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자본론 -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
마스다 무네아키 지음, 이정환 옮김 / 민음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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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상품이 아닌 지적 자본의 총체

 

지난 달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11.5 미터 길이에 폭은 1.51.8m나 되는 무게 1.6t의 독서 테이블 2개가 설치되었다. 설치비용만 43000만원의 뉴질랜드산 대형 카우리 소나무로 만든,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이 테이블의 등장은 찬반양론으로 온오프라인에서 한동안 뜨거웠다. 이제야 제대로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며 반기는 쪽이 있는가 하면, 사지도 않고 읽기만 한다면 손때 묻어 팔 수 없는 책들은 반품이 되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출판사가 떠안게 된다며 생색은 서점이 내고 손해는 출판사가 지게 될 거라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았다.

 

내 생각은 전자 쪽이다. 테이블이 있기 전에도 통로에 서서 혹은 바닥에 주저앉아 책을 읽는 사람은 많았다. IMF 외환위기 시대였던 18년 전, 졸업 후 백수생활을 할 때 거의 일 년 동안 매일 그곳에 들러 공짜로 책을 읽으며 우울한 시절을 견뎠던 나는 불편하게 책을 읽는 소비자에 대한 서점의 배려를 진심으로 환영한다(나를 힘들게 한 건 다리의 고통보다 필경 자격지심이었을 직원들의 눈칫밥이었다).

 

이에 대해 일본의 명물이 된 서점 츠타야(TSUTAYA)의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키에게 의견을 묻는다면 그는 고객가치를 우선한다면 답은 쉽다.”고 말할 것이다. 쉽게 말해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서점을 매장(賣場)이라고도 부르는데,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매장(買場), 즉 상품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매입하는 장소여야 한다. 츠타야의 정신이기도 한 고객가치 우선의 관점에서 본다면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장소가 아니라 (츠타야처럼) 독자가 책을 최대한 편하게 경험하며 만끽할 수 있어서 읽고 있는 책을 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곳이어야 한다.

 

츠타야의 고객가치가 궁금하다면 <지적자본론>을 읽으면 된다. ‘츠타야서점을 기획해 성공시킨 마스다 무네아키의 경영 철학을 오롯이 담고 있는 이 책은 서점의 미래 뿐 아니라 비즈니스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버블 경제의 붕괴로 잃어버린 20의 후유증을 앓아 온 일본은 최근 10년 사이에 10,000여 곳의 서점이 문을 닫는 등 기존의 대형서점들은 맥을 못 추고 있는데 5만 명에 이르는 회원을 거느리고, 14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츠타야 서점만은 승승장구 중이다. 특히 일본 도쿄 다이칸야마에 푸르른 녹음으로 둘러싸인 약 12,000의 부지에 츠타야의 대형 매장 3곳과 다양한 전문점을 세운 다이칸야마 츠타야의 성공은 서점의 혁명으로 불리고 있다.

 

츠타야의 성공은 고객가치의 관점에서 소비사회의 변화를 살피고 적절하게 대응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상품자체가 부족한 퍼스트 스테이지(first stage)와 상품이 넘쳐나는 세컨드 스테이지(second stage)를 넘어 지금은 온오프상에서 상품을 파는 플랫폼이 넘쳐나 시간과 장소에 조금도 구애받지 않고 소비활동을 할 수 있는 서드 스테이지(third stage)가 우리가 현재 생활하고 있는 시대라고 보았다. 이런 서드 스테이지 시대에 서점이라는 플랫폼이 갖춰야 할 것은 제안 능력이라고 판단했다.

 

플랫폼은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단순히 선택하는 장소일 뿐, 플랫폼에서 실제로 선택을 수행하는 사람은 고객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다음으로 고객이 인정해줄 만한 것은 선택하는 기술이 아닐까. 각각의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주고, 선택해 주고, 제안해 주는 사람. 그것이 서드 스테이지에서는 매우 중요한 고객가치를 낳을 수 있으며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해 주는 자원이다.” 49

 

저자는 제안능력은 곧 지적자본이고, 이 지적자본이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그 회사의 사활을 결정한다(53)고 보았다. 그리고 오늘날 서점의 위기는 서점은 서적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결론 내렸다.

