니, 바로 자신이 무언가를 실천해야 한다. 나를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다. 상대의 언행이 공격적이거나 불쾌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면, 언제까지고 그렇게 계속될 수밖에 없다. 당신이 반박하거나, 항의하지 않았다면 그건 괜찮다는 의사를 전달한 셈이다. 다 같은 지렁이라도 꿈틀대면 덜 밟힌다고나 할까?


화를 내는 괴물에게 맞춰줄 기분이 아니라면 종이와 펜을 꺼내 단호하게 물어보자.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지금 뭐라고 하셨지요?' 상대방의 행동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생각은 거기 갇혀버리고 만다. 깨어있는 매 순간, 그 파괴적인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국 괴물이 원하는 바이다. 모욕에 대처하는 최고의 방법은 ''가 아닌 '당신'을 주어로 삼아 답변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깔보는 듯한 말을 던졌다면, 그 말을 받아 상대방에게 던져보라. '저기요, 방금 뭐라고 하셨지요?'라고 되묻고는 입을 다무는 것이다.


마땅히 받을 것보다 적게 합의하는 순간, 당신은 그 합의한 것보다도 훨씬 적게 받게 된다(모린 다우드, 칼럼니스트). 남을 욕하는 말은 결국 자신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그 사람이 정말 욕을 먹어 마땅하다 해도 당신의 말을 듣는 사람은 수긍하는 동시에, 언젠가 자기도 당신에게 그런 욕을 먹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괴물을 욕해봐야 상황은 전혀 개선하지도 않으며 우리 마음의 평화, 그리고 우리에 대한 주변인들의 평가만 망가뜨린다.


지나친 배려는 남에게 인정받으려는 병리적 열망이다. 상대방을 지나치게 배려하고 맞춰주는 사람은 가정환경이나 부모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경우가 많다. 남에게 맞춰주고 배려하는 성향은, 잘못하면 괴물을 불러들일 가능성이 있다. 모두의 인정을 받고픈 마음은 비정상적이고, 더 나아가 병이다. 남의 기분만 맞추려는 사람은 자기가 제일 마지막에 잡아먹히기를 바라면서 악어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과 같다(윈스턴 처칠)


남들이 나에게 무언가를 부탁해올 때 대처법은 첫째, 시간을 두고 결정한다. 생각할 시간을 확보하고 그래도 상대가 재촉한다면 지금 당장 답을 원한다면 아니요입니다'라고 답하면 된다. 둘째, 간명하게 말한다. 짧고 분명하게 답할수록 설득력이 커진다. 구구절절하게 말하면 반격할 빌미를 주게 된다. '지금까지 늘 이런 일을 맡아 해주었잖아?'라고 상대방이 불평한다면 거절의 말만 다시 반복한다. 결정의 이유를 설명할 필요 없다. '내 마음은 이미 결정했어.',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아줘'라고 말해도 좋다. 더 이상 자신을 희생하며 상대방을 기쁘게 만들 필요가 없다. 거기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도를 넘은 요구에 대해서는 이유를 설명할 것도 없이 단호하게 거절한다.


괴물에게 대항할 자신감을 가지려면 명료함이 꼭 필요하다. 몸을 곧게 펴 당당하게 걸음으로써, 괴물에게 약하게 보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옳은 일을 위한 최고의 방법 가운데 하나는 당당한 자세를 갖추는 것이다. 범죄자들은 범행 대상을 찾을 때 먼저 자세부터 살핀다고 한다. 걷거나 앉아있을 때 허리가 구부정한 사람은 표적이 되기에 십상이다. 고개를 숙인다거나, 시선이 불안정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힘없이 터덜터덜 걷는 것도 위험하다. 이런 소심한 자세는 괴물을 불러들인다. 가슴에 책을 안고 다니는 것도 어깨가 앞으로 굽혀지고 수동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에 좋지 않다.


모욕받았다면 벌떡 일어서서 당당하게 대처한다. '충분히 들었으니, 그만하지', '이봐. 좀 건설적으로 조언하면 안 되나?' 일어선다는 것 자체가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어'라는 의사를 표시한다. 앉은 자세는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상대의 우위를 인정 혹은 용인하는 의미이고, 결국 괴물의 행동을 강화한다.


