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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지구라는 놀라운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아이작 유엔 지음, 성소희 옮김 / 알레 / 2025년 5월
평점 :
인간 중심의 시각을 벗어나, 지구라는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료 존재로서 자연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이 책은 지구 위에서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움직이는 수많은 생명체를 ‘동료 여행자’로 불러내며, 인간 중심의 시선 너머로 자연과 비인간 세계의 경이를 음미하도록 이끈다. 40여 편의 단상들은 때로 유머러스하게, 때로 서정적으로 전환하며 독자가 지구라는 행성에서 공존의 의미를 다시금 사유하게 만든다.
‘소리’와 ‘장면’을 매개로 들리지 않거나 보이지 않던 존재들의 세계가 귓속말하듯 다가온다. 나무늘보의 느림, 물고기의 무리 지어 헤엄치는 방식, 미세한 곤충의 진동까지, 익숙함 뒤에 숨겨진 감각을 탐험하며 우리의 귀와 눈이 얼마나 편협하게 자연을 해석해왔는지 부드럽게 일깨워준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호기심의 문을 여는 동시에, 자신이 여태껏 스쳐 지나친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생명체와 맺는 교류와 접촉의 순간들은 과학적 사실과 개인적 성찰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호흡의 네 단계’ 에세이에서는 인간의 생명 활동이 다른 생명체와 맺는 리듬과 유사함을 포착하고, ‘평생 가는 친구 사귀기’에서는 사회성의 보편적 연결망을 재조명한다. 견고한 논거 위에 놓인 대화체 같은 문장은 몰입감을 높이며, 과학적 정보와 에세이의 서정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압박과 회복, 그리고 존속의 궤적이 다각도로 조명된다. 화석 속 삼엽충에서 현대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진화의 궤적을 좇으며, 위기의 순간들이 어떻게 새로운 균형과 적응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독자는 인간이 겪는 위기와 전환을 비인간 생명체의 역사 속에서 되돌아보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보다 폭넓은 맥락에서 이해하게 된다.
우리는 지구 위에서 홀로 여행하는 존재가 아니며, 수없이 많은 생명과 뒤얽혀 서로의 여정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한 인식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공존을 향한 첫걸음임을, 아이작 유엔은 과학적 탐구와 문학적 상상력이 만나 빚어낸 풍부한 서사로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자연과 인간, 과학과 문학이 마주치는 지점에서 얻는 통찰을 맛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