 

고객에게 가치가 있는 것은 서적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제안이다. 따라서 그 서적에 쓰여 있는 제안을 판매해야 한다. 그런데 그 부분은 깡그리 무시하고 서적 그 자체를 판매하려하기 때문에 서점의 위기라는 사태를 불러오게 된 것이다.”(68)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은 책의 형태 등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 제안 내용에 따른 분류로 서점이라는 공간을 재구축했다. 그래서 여행, 음식과 요리, 인문과 문학, 디자인과 건축, 아트, 자동차...라는 식으로 장르에 따라 책을 구분했고, 책도 단행본이든 문고든 가리지 않고 장르에 맞춰 횡단적으로 진열시켰다.

 

그리고 츠타야 서점을 단순히 책이 아닌 책 속에 표현되어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판매하는 서점으로 만들기 위해 그런 제안을 할 수 있는 지적자본을 충분히 갖춘 접객 담당자(Concierge)30여명 운용하고 있다. 이곳에 상주하는 접객 담당자는 대부분 해당 분야 직종에 몸담았던 전문가로 도서 선택 뿐 아니라 분야별 전방위 컨설팅을 도와주고 있다. 츠타야 서점은 지금 판매액을 기준으로 키노쿠니아 서점이나 준쿠도 서점을 웃도는, 일본 최대의 서점체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서점의 혁명은 시너지를 낳았다. 사가 현 다케오 시의 시장인 히와타시 게이스케가 저자를 찾아와 시립 도서관 운영을 부탁했다. 인구 5만의 시의 시민들 중 약 20%밖에 이용하지 않는 도서관을 시민들에게 좀 더 개방된 시설로 만들어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처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저자의 기획회사인 CCC가 축적한 다양한 지적자본 노하우가 고스란히 이전된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재개관 이후 13개월 만에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 인구 5만 명 규모의 지방 시립 도서관이 일본 제일의 도서관으로 변신했다. 다이칸 야마에서 시작된 서점 혁명은 다케오 시립도서관과 같은 도서관 혁명을 일으켰고, 이후 다케오 시에 이어 다수의 시립도서관과 일본의 기차역인 JR역사 건물에 시립도서관 설립 프로젝트가 추진중이다. 한마디로 지금 일본은 지적자본에 의해 조용하지만 거대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책의 곳곳에서 저자는 소비자들에게 편안한(comfortable)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언급했다. 책을 마음껏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음은 물론, 쉽게 책을 찾고, 관심 있는 분야의 몰랐던 책도 덤을 찾을 수 있다면, 거기에 해당분야의 전문가가 직접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책을 추천해 준다면, 제아무리 불황이라도 책을 사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고객의 입장에서(고객가치의 창출) 최대한 편안한 선택을 도와주는 것(라이프 스타일 제안)이 츠타야의 성공비결이자 창업자인 마스다 무네아키의 경영철학이다.

 

서적을 단순히 물성(物性)으로서의 책으로 보지 않고 지적자본의 시작이자 제안 덩어리로 봤다던가, 고객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저자의 방향성이 다른 발상은 무척이나 놀랍고 인상적이다. 혁신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어떤 생각으로 바라볼 것인가하는 생각법에 있었다. 그 점에서 난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소나무 테이블은 대한민국판 츠타야의 탄생을 위한 첫 발이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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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 - 변화의 시작, 변화와 혁신의 심리학
이민규 지음 / 끌리는책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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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생각하고, 작게 시작해서, 빨리 움직여라!