불평꾼의 투덜거림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방법은 일일이 방어하지 않고 거리를 두는 것이다. 상대방이 '너는 게을러. 자신을 좀 더 가꿔'라고 한다면 거리 두는 말을 한다. '아무리 그래도 난 지금이 좋다.', '각자 나름의 의견이 있는 법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니 유감이다', '그건 당신 생각일 뿐이다'라고 말해준다. 마음 상하게 하는 사람을 자청해서 자꾸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본다. 전갈은 끝까지 전갈일 뿐이고 언젠가는 독침을 찌르게 되어 있다. 독침을 피하는 방법은 등에 태우지 않는 것뿐이다.

 

<함부로 말하는 사람의 입을 다물게 하는 말>

1) 그런 생각은 속으로만 하세요.

2)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말씀하신 분의 이미지만 나빠집니다.

3) 설마 진심으로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아니겠지요?

4)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어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썹을 살짝 올린다)

5) 제가 잘못 들은 모양입니다. 다시 말씀해보시겠어요?

6) 앞으로 저와 함께 있을 때는 그런 말은 말아주세요.

7) 듣기 불편하군요. 점잖게 말씀하시지요

8) 제가 그런 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해가 갈수록 사람은 고쳐 못쓴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스스로 괴물이나 악질이 된, 고쳐 못 쓸 사람들을 평생 피해 다니느라 지쳤다면 지금이라도 이 책이 알려주는 대처법을 익혀 써먹어 보자. , 최소한 자신은 괴물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좀비가 아무리 배고파도 자기 팔을 물어뜯지는 않듯이.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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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여정 - 부와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래
오데드 갤로어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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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 년 전 이 행성의 아프리카 대륙에 등장하여 수렵채집인으로 살던 호모 에렉투스는 약 200만 년 전 유라시아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현생 인류의 선조인 호모 사피엔스는 6~9만 년 전 동굴 밖으로의 여정을 시작하였고 대규모 이주를 통해 각 대륙으로 더 멀리 진출했다. 날카로운 이빨도 없고 달리기도 느려 언제든 야생 동물들에게 잡아먹히는 게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유약했지만, 이들은 불의 힘과 협동으로 끈질기게 살아남아 여러 차례 혁명을 일으키며 문명 세계를 이루어 오늘에 이르렀다. 경제학자의 시선에서 저자는 앞으로 인류가 살아남아 여행을 계속할 수 있을지를 묻는다.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여행의 1부는 성장의 수수께끼를 풀어본다. 인류가 오랜 세월 생존 유지형 삶의 덫에 갇혔던 구조를 밝히고, 유럽 위주의 사회가 덫을 벗어나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을 실현했던 힘의 근원을 찾는다. 여행의 2부에서는 지난 200년간 사회마다 발전 경로가 달랐던 이유와 국가별 생활 수준에서 격차가 대폭 확대된 근본 원인을 탐구한다. 이 여행의 시작점은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벗어난 시기이며 이 과정에서 인류의 제도와 문화, 지리, 사회 등 요인을 두루 고려한다. 저자는 세계가 왜 갑자기 그렇게 부유해졌는지, 그리고 국가들 사이에 왜 엄청난 불평등이 존재하는지를 물으며 이에 대한 답변을 제시하는 과정을 통해 원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영장류에 비해 매우 큰 대뇌피질을 새로운 기술개발에 사용함으로써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할 수 있었고 더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었다. 높아진 인구 밀도는 더 세분된 분업과 전문화를 가능하게 하고 혁신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켰다. 결과적으로 교육과 혁신을 선호하는 문화적 속성이 더욱 큰 가치를 지니게 되었으며 그러한 속성을 지닌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번식할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이는 부가적인 기술 발전에 더 유리한 인구로 귀결된다. 1798년 토마스 맬서스는 사회가 잉여 식량을 생산하면 인구와 소비도 증가하므로 생활 수준이 일시적으로 상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사후 인류의 생활 수준은 꾸준히 상승했다. 이후 기대수명은 2배 이상 늘었고 출산율은 급감했으며 1인당 국민소득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급등세를 보였다. 저자는 인류 역사상 생활 수준의 발전에 대하여, 대부분 기간 소득이 정체된 것은 맬서스의 함정 때문이라고 일관되게 설명한다. 소득을 증가시키는 기술적 진보에 따라 인구가 증가하면서 생활 수준이 다시 생계 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 토지에 압력을 가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기술 진보의 가속화를 인구 증가와 연결한다. 기술 진보가 가속화됨에 따라 사회는 전환점에 도달했다. 부모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손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 기술을 갖추어야 함을 깨달았다. 아이들을 위한 이 값비싼 투자에는 이윽고 출산율 조절이 필요해졌다. 이때부터 인구 증가는 더 이상 기술 진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생활 수준이 급상승했다. 이 논쟁은 경제 발전과 저개발 국가의 문화, 제도, 유전학의 역할로 이어진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저자는 그러나 우리가 인류 역사상 가장 극심한 빈곤의 덫에 걸렸다고 주장한다. 수렵채집인 시대의 영양 많고 다양한 식단을 포기하고 개체수 대량 증식에 성공한 인류는 대신 일상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려야 했다. 식량 보급 기술의 향상으로 늘어난 인구의 입을 먹여 살리는 데 성공은 했으나, 과도하게 늘어난 인구가 생산성 향상을 상쇄하고 생활 수준을 생존 수준으로 되돌리기까지 인류의 기술 진보는 거침없이 19세기 전환점에 도달하였다. 산업혁명과 더불어 인적 자본의 가치는 부모들이 자녀를 적게 낳고 양육에 더 많은 투자를 선택하는 지점에 도달하였으며, 늘어난 기대수명은 인적 자본을 훨씬 더 중요하게 만들었다. 여성의 평균 임금이 남성의 평균 임금에 근접하기 시작하면서 아이를 갖기 위한 노동임금 포기 비용은 더욱 비싸졌고 출산율을 떨어뜨렸다. 이러한 인구 통계학적 변화와 인구 증가를 훨씬 웃도는 기술적 진보는 물질적으로 풍부한 현재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저자는 인류 전체의 역사를 최초의 원시 도구에서 저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슈퍼컴퓨터로 가는 불가피한 발전이라 설명한다. 동시에 과학전 진보가 왜 세계의 일부 지역을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 부유해졌는지를 설명한다.

