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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 버리고, 세우고, 지키기
이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월
평점 :
‘적은
것이 많은 것‘임을
알라
기다리던
책이 나왔다.
5년
전 <혼창통>을 들고 나와 대한민국 경영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저자 이지훈이 이번엔
<단(單)>을
통해 보다 큰 그림의 통찰을 전하고 있다.
저자의
직업은 내가 주말마다 즐겨 읽는 조선일보의 경제섹션 ‘위클리비즈’를
맡고 있는 경제기자다.
저자는
10년
가까이 매주 세계적인 경영 대가들을 만나고,
수없이
많은 최신의 비즈니스 소식을 접하면서 그들의 놀라운 성공과 성장의 비결들이 하나로 수렴됨을 감지했다.
그것들을
풀어서 정리한 것이 이 책이다.
경제기자
중에 통찰력 있는 책을 쓴 저자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은데,
그
중 경제분야에서는 <2015
빚더미가
몰려온다>,
<세대전쟁>
등을
쓴 KBS의
박종훈 기자가 제일이고,
경영분야에서는
이지훈 기자가 으뜸이다.
나는
<혼창통>
이후
‘위클리비즈’를
매주 만나면서 이지훈이 또 어떤 통찰을 끄집어낼지 몹시 궁금했다.
이번엔
달랑 한 단어,
단(單)이었다.
단은
단순함,
군더더기
없음이다.
노자는
‘학문의
길은 하루하루 쌓아가는 것이지만,
도(道)의
길은 하루하루 없애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이든
넘쳐나는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는,
그래서
기쁘고 행복할 것 같지만 ‘넘치면
부족한만 못한 법’,
풍부함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마트
진열대에는 너무 많은 제품에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게 하고,
넘쳐나는
정보와 뉴스는 공해가 되어 오히려 눈과 귀를 멀게 한다.
단은
참을 수 없이 복잡하고 많은 세상에 맞서 내 길을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나치게
많은 물건과 정보는 우리 자신을 앗아가고 잠식하고 본질에서 멀어지게 한다.
‘참을
수 없이 복잡한’
시대의
미덕은 더 이상 더하는데 있지 않다.
빼는
데 있다.
‘더more'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덜less'을
요구하고 있다.
넘쳐나는
풍요의 바다에서 단순함의 자유를 찾고 싶어 한다.”
(13쪽)
저자가
찾아낸 단(單,
단순함)의
정의는 ‘불필요한
것을 모조리 제거하고 핵심만 남겨놓은 상태,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궁극의 경지’이고,
‘중요하지
않은 것에 맞서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의
기준이나 가치를 걷어내고 나만의 가치를 세우는 것’,
즉
완벽함이다.
생텍쥐페리
역시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진다’라고
말했다.
단순함의
추구는 궁극적으로 개인에게 있어 고수(高手)가
되는 길이고,
기업에게는
독보(獨步)로
가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단순함을 추구해야 할까?
저자는
단순함에 이르는 순서로 ‘버리고,
세우고
지키라’고
말한다.
“단순함이란
가장 소중한 것까지 죽이고 또 죽임으로써 버리고 비워내는 정화의 과정이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말,
시각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나만의 가치를 세우는 고집이며,
먼
미래를 내다보고 우직하게 걸어가는 뚝심이다.”
(348~349쪽)
단순해지려면
우선 버려야 한다.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다 보면 저절로 진면목이 드러나기 때문”(91쪽)이다.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쓴 정리의 여왕 곤도 마리에는 ‘물건을
만졌을 때 설레는가 여부에 따라 울림이 없는 물건은 버리라‘고
말했다.
알고
보면 우리는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 것‘들에
둘러싸여 너무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현대인이 너무 많다.
버리기는
결국 소중한 것만 남기기 위한 작업이다.
“버리지
않으면 버려진다.
단
하나의 목표를 택하지 않으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으로부터 버려진다.
핵심에
집중하지 못하고 복잡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지 못하는 기업도 고객으로부터 외면받기 십상이다.
생존을
위해 버림은 필수라고 할 수 있는 이유다.”(137쪽)
기업
역시 버려야 살아남는다.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은 자신이 쓴 책 <제로
투 원>에서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창조적 독점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구루
피터 드러커 역시 ‘자신이
못하는 일을 평균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것보다,
자신이
잘하는 일을 탁월한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더 쉽다’고
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허락된 에너지와 자원,
그리고
시간은 제한적이다.
가능성이
적은 분야를 향상시키는데 노력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잘하는 것에 더욱 잘하는 데 투입해야 한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무엇을 버리고 취할지를 정하고 버리고,
지우고,
털어내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
단순함을
위해 충분히 버렸다면 다음은 세워야 한다.
“버리기만
하고 세우지 못한다면 거짓 단순함이요,
공허이고
조악함이다”(17쪽)
무엇을
세워야 한단 말인가?
바로
뜻(志)이다.
개인은
내가 누구인지 정체성을 세우고,
왜
일해야 하는지 사명을 세워야 한다.
기업이라면
우리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 하고 진정한 존재 의미를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개인이나 기업이 단순해지기 위한 필수적인 고민이다.
1997년
애플에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를
애플의 모토로 삼고 컴퓨터로 세상을 바꾸고,
나아가
애플의 제품들이 ‘우주에
영향을 미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를 세웠다.
그러자
그의 뜻에 공감한 전 세계의 창의적인 인재들이 애플에 합류했고,
오늘날의
애플에 이르렀다.
단순해지기
위한 마지막 단계는 지켜는 것이다.
버리고
세웠지만 지키지 못한다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단순함을
구축했으면 어떤 유혹이나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오래도록 지켜야 한다.
세우는
것이 약속이라면 지킨다는 것은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약속을
지키는 일관성은 인간관계는 물론 기업 경영에 있어서 신뢰의 원천이 되는 것처럼,
지키기는
개인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사명을 찾고 마지막까지 그것을 향해 노력하는 것이고,
기업의
차원에서는 기업의 핵심가치를 준수하는 가장 중요한 임무다.
지난
3월
12일
한국은행은 1.75%로
금리를 인하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역사상,
아니
단군 이래 처음 맞이하는 초저금리시대를 맞이했다.
대한민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한 상태,
더
나은 미래를 만날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국민
경제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신화는 이미 종언을 고했고,
국내
증시는 기업들의 소리 없는 구조조정 아래서 박스권 탈출에 실패했다.
연금만으로
안락한 노후를 꿈꾸던 시대도 저물었고,
금리는
1%대로
추락하여 자산이 2배로
불어나는 데 35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
대한민국은
머지않아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거라는 우울한 전망은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운 좋게 5
년
만에 벗어났지만,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최소 10년은
허우적대야 한다.
선진국
일본은 20년째
그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개인이나 기업,
정부는
’발등의
불‘에
매달려 전전긍긍할 것이 아니라 더 멀리 내다보는 큰 그림,
그리고
전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또한
무엇보다 몸보다 마음비우기가 급선무,
지금껏
다다익선(多多益善)을
추구했다면,
이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을
경계해야 할 때다.
그
점에서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이 참으로 많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격주간 발행하는 출판저널 <기획회의>(388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