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말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 - 괴물과 싸우면서 괴물이 되지 않는 대화의 기술
샘 혼 지음, 이상원 옮김 / 갈매나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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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선생은 고참 국어과 교사였다. 언제나 미소 띤 시골스러운 얼굴로 타인을 대하며 상대를 해칠 의사가 없음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다니던 그는 사실 누구나 마주치고 싶지 않은 대화 기피 대상 1호였다. 그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의 역설을 기가 막히게 활용할 줄 알았다. 가장 먼저 찾아오는 불쾌감은 그가 얘기 들어 줄 상대의 상황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그의 일방통행 연설은 전혀 궁금해하지 않는 소재로 시작하여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점을 들춰내고 요청하지 않은 조언으로 끝맺는 게 정해진 순서였다. 쉬어빠진 음색, 화려하다 못해 휘황찬란한 인맥, 무불통지에 무소불위 오지랖 넓은 잡지식, 어색함을 덮으려는 더 어색한 미소, 반경 1미터까지 쏘아대는 로열젤리 타액은 무대장치일 뿐이었고, 역시나 화룡점정은 아무리 들어도 친근감이 생기지 않던 거친 사투리였다. 그와 단 한 번도 대화해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두 번 이상 대화에 응한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의 퇴임식 날 더 이상 그를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우리는 정과 성을 다하여 있는 힘껏 손뼉을 쳐주었다.


우리 대부분은 크면서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배운다. 배운 대로 행하면 내 주변을 착한 사람들이 둘러쌀 것이라 굳게 믿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것이 최고의 선이며 황금률이라 믿고 싶었던 듯하다. 하지만 착한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나이 들어가면서 깨달은 것 하나가 있다면, 본인은 착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결과적으로 남들을 세 치 혀로 괴롭히는 일당백의 괴물들이 어느 집단에나 한둘씩은 있으며 특히 직장에서 동료나 상사로 만날라치면 피해 갈 방법이 묘연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대응한답시고 그들과 씩씩거리다 보면 어느덧 우리도 괴물이 되어가는 일이 흔하다.


이 책의 저자는 착한 사람이 동네북으로 취급받을 만큼 황금률을 실천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소위 악질(villain)들에게 일반 대응책으로 사용해오던 전술을 나열하면서,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그들의 악행을 도와주는 결과를 얻을 뿐인 이유를 설명해준다. 더불어 괴물을 물리쳐 자신도 지키고 괴물을 닮아가지도 않는 꿀팁 오십 가지를 선보이고 있다. 먼저 유명 인사들의 격언과 그에 어울리는 상황을 제시하고, 실천 방안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묻는 여러 조건과 해결책을 내놓는다. 문체에 다분히 번역체의 향기가 풍기기는 해도 큰 틀에서의 대처법을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없다. 그 가운데 가장 효과적이고 인상적인 모범답안을 추려보았다.


상대가 괴물이라고 본능적으로 판단된다면 스미스 제독의 말처럼 반대 방향으로 진군한다. 자존심보다는 안전 확보가 먼저다. 상황이 끝나고 괴물이 눈앞에서 사라졌다고 해도 우리 마음에는 그 상흔이 여전히 남아 있다. 괴물은 배려하면 할수록 더 못되게 군다.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골라 습관적으로 잔인하게 군다. 힘센 사람은 절대로 고르지 않는다. 침묵은 괴물의 기를 살려준다. 괴물들은 자기 행동을 돌이켜보지도 않고, 잘못을 깨닫지도 못한다. '막 대했는데도 항의하지 않네? 그럼 계속 이렇게 해도 되는 거지?'라고 생각한다. 괴물에게 섣불리 공감 어린 관심을 보였다가는 관계의 주도권까지 빼앗길 수 있다. 못된 행동을 말없이 인내한다면, 그것을 용납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괴물들로부터 존중받으려면 나 또한 그들처럼 괴물의 수준에 올라야 한다. 그들이 존중해주고 건드리지 않는 상대는 오로지 하나, 자기보다 더한 괴물뿐이다. 계속 형편없이 행동하는 상대에게는 강하게 나가는 것이 옳다. 이들에게는 분노를 발산하는 것이 이성적으로 반응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인내가 악을 선으로 바꿔주리라는 생각은 철저한 착각이다(프레야 스타크, 여성 탐험가). 침묵하며 괴로워해 봐야 문제를 고착시킬 뿐이다. 나쁜 상황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으니, 바로 자신이 무언가를 실천해야 한다. 나를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다. 상대의 언행이 공격적이거나 불쾌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면, 언제까지고 그렇게 계속될 수밖에 없다. 당신이 반박하거나, 항의하지 않았다면 그건 괜찮다는 의사를 전달한 셈이다. 다 같은 지렁이라도 꿈틀대면 덜 밟힌다고나 할까?