 

역사적으로 신석기와 농업혁명 이후 오랫동안 노동자들은 자기 아이들을 일터에 내보내 추가 수입을 얻었고, 이는 더 많은 아이를 낳도록 장려하여 결과적으로 인구가 증가했다. 산업혁명 이후 19세기가 되자 직장에서는 읽고 계산할 줄 아는 노동자들이 필요해졌다.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이 많지 않아 일부 기업들은 점차 보편적 무상교육을 위한 운동에 동참했다. 아이들은 더 높은 보수를 받는 직업에 숙련되면서 가치가 증가하는 인적 자본이 되었다. 돈도 벌지 않는 취학 자녀들에게 많은 투자를 하면서, 부모들은 아이들을 더 적게 가졌다. 학교 출석률은 증가하고 출산율은 떨어진다. 이런 전 세계적인 현상은 심지어 개발도상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빈곤은 감소하고 있으나 환경 악화의 지속적인 원인이 될 정도로 번영은 증가하고 있다.

 

모든 인류는 6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이주한 사람들의 후손이다. 이주 사슬이 갈라지는 각 지점에서 인구 일부만이 이동을 선택했다. 인구의 하위 집합은 집단 전체보다 덜 다양할 가능성이 컸고 멀리 이동하는 무리일수록 더 동질적이었다. 최근 몇 세기 전 가장 높은 수준의 다양성은 동아프리카에서 발견되었고 가장 낮은 수준의 다양성은 남아메리카에서 발견되었다. 다양성은 사회적 응집력을 감소시켜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지만 전문화와 혁신을 촉진하여 성장을 증가시킬 수도 있으므로 중간 수준의 다양성을 가진 지역의 경제 발전 수준이 가장 높았다. 지리 또한 경제 발전의 중요한 요소였다. 이집트 북부에서 페르시아만에 이르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는 곡물과 동물을 가장 쉽게 길들였고, 장벽 없는 유라시아의 동서 이동은 농업 기술의 확산을 촉진했다. 초기에 가축을 길들인 개체군은 감염성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더 강해졌다. 다양성과 지리는 지역 경제 차이의 핵심 동력이었고 문화와 정치는 그보다 더 작은 역할을 했다.

