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이는 우울증과는 달랐다. 슬픔과 우울은 어깨를 마주하고 찾아올 때가 많지만 본질적으론 다르다. 슬픔은 이유가 있다. ‘나’와 ‘잃어버린 것/사람’을 분리할 수 있다. 그때가 언제일지 알 수 없지만, 이 슬픔이 언젠가는 다할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은 오로지 슬픔으로 꽉 차 있는 감정의 공간에 기쁨과 행복이 비집고 들어올 것을 믿는다. 슬픔은 위로하는 타인과 교류할 수 있다.
반면, 우울은 실체 없는 어떤 것이 주변을 채우고 목을 조르는 느낌이다. 의지, 목표, 흥미가 마비된다. 모든 것이 메말라간다. 슬픔이 감정의 습지라면, 우울은 감정의 사막이다. 그것도 사하라 같은 열사의 사막이 아니라 남극 같은 동토의 사막. 우울은 귀를 막는다. 주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수 없다. 우울은 ‘셀프 감금’이다.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 이주현 저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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