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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비용 제로 사회 - 사물인터넷과 공유경제의 부상
제러미 리프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4년 9월
평점 :
협력적
공유사회를 준비하라
20007년
3만6200명의 경쟁을 뚫고 최초의 우주인으로 선발됐지만 정식비행을 한 달 앞두고
탈락한 고산은 최초의 우주인 자리를 이소연에게 내주고,
홀연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2010년
1년
만에 갑자기 귀국했다.
그리고
그는 제조업의 메카라 불리는 종로3가
세운상가에 ‘A팀벤처’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그가
미국 유학길에서 주목한 건 미래를 변화시킬 차세대 신기술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최근 ‘제조업의
부활을 쏘는 신호탄’이라
말했던 3D프린터였다.
3D프린터는
활자를 인쇄하듯 물체를 찍어내는 기계로 나노물질부터 전자제품,
집,
총기,
마약류까지
모두 만든다.
심지어
인공장기도 가능하다.
고산은
이 놀라운 기계로 인해 개인이 제조업이 가능하고 생산인프라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지구반대편 미국에서 가까운 미래를 만난 것이다.
IT 잡지
"와이어드"
편집장으로
활동하면서 오픈하드웨어 분야의 독보적 트렌드 세터로서 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는 데 주력해온 저자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 역시
3D프린터가
만들어낸 메이커 운동에 주목하고 <메이커스makers>라는
책을 써 인터넷의 보급 이후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3차
산업혁명의 전조와 향후 10년간
일어날 기술혁명의 미래를 말했다.
그는
3D프린터를
‘미래를
바꿀 100년
만의 산업혁명’이라
불렀다.
문제는
3D프린터와
같은 최신 기술이 경제를 한계비용 제로 시대로 빠르게 바꿔놓고 있어 혼란을 야기한다다는 점이다.
<3차
산업혁명>,
<공감의
시대>,
<소유의
종말>,
<노동의
종말>
등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쓴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
‘기술발전
덕분에 재화와 서비스를 추가 생산하는 비용(한계비용)이
제로(0)가
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컴퓨터·인터넷의
보급과 기술 경쟁 격화로 생산비용이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개발 비용과 같은 초기 고정비용이 들지만,
일단
만들고 나면 아무리 많은 사람이 내려받아도 기업에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한계비용)이
없다.
이렇게
되면 많은 사람이 이용할수록 원가는 점점 제로(0)에
가까워진다.
한계비용
제로 현상이 정보화 산업 뿐 아니라 의식주나 제조업에도 적용된다.
인간의
노동 대신 로봇을 이용한 생산이 늘어나는 데다 통신·물류·에너지
같은 생산 인프라가 디지털로 변하면서 제조업의 생산원가가 낮아지고 있다.
일례로
컴퓨터 하드드라이브의 1기가바이트당
가격은 2000년
44달러였지만,
지금은
7센트로
60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에너지 역시 마찬가지,
재생에너지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독일은
현재 에너지의 27%가
한계비용이 제로인 태양열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온다.
재생에너지는
석탄 에너지와는 다르다.
태양이나
바람은 한번 설치하면 우리에게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
나아가
저자는 사물인터넷(IoT)과
3D
프린터
등을 통해 자본에 의한 대량생산이 아니라 사람에 의한 대중생산,
즉
‘협력적
공유사회’로
진화할 거라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협력적 공유사회가 이미 우리가 경제생활을 조직하는 방식에 변혁을 가하고 있으며,
이로써
21세기
전반부에 걸쳐 신규 사업과 수백만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득
격차를 줄여 글로벌 경제의 민주화를 촉진하는 한편 환경 지향적인 사회를 정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자본주의의 대규모 경제적 변혁이 느닷없이 일어난 이유는 뭘까?
저자는
다름 아닌 시장의 비범한 성공 탓이라는 역설을 주장한다.
자본주의의
끊임없는 이윤 추구가 부메랑이 되어 스스로를 해체했다는 것이다.
즉
영리 기업들이 극단적 생산성을 불러온 모종의 기술 혁명이 한계비용을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렸고,
수많은
물리적 재화와 서비스를 풍부하게 하는 반면 동시에 가격은 제로에 가까워져서 더 이상 시장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한편 제러미 리프킨은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의 전환,
즉
공유경제에 주목했다.