화를 내는 괴물에게 맞춰줄 기분이 아니라면 종이와 펜을 꺼내 단호하게 물어보자.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지금 뭐라고 하셨지요?' 상대방의 행동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생각은 거기 갇혀버리고 만다. 깨어있는 매 순간, 그 파괴적인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국 괴물이 원하는 바이다. 모욕에 대처하는 최고의 방법은 ''가 아닌 '당신'을 주어로 삼아 답변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깔보는 듯한 말을 던졌다면, 그 말을 받아 상대방에게 던져보라. '저기요, 방금 뭐라고 하셨지요?'라고 되묻고는 입을 다무는 것이다.


마땅히 받을 것보다 적게 합의하는 순간, 당신은 그 합의한 것보다도 훨씬 적게 받게 된다(모린 다우드, 칼럼니스트). 남을 욕하는 말은 결국 자신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그 사람이 정말 욕을 먹어 마땅하다 해도 당신의 말을 듣는 사람은 수긍하는 동시에, 언젠가 자기도 당신에게 그런 욕을 먹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괴물을 욕해봐야 상황은 전혀 개선하지도 않으며 우리 마음의 평화, 그리고 우리에 대한 주변인들의 평가만 망가뜨린다.


지나친 배려는 남에게 인정받으려는 병리적 열망이다. 상대방을 지나치게 배려하고 맞춰주는 사람은 가정환경이나 부모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경우가 많다. 남에게 맞춰주고 배려하는 성향은, 잘못하면 괴물을 불러들일 가능성이 있다. 모두의 인정을 받고픈 마음은 비정상적이고, 더 나아가 병이다. 남의 기분만 맞추려는 사람은 자기가 제일 마지막에 잡아먹히기를 바라면서 악어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과 같다(윈스턴 처칠)


남들이 나에게 무언가를 부탁해올 때 대처법은 첫째, 시간을 두고 결정한다. 생각할 시간을 확보하고 그래도 상대가 재촉한다면 지금 당장 답을 원한다면 아니요입니다'라고 답하면 된다. 둘째, 간명하게 말한다. 짧고 분명하게 답할수록 설득력이 커진다. 구구절절하게 말하면 반격할 빌미를 주게 된다. '지금까지 늘 이런 일을 맡아 해주었잖아?'라고 상대방이 불평한다면 거절의 말만 다시 반복한다. 결정의 이유를 설명할 필요 없다. '내 마음은 이미 결정했어.',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아줘'라고 말해도 좋다. 더 이상 자신을 희생하며 상대방을 기쁘게 만들 필요가 없다. 거기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도를 넘은 요구에 대해서는 이유를 설명할 것도 없이 단호하게 거절한다.


괴물에게 대항할 자신감을 가지려면 명료함이 꼭 필요하다. 몸을 곧게 펴 당당하게 걸음으로써, 괴물에게 약하게 보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옳은 일을 위한 최고의 방법 가운데 하나는 당당한 자세를 갖추는 것이다. 범죄자들은 범행 대상을 찾을 때 먼저 자세부터 살핀다고 한다. 걷거나 앉아있을 때 허리가 구부정한 사람은 표적이 되기에 십상이다. 고개를 숙인다거나, 시선이 불안정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힘없이 터덜터덜 걷는 것도 위험하다. 이런 소심한 자세는 괴물을 불러들인다. 가슴에 책을 안고 다니는 것도 어깨가 앞으로 굽혀지고 수동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에 좋지 않다.


모욕받았다면 벌떡 일어서서 당당하게 대처한다. '충분히 들었으니, 그만하지', '이봐. 좀 건설적으로 조언하면 안 되나?' 일어선다는 것 자체가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어'라는 의사를 표시한다. 앉은 자세는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상대의 우위를 인정 혹은 용인하는 의미이고, 결국 괴물의 행동을 강화한다.


불평꾼의 투덜거림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방법은 일일이 방어하지 않고 거리를 두는 것이다. 상대방이 '너는 게을러. 자신을 좀 더 가꿔'라고 한다면 거리 두는 말을 한다. '아무리 그래도 난 지금이 좋다.', '각자 나름의 의견이 있는 법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니 유감이다', '그건 당신 생각일 뿐이다'라고 말해준다. 마음 상하게 하는 사람을 자청해서 자꾸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본다. 전갈은 끝까지 전갈일 뿐이고 언젠가는 독침을 찌르게 되어 있다. 독침을 피하는 방법은 등에 태우지 않는 것뿐이다.

 

<함부로 말하는 사람의 입을 다물게 하는 말>

1) 그런 생각은 속으로만 하세요.

2)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말씀하신 분의 이미지만 나빠집니다.

3) 설마 진심으로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아니겠지요?

4)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어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썹을 살짝 올린다)

5) 제가 잘못 들은 모양입니다. 다시 말씀해보시겠어요?

6) 앞으로 저와 함께 있을 때는 그런 말은 말아주세요.

7) 듣기 불편하군요. 점잖게 말씀하시지요

8) 제가 그런 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해가 갈수록 사람은 고쳐 못쓴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스스로 괴물이나 악질이 된, 고쳐 못 쓸 사람들을 평생 피해 다니느라 지쳤다면 지금이라도 이 책이 알려주는 대처법을 익혀 써먹어 보자. , 최소한 자신은 괴물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좀비가 아무리 배고파도 자기 팔을 물어뜯지는 않듯이.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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