 

  20101월 내 생애 첫 책<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교보문고)가 나왔다. 한 달 후 책을 낸 출판사인 교보문고에서 독자들을 위한 저자 강연회를 개최했다. 거의 3주 동안 강연회 준비만 한 것 같다. 강연과 연설, 프레젠테이션 등에 관한 책을 꽤 읽으며 공부했고, 이를 바탕으로 내 강의내용을 정리했다.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잠꼬대로 연설을 할 정도로 연습했다. 강연회 날, 겨울비가 추적거렸다. 날씨로 청중이 적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무명작가의 말을 듣기 위해 와 주었다. 초조했다. 강연 시작 10분 전, 건물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웠다. 긴장을 늦추려 서둘러 한 대 더 피웠다.

 

강연 시작은 순조로웠다. 청중들의 박수는 큰 격려가 되었다. 꽤 오랫동안 준비하고 연습한 덕도 보았다. 열띤 강연은 30분 정도쯤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 목구멍이 잔뜩 말라버린 나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서둘러 물을 마셨지만 소용없었다. 소리를 내려고 노력할수록 듣기 힘든 쇳소리가 났다.왜지? 이유가 뭐지?’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러다 크나큰 해머에 머리를 맞은 것처럼 번쩍 했다.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강연 직전 연거푸 피운 담배 때문이었다. 연신 물을 마시며 청중들에게 사과의 인사를 해야 했고, 청중들은 박수로 위로해줬다. 몇 분 후 목소리를 되찾은 나는 강연을 다시 시작했지만, 머리 한 쪽 끝에는 담배가 메아리를 치고 이었다.

 

난 골초였다. 대학입학과 동시에 피우기 시작한 담배를 하루에 거의 두 갑씩 20년을 향 피우듯 태웠다. 술을 마시는 날엔 개수조차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피웠다. 노래방도 가지 않았는데도 다음날 아침 목이 쉬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이니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그랬던 내가 담배를 끊은 지 5년 째, 단 한 대도 피워본 적이 없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5년 전 첫 강연회에서 겪었던 개망신덕분이다. 작가가 되려면 어떤 방식이든 독자를 만나 이야기를 할텐데,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담배를 끊던가, 작가되기를 포기하던가둘 중 하나였다. 난 전자를 선택했다. 이후 나는 강연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오히려 금연 후 소리통이 깨끗해져서 그런지 목소리가 커졌다. 그래서 좀처럼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다. 부작용이라면 담배를 끊고 10 킬로그램의 몸무게를 더 얻었다. 세 번째 책을 준비하는 나는 요즘, 보다 편하게 독자들을 만나고 싶어 다시 살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담배 끊은 놈처럼 독한 놈하고는 말도 섞지 말라는 말이 있다. 난 독한 놈인건가? 베스트셀러 작가 이민규 교수의 신간 <변화의 시작, 하루 1%>를 읽다가 내가 독한 놈이 아니라, 그 때 내가 간절히 변화하고 싶었다는 걸 알았다. 저자는 책에서 진정 변화하고 싶거든 유치해도 좋으니 이유를 찾아내라고 말한다.

 

인간은 이유를 찾는 존재다. 변화를 원하면서도 아직 달라지지 않고 있다면 그건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다. 변화에 따르는 고통과 치러야 할 대가를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이유를 아직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달라지고 싶은가? 기꺼이 달라지고 싶은 이유를 찾아내라!”

 

연말연시다. 달력 한 장이 더 뒤로 넘어가는 건 똑같은데 이 때만 되면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느라 사람들은 바빠진다. 마음은 한결 같은데 바로 내년에는 변화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 책은 변화하고 싶은 개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에이~ 난 의지박약이야. 내 별명이 작심삼일이라니까?”라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안심하라,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그러다 보니 맘먹은대로 이룩하는 소수의 사람이 성공한 사람에 들어간다. 그렇다면 나처럼, 당신처럼 변화를 원하면서도 결코 달라지지 않는 이유가 뭘까?’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첫째, 인간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강한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정말 고집스러운 존재다. 그래서 충분히 고통스럽지 않으면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 뉴턴의 운동 제1법칙(관성의 법칙)은 자연계의 사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둘째, 변화를 너무 거창하게 계획하고 지나치게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나 금연 같은 개인적인 습관부터, 조직의 혁신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너무 거창하고 어렵게 생각한다. 그래서 엄두를 내지 못하고 변화를 시도하기도 전에 포기한다