자동차는
자본주의 시스템 속 사유재산 중에 집 다음으로 귀중한 재산이었지만,
오늘날은
오히려 애물단지 취급을 당한다.
미국에서
자동차 한 대를 유지하는 데 월평균 수백 달러가 드는 반면,
자동차가
차고에서 잠자는 시간의 비율은 평균적으로 92퍼센트에
달한다.
게다가
기름값에 세금까지 따지면 답이 없다.
사람들은
자동차가 ‘극도로
비효율적인 고정자산’
이라는
걸 깨닫고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 시간 단위로 이동 비용을 지불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로 미국의 집카(zipcar)나
한국의 소카(SOCAR)와
같은 카쉐어링 기업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도로에
나온 공유 차량 한 대가 자가용 열다섯 대를 도로 위에서 사라지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2009년까지
GM의
연구개발 및 기획 부사장을 역임했었던 로런스 번스 미시간대 공학 교수도 “자가용이
모두 공유,
합승
차량으로 활용된다면 전체 자동차 수가 80퍼센트
이상 감소되더라도 동일한 수준의 이동성을 더 적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372쪽)이라고
자동자 공유의 효율성을 시인했다.
현재 미국인의 약 40퍼센트가
소셜 미디어 사이트나 온라인 동호회,
협동조합을
통해 카쉐어링를 포함해 협력적 공유경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수백만의
아파트 거주자들과 주택 보유자들이 에어비앤비(Airbnb)나
카우치서핑(Couchsurfing)
같은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거주지를 제로에 가까운 한계비용으로 수백만의 여행객과 공유하고 있고,
오래된
것은 빼고 새로운 것으로 채우자는 모토로 세운 의류 교환 업체 스레드업은 40만
명의 회원이 옷을 바꿔 입고 있다.
스레드업
웹사이트는 월간 약 38만
5천회에
달하는 방문횟수를 기록하고 있고,
2012년에는
35만
개가 넘는 아이템을 팔았고,
주문량은
매월 무려 51퍼센트씩
늘고 있다.
이
밖에도 미국과 유럽에서는 자전거 공유,
주택
교환,
에너지
및 식료품 협동조합,
사무실
공유,
주택
공유,
음악
스튜디어 공유,
공구
대여 등 다양한 유형의 공유비즈니스가 성행중이다.
하지만 공유가 소유를 완전 대체하서 결국 ‘자본주의의
종말이 올 것’이라는
제러미 리프킨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시장의
‘교환가치’가
갈수록 협력적 공유사회의 ‘공유가치’로
대체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전 미국 노동장관을 지낸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대 교수는 “완곡하게
표현해서 공유경제(Share
Economy)이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부스러기(scraps)만
떨어지는 ‘부스러기
공유 경제’(Share-the-scraps
Economy)”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공유경제
회사에는 구성원들이 ‘고용된
정직원’이
아니어서 보험,
산업재해보상,
실업
보험,
건강검진
등 노동자의 복지 혜택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을 꼬집었다.
아울러
공유경제로 돈을 버는 건 소프트웨어를 소유한 회사이지,
노동자가
아니라는 점도 덧붙였다.
책을 덮으며 ‘과연
이런 미래가 올까?’하고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보듯 고민했다면,
당신은
20세기식
독서를 했다.
이
책은 지구 반대편의 동시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가까운
미래’,
즉
첨단 트렌드의 끝자락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뭘 건져내야 할까?
지난
3월
18일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TED
2015 에
도요타 자동차가 초소형 전기자동차 아이로드(i-Road)를
선보였다.
바퀴도
세 개 뿐인 일인승의 이 자동차는 ‘혼자
타지만 함께 탈 차’로
설명된다.
전기차와
차량 공유 서비스,
여기에
자율주행차까지 결합한 이 자동차는 자동차의 ‘미래
개념’이
어떻게 바뀔지를 보여줬다.
도요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서히 대두되는 ‘공유경제의
도래’를
직감한 도요타가 언제 어디서나 자전거처럼 빌릴 수 있는 차를 개발함으로써 사유재산의 대표이자 제조업의 선두주자인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보여준
셈이다.
‘마인드
마이너‘로
불리는 송길영은 책 <상상하지
말라>에서
“(타인은)
보고도
모르는 것을 보는 것이 통찰”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통찰의 보고(寶庫)다.
보고도
모르고 지나친 숱한 것을 다시 읽어 찾아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