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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로봇공학자 다니엘라 루스의 MIT 로봇 수업 - 인간과 로봇이 함께하는 찬란한 미래
다니엘라 루스.그레고리 몬 지음,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5년 6월
평점 :
호모 파베르, 로봇이라는 새로운 도구로 인간을 확장하다 - 다니엘라 루스의 《MIT 로봇 수업》을 통해 본 인간과 도구의 미래.
인간의 본질을 ‘도구의 인간(Homo Faber)‘에서 찾는 앙리 베르그송의 통찰은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관점입니다. 인간은 단순히 환경에 적응하는 존재를 넘어, 도구를 창조하고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를 변화시켜 왔습니다. 이러한 호모 파베르의 관점에서 볼 때, 세계적인 로봇공학자 다니엘라 루스의 저서 《MIT 로봇 수업》은 21세기 인류가 마주한 가장 진보된 도구 ‘로봇‘을 통해 호모 파베르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재정립하고 미래를 열어갈 것인지에 대한 심도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1. 로봇: 인간 능력의 현대적 확장(Extension)
마셜 매클루언이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라고 선언했듯, 모든 도구는 인간의 신체와 감각을 확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바퀴가 다리를, 책이 눈을 확장했다면, 루스가 제시하는 로봇들은 인간의 능력을 전례 없는 차원으로 확장합니다. 몸속을 유영하며 장기를 치료하는 오리가미 로봇은 외과 의사의 손과 눈을 인체 내부로 확장시킨 것이며, 로봇 물고기 ‘소피‘는 인간이 갈 수 없는 심해로 탐험의 감각을 확장한 것입니다. 이처럼 루스의 로봇들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현대판 ‘인간 증강(Human Augmentation)‘ 기술로서 인간의 물리적, 인지적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최첨단 도구인 셈입니다.
2. ‘심장과 칩‘의 협력: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파베르의 통합
인간의 정체성은 사유하는 인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와 만드는 인간, ‘호모 파베르‘의 두 측면을 모두 가집니다. 지혜(Sapiens)가 상상하고 계획하면, 손과 도구(Faber)가 그것을 현실로 구현해냅니다. 다니엘라 루스가 제시하는 책의 핵심 비전, 즉 ‘심장(The Heart)과 칩(The Chip)의 파트너십‘은 바로 이 두 정체성의 이상적인 통합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심장‘은 지혜, 창의성, 윤리적 판단력을 지닌 인간(호모 사피엔스)을 의미하며, ‘칩‘은 그 지혜를 바탕으로 빠르고 정밀하게 지루하고 위험한 일을 수행하는 로봇(호모 파베르의 도구)을 상징합니다. 루스는 인간의 지혜가 로봇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올바르게 이끌 때, 인류가 기후 위기나 질병 같은 거대한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생각하는 능력‘과 ‘만드는 능력‘이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며 시너지를 낼 때 인류가 진보할 수 있다는 철학적 통찰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3. ‘호모 파베르의 역설‘에 대한 책임감 있는 응답
도구는 인간에게 막대한 편의를 주었지만, 때로는 스스로를 파괴하는 부메랑이 되기도 합니다. 현대 사회는 인공지능과 로봇이라는 강력한 도구가 오히려 인간을 위협할 수 있다는 ‘호모 파베르의 역설‘에 직면해 있습니다. 21세기의 호모 파베르는 자신이 만든 도구가 자기 자신을 바꿔놓을 수 있음을 인지하게 된 것입니다.
그녀는 기술의 잠재적 위험성을 솔직하게 인정하며, 로봇공학자들이 가져야 할 11가지 윤리적 설계 원칙과 사회적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이는 기술을 만드는 행위(Faber)에 반드시 사유하는 지혜(Sapiens)의 윤리적 책임이 따라야 함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녀의 주장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넘어 ‘무엇을, 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함께 고민하는 성숙한 호모 파베르의 자세를 보여줍니다.
도구를 통해, 더욱 인간다워지다.
이 책은 호모 파베르로서의 인간이 도구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확장하고(인간 확장), 지혜와 제작 능력을 통합하며(사피엔스+파베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에 책임감 있게 대응(역설의 극복)해야 함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궁극적으로 루스는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합니다. 로봇에게 고된 노동을 맡김으로써 인간은 창의성, 공감, 관계 맺기와 같은 호모 사피엔스의 고유 영역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도구를 만듦으로써 인간 스스로를 더욱 고양된 존재로 만들어온 호모 파베르의 역사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시사하는 희망의 메세지입니다.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