 

셋째, 효과적인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연애든 사업이든 조직혁신이든 세상의 모든 어려운 문제는 누군가에겐 쉽다. 그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작은 힘으로 큰일을 할 수 있는 그들만의 지렛대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8~9)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세 번째 이유인데, 여기에 변화할 수 있는 대안이 숨어 있다. 바로 변화를 이룬 사람들만의 지렛대인데, 그 지렛대가 이 책에 숨어 있다.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변화하고 싶은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단 한 가지는 바로 작게 시작하라이다. 거창한 계획이나 꿈보다는 차라리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당장이라도 행동하는 실천력이 결국 나를 변화로 이끈다. “세상의 어려운 일은 모두 쉬운 일에서 비롯되고, 세상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9)고 노자께서도 <도덕경>에서 말씀하지 않던가. 저자도 이렇게 말한다. “어려운 일을 해내려면 쉽게 시작해야 하고, 큰일을 이루고 싶다면 작게 시작해야 한다.”

 

 

책의 구성은 변화의 순서를 닮았다. 우선 당신이 변화하고 싶은 이유를 찾아야 하고, 이유를 찾았거든 실행은 작게 시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실행력을 키워주는 몇 가지 방법론과 당부로 엮였다.

 

이민규 교수의 책이 갖는 최대 장점은 가독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팬층은 연령대 폭이 무척 넓다. 어려운 전문용어도 별로 없고, 쉬이 읽히고 머릿속에 콕콕 박히니 좀처럼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도 저자의 책은 쉽게 완독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는 누적판매부수 200만 부를 넘는 명실공이 자기계발 장르의 대표 작가가 아니던가

 

책을 읽으면서 군더더기 하나 없고, 읽은 내용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과 충분히 생각할 공간의 여지를 준 점들을 살피면서 감히 아이폰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완독한 후 얼마나 변화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변화가 어려운 것이 결코 아니다라는 점이다.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도 매 한가지다. “너무 거창하게 시작하지 말라. 매일 하루 1%, 15분만 투자하자.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일 하나를 정해 그 일을 쉽게 만들어주는 지렛대를 (이 책에서) 찾아 실천하자. 하루 1%만 잡아주면 나머지 99%는 저절로 달라진다.”이다.

 

하루 한 두 시간씩 이틀이면 읽을 수 있는 요긴한 책, 요즘 읽기 딱 좋다. 주위에 선물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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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 대한민국 네티즌이 열광한 KBS 화제의 칼럼!
박종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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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언역이 이어행(忠言逆耳 而利行) 이라는 한고조 유방의 고사가 있다. 충성스러운 말은 귀에 거슬리나 행동하기에는 이롭다는 말인데, 천하의 유방도 번쾌의 충언에는 귓등으로 들었을 정도이니 임금에게 옳지 못하거나 잘못된 일을 고치도록 하는 말하는 충신의 간언(諫言)은 꽤 귀에 거슬리나 보다. 게다가 성질 못된 왕에게 간언을 할라치면 목숨을 걸어야 했으니 칼을 입에 물고 엎어지는심정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왕도 한 칼해야 한다. 호화로운 왕의 생활을 질투하는 다모클레스에게 디오니시오스 왕은 왕좌 위 머리카락에 매달린 검을 보여주며 늘 이렇게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검이 날끝을 도사리고 있는 왕의 자리가 여전히 부러우냐?”고 물어 다모클레스를 식겁하게 만들었다.

