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식은 우리가 우리의 연인들에게 이런 비밀들을, 이런 진실들을 말하는 이유다. 이것은 결국 이기적인 행동이며, 그 이면에는 우리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어떻게든 일말의 죄의식을 덜어줄 수 있으리라는 추정이 숨어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죄의식은 자초하여 입는 모든 상처들이 그러하듯 언제까지나 영원하며, 행동 그 자체만큼 생생해진다. 그것을 밝히는 행위로 인해, 그것은 다만 모든 이들의 상처가 될 뿐이다. 하여 나는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그 역시 내게 그러했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 앤드루 포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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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 -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튼 시리즈 20
김혼비 지음 / 제철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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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생각했을 때, 가장 멀리해야 할 것 같은 책을 보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유난히 술자리에서 술의 유혹이 많아지고 있는 순간인데, 이 책은 너무 위험하다. 원래 좋아하던 청하, 소맥, 데킬라, 마티니 등 생각나는 술 외에도 마셔본 적 없던 앱솔루트나 글렌피딕도 땡긴다. 이 책을 위험물질로 분류해야겠다.

김혼비 작가는 처음인데 글이 맛깔나다. 읽으며 혼자 킥킥대고 그리워하고 궁금해진다. 현재 절반 가량 읽었는데 아껴뒀다 우울할 때나 술이 그리울 때 읽고 싶다. 그럼 당연히 금주는 끝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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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다른 사람이 당신을 채워줄 수 있다거나 당신을 구원해줄 수 있다고—이 두 가지가 사실상 다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추정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나는 콜린과의 관계에서 그런 식의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나는 다만 그가 나의 일부, 나의 중요한 일부를 채워주고 있고, 로버트 역시 똑같이 나의 중요한 또다른 일부를 채워주었다고 믿을 뿐이다. 로버트가 채워준 나의 일부는, 내 생각에, 지금도 콜린은 그 존재를 모르는 부분이다. 그것은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만큼 쉽게 파괴도 시킬 수 있는 나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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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은 이 책의 처음에서 통찰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글은 찰나와 영원에 관한 이야기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다.

피카소가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정교한 그림을 그리는 건 힘들지 않았지만,다시 어린아이가 되는 데 사십 년이 걸렸다고요. 우리는 0세에서 100세를 놓고 봤을 때,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로 가면서 지식이 계속 쌓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지식을 얻는 대신 가능성을 내주는 것이죠. 지식을 쌓으면서 놓치고 있는많은 부분들을 우리는 그 누구도 보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p37

한가로운 일요일 오전 11시에 고양이가 내 무릎에 앉아 잠자고 있고, 제이슨 므라즈의 음악이 들리고, 책 한 권 읽는, 그런 순간이 잊히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순간이 몇 개가 각인되어 있느냐가 내 삶의 풍요라는생각이 듭니다. 말씀드렸듯 그것들은 약간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다행히 기준을 잡아주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고, 그 사람들 대부분이책을 씁니다. 그래서 그 책들을 읽으면서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파리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곳에있을 시간이 삼 일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삼 일 있다가 떠난다는 걸 아니까 모든 게 난리인 겁니다. 에펠탑 봐, 이게 퐁피두래, 이게 샹젤리제거리야. 그런데 만약 거기에서 삼십 년을 산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러면그것들이 그렇게 감탄스러울까요? 대한민국, 서울, 우리가 사는 이 공간에도 들여다보면 좋은 게 꽤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것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선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그러니까 그시선을 길렀으면 좋겠습니다. 
p51

죽음이 임박했을 때 갑자기 생기는 삶에 대한 애착은, 우리가 흥미를 잃은 것은 목적이 보이지 않는 삶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영위하는 삶의 일상적인 형태라는 것, 그리고 우리에게 불만이 생기는 것은 인간의 경험이 돌이킬 수 없도록 음울하기 때문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특정한 방식 때문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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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잠시 고양이면 좋겠어 : 왜 그럴까? 어떤 마음일까?
나응식 지음, 윤파랑 그림 / 김영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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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재미있다.

주변에 고양이를 모시려는 초보집사가 있다면 꼭 권해줄 책이다. 병원에서 만난 다양한 고양이와 사례들을 통해 고양이의 특징과 습성을 알려 주고 있어 술술 넘어가고 이해가 쉽다. 또, 글 전반에 흐르는 고양이에 대한 애정과 눈에 하트 뿅뿅하게 하는 삽화, 사진은 보는 이를 행복하게 한다.

하지만 고양이를 키운지 좀 됐고, 고양이의 행동 때문에 검색창과 카페를 돌아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내용이라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냐옹신님의 지식과 경험을 살려서 후속으로 조금 더 자세한 고양이대백과와 같은 책이 얼른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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