 

경제 발전은 기술 혁신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사회와 진화 사이의 상호 작용에 의해 주도된다. 세계적 불평등은 이주 거리, 지리, 질병, 문화, 정치제도의 다섯 가지 요소의 산물이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을 280페이지에 달하는 간결한 텍스트로 다루고 있다.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류의 역사라니, 독자들은 무언가 배울 것이 많고 흥미롭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초 장기적 관점은 역사의 원동력을 각각 수천 개의 그럴싸한 에피소드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괜찮은 방법이다. 해저의 거센 물살을 모른 채 파도에 휩쓸리면 표류하기에 십상이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인류의 여정을 이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늘날 인류의 번영은 축적된 기술 발전에서 비롯되었으며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가 기술 발전을 촉진한다는 주장은 반박하기 어렵다. 그러나 왜 언제 어디서 벌어진 일인가를 묻는 중요한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왜 유럽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 되었는지에 대한 오래된 질문을 들어보자. 유럽은 교육에 대한 투자 증가와 성별 임금 격차의 감소로 인해 19세기에 빈곤의 덫에서 벗어났다. 이탈리아의 상업 혁명은 11세기에 시작되었다. 그러나 1000년에 유럽의 인구는 본질적으로 천 년 전과 같았고 현재의 인도나 중국 인구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유럽은 또한 중국, 특히 이집트와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보다 더 가난하고 기술적으로 덜 발전했다. 기술 발전과 인구 밀도의 선순환이 경제 성장의 근본 원인이라면 유럽은 뒷전으로 남았어야 했다.

 

저자는 경제적 도약이 아시아가 아닌 유럽에서 먼저 일어났다는 흔한 이유를 인용한다. 영국이 자랑하는 산업혁명은 재산권과 상업 계급의 정치적 힘을 보장했으며, 유럽 대륙 개신교 지역의 종교 개혁은 더 높은 수준의 문맹률과 기업가정신으로 이어졌다. 계몽주의는 과학과 기술 진보에 유리한 냉정한 사고방식인 경험을 장려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문화적 요소들은 모두 16세기와 17세기의 산물이었다. 저자는 1500년경 도시가 경제 활동의 중심지가 되면서 유럽의 낮은 농업 생산성이 유리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왜 유럽이 앞서 50년 동안 상업 부문에서 번성하는 자치 도시 국가를 발전시켰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뿐이다. 저자가 말하는 보이지 않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등장하는 모든 왕과 왕비들은 잠시 등판했다 사라지는 선수들일 뿐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영악한 머리로 산업혁명을 예견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천 년 전에 일어났을 수도 있고 천년 후에나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18세기 유럽의 춥고 습한 영국이라는 섬나라에서 왜 그 같은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정 시기와 장소에 영향력을 행사한 요인과 배경부터 파악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왜 11세기부터 소수의 이탈리아 도시들이 지중해 무역의 번창하는 상업 중심지가 되었고, 결국 자본주의와 산업혁명을 잉태하여 후세의 발전을 이룬 기반을 마련했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저자의 공로는 단순히 과거를 잘 해석한 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인류 역사의 숨겨진 동력이 현재 우리가 직면한 도전, 즉 기후 변화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그 해결책은 인류를 오늘에 이르게 한 추동력에 기대를 걸어보는 데 있다. 출산율 하락, 즉 인구 감소는 화석 연료로부터의 전환을 설계하는 기술 혁신에 필요한 시간을 벌면서 우리 종의 환경적 영향을 줄여줄 요인이 될 것이다. 더불어 앞으로 수 세기 동안 이러한 요소들로 이 기후 위기를 사라져가는 기억으로 바꾸는데 필요한 혁명적인 기술의 발전을 제때 허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인류는 어떻게든 기후 변화에서 살아남을 것이고, 지금으로부터 천년 뒤쯤 후손의 눈에는 우리 모습이 원시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류의 오랜 이야기가 중단 없는 기술 진보의 행진이고 앞으로도 그러하리라는 저자의 말이 옳았음을 알게 되리라는 점이다.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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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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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여정 - 부와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래
오데드 갤로어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3년 2월
평점 :
일시품절


부와 불평등, 우리의 미래 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훑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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