 

   아쉽게도 오늘날은 칼은 많은데 진짜 칼은 없다. 다모클레스의 칼은 언감생심, 충신의 입에 물린 칼조차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이 매일 가슴을 치며 울화를 삼키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만난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는 실로 오랜만에 만난 충신의 칼이다. 뉴스와 언론에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한국 경제의 현실을 온전히 담고 있는 책, 한국 경제의 팩트 뒤에 숨겨진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어본 책은 지난 해 출간된 장하성 교수의 <한국 자본주의> 이후 1년 만이다. 올해 KBS 홈페이지에 실린 저자의 칼럼을 읽으며 이런 보도를 KBS에서 해도 되나?” 걱정하면서도 공격적인 필체에 격하게 공감했고, 정곡을 찌르는 국내경제 분석과 세계경제 속에서 찾아낸 한 다양한 사례와 깊이 있는 통찰에서 나오는 대안과 제언들에 혀를 내두르곤 했다(저자 역시 그런 점에서 대담한~ 이란 제목을 달았다). 이 칼럼들이 책으로 엮였으니 잘 차려진 경제토론 한 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국내 경제의 현주소가 아슬아슬하게 무너져 내리기 직전의 모래산처럼 임계상태에 있다고 평가하는 부분이라든가, 선진국들이 이미 성공한 기술이나 제품을 신속히 따라잡는 빠른 추격자 전략을 통해 한국이 급성장할 수 있었지만, 3D 프린팅, 생명공학, 인공지능, 나노기술, 로봇공학 등 많은 혁신기술들이 아직 태동단계에 있어 이들 기술이 세계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2020년대 중반까지는 우리경제의 암흑기가 될 거라는 저자의 전망은 너무나 공감가는 진단이라 소름끼치게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저자만의 시각으로 한국경제를 경제정책, 기업, 부동산, 세금. , 빈부 격차, 복지, 인구, 청년 등 9개의 키워드로 나누고 철저하게 해부하고 있다.

 

  요즘 현안은 단연 부동산이다. 대한민국 쌈짓돈이 요즘 죄다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어서다. 하지만 필자는 지금의 건설경기 호조세는 보유토지를 최대한 빨리 털어내려는 정부와 건설사의 꼼수와 저금리대출이 맞물린 깜짝 파티일 뿐,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가격은 내부터 급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크게 향후 10년간 한국을 이끌 성장동력이 없다는 점, 내년 초부터 금리인상이 불가피해서다. 특히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된 상태에서 자산 버블은 머잖아 꺼질 것이 예상되는데 그로 인한 국내경제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저자는 인구감소로 인해 경제인구도 줄어 장기적으로 집값은 떨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요즘 신문에 자주 나오는 기사 역시 내 집 마련, 지금 사야 할까, 말아야 할까?’이다. 누군가 물으면 난 2-3년 후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아파트 등 매물이 쏟아질 때 살 수 있도록 현금을 쥐고 있으라고 답한다. 이 말은 뒤집으면 금리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월세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지금 매입해도 괜찮다는 뜻이겠다. 저자는 부동산 매입시 반드시 검토할 체크포인트로 다음의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돈을 빌려 집을 살 경우에는 대출을 받은 이후의 현금 흐름을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 내가 산 주택 가격보다 상승할 기대로 무리한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했다가는 과도한 대출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하우스푸어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둘째, 집을 살 때 빌린 돈을 다 갚고도 노후 준비에 문제가 없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집값이 오른다는 보장이 사라진 현 상황에서 은퇴 이후에 집을 판돈으로 노후를 대비하겠다는 생각은 참으로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셋째, 장부가를 의지해서도 믿어서도 안 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내가 얼마에 집을 샀는지에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부동산을 실물자산이다. 일단 부동산을 산 이후의 가격은 시가에 따라 계속 변한다. 이 때문에 장부가를 믿고 안심허가나 장부가에 집착해 적저한 처분 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98)

 

명심할 점은 거시적으로는 시세 차익을 누리는 부동산의 시대는 사실상 끝났고, 자가보유나 임대수익을 위한 수익형 부동산의 시대로 부동산 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점이고, 미시적으로는 주택담보 대출을 얼마나 잘 통제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부동산투자의 향방을 좌우한다. 특히 부동산 불패신화로의 회귀를 여전히 꿈꾸는 정부 정책에는 절대로 휘둘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총체난국으로 치닫는 한국경제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청년을 꼽았다.

 

“21세기에 가장 소중하고, 강력하며, 결코 대체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자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청년이다.” (262)

 

도산 안창호 선생 역시 낙망(落望)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경제 관료나 정치인들은 여전히 청년에 대한 투자를 단순히 비용으로 치부하고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며 철저히 외면해왔다.

 

2013년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열심히 노력만 하면 성공하거나 부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조사해 봤더니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고작 25%에 불과했다. 2012년의 조사에서 앞으로 계승상승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려 98%에 달했다. 그렇다면 답은 뭘까? 청년을 위한 적극적인 노동정책이나 임금정책이다. 한국의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 이유는 기업들이 임금으로 분배하는 몫을 줄여온 기업 행태의 문제와, 임금도 낮고 고용도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자영업 노동자의 비중이 높은 노동 구조에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여기 의원들 중에 아직도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하루 여덟 시간씩 꼬박꼬박 일하면서 1년에 15,000달러(1,800만원)도 안 되는 돈을 받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그렇게 살아보세요. 그게 아니라면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수백만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는 데 표를 던지십시오.” (177~178)

 

최저임금을 7달러 25센트에서 10달러 10센트로 무려 40%나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오바마 미 대통령이 2015120일 미 의회 연설에서 한 말이다. 미국과 독일, 일본, 중국 등 우리의 경쟁국들은 극심한 경제 불황 속에서도 앞 다투어 최저임금을 올리고 있다.

왜 일까? 현 정부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할 것은 다른 게 아니라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은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시장에도 정의가 필요한 때가 왔다. 우리가 어떻게 이걸 풀어나가야 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정의가 사라져버린 시장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책이야말로 한국경제에서 사라진 정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경제를 고민한다면 꼭 만나야 할 책, 경제통 충신의 간언(諫言)이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격주간 발행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04호) 경제경영 전문가 리뷰에 기고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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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권하는 사회, 빚 못 갚을 권리 - 왜 빌린 자의 의무만 있고 빌려준 자의 책임은 없는가
제윤경 지음 / 책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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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쟁이, 죽을 죄인 결코 아니다

 

요즘 대한민국 가정이 가계부채로 질식 직전에 있다. 20152분기까지의 가계부채는 1,132조원으로 급증했다. 1분기 전인 지난 3월 말보다 무려 322천억원이나 늘었다. 1년 새 946천억원의 가계빚이 폭증한 것이다. 매달 10조원씩 증가한 셈인데, 이런 식이라면 올해 말이면 1,200조 원에 육박한다. 물론 수치상일 뿐 이미 1,200조 원을 훌쩍 넘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주목할 점은 가계부실 위험가구가 112만에서 190만 가구에 이른다고 하니 가계부채는 그야말로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아닐 수 없다. 원인은 부동산 과열. 전세난과 전세금 폭등이라는 악재와 사상 최저 금리와 역대 최대 분양 물량이라는 호재 맞물리면서 너도나도 부동산을 위한 대출이 늘어난 탓이다.

 

회계용어로 채무요, 자본과 더해지면 자산이기도 한 이 빚은 레버리지 효과라는 경제용어에 포장되면 투자금이 된다. 하지만 말이 좋아 투자지 요즘 같은 현실에서 이 투자投資가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한 투자인지 아니면 말 그대로 돈과 같은 재물()을 내던지는() 행위인지 곰곰이 살펴보니 후자가 더 많더란 거다(그 점에서 언젠가 꼭 한 번은 투자를 할 우리는 언제든 빚을 질 수 있는 잠재적 빚쟁이다). 나아가 더 큰 문제는 빚 준 상전이요 빚 쓴 종이라고 투자하자고 진 빚이 잘못되어 현대판 노예로 전락한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백 명씩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나와 당신이 누구에게 말 못하고 속으로 끙끙앓고 있는 그 빚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빚 권하는 사회, 빚 못 갚을 권리>는 빚쟁이들을 위한 책이다. 서민경제 전문가이자 에듀머니 대표인 제윤경은 이 책을 통해 왜 빌린 자의 의무만 있고 빌려준 자의 책임은 없는가?’라며 부채는 무조건 갚아야 한다는 상식에 태클을 걸었다. 저자는 전작 <약탈적 금융사회>에서 약탈적 대출을 서슴지 않는 금융권에 대한 사회적 규제가 절실할 때이다. 더 이상 상환 능력 이상으로 돈을 빌린 사람을 향한 과도한 비난도 거둬야 한다며 비판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상환 능력 이상으로 돈을 빌려주는 것을 '약탈적 대출'로 규정하고 금융권을 법률로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빚진 자'에게만 엄해서 도덕적인 죄인으로 몰아가고 있고 나아가 채무자가 되면 집과 재산을 빼앗기고 미래까지 저당 잡혀도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금융과 개인의 채권-채무 관계는 쌍방의 거래로 이루어진 것인데, 왜 빚을 갚지 못한 비난은 온통 채무자만 져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오히려 채무자의 신용이나 재무 상태 이상으로 돈을 빌려준 금융권에게 '도덕적 해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의 돈이란 것이 국민들이 금융기관을 믿고 맡긴 돈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한 발 더 들어가 정부의 금융정책과 한국 사회의 금융이 품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을 낱낱이 파헤치고 나아가 해결을 위한 대안을 직접 제시했다. 그렇다면 기업을 차려 돈에 대한 올바른 철학과 관리 방법 등을 강의를 통해 교육하는 기업가였던 저자가 어떻게 해서 사회사업가로 변신하게 된 걸까?

 

나는 아주 상식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채무자 구제 운동에 점점 깊이 빠져든다. 어떤 단단한 신념이나 이론, 이념 같은 것들 때문이 아니다. 그저 사람들이 돈 때문에 죽거나 좌절하거나 지옥 같은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 금융권의 수익성 때문에 사람들의 인격을 모욕해서는 안 된다는 아주 평범하기 그지없는 생각뿐이다.” 9

 

이러한 사회문제의 가장 큰 손실은 바로 사람을 잃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추산하는 채무 취약 계층이 350만 명으로 국민 10명 중 6명이 빚을 지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매일 같이 40여명이 자살하는데 주된 내용이 경제적 여건, 즉 빚 때문이다.

이처럼 가계부채가 1,200조 원이 넘어서고 빚으로 인한 자살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도 우리 사회는 개인 빚을 탕감해주거나 깎아주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처럼 금기시하고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을 죄인으로 단정 짓고 있다(12). 그래서 죄인이 되기 싫은 그들은 빚 때문에 소비할 여력이 줄어들고, 더 높은 이자의 빚으로 기존 빚을 갚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자아고갈에 이르게 되고 끝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에 이르기도 한다.

 

이 대목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하나가 있다. ‘카드를 만들어달라고 사정하고, 지점장이 나와 대출을 권하던 금융사는 내가 빚을 못 갚게 되자 얼마나 곤란해 진걸까?’ 놀랍게도 금융사는 큰 손해가 없다. 금융사들은 연체된 채권을 오래 보유하지 않는다. 3개월 이상 연체되면 대부업체 등에 헐값에 팔아버린다. 처음 돈을 빌린 곳은 은행이었는데, 나중에 채권추심회사나 신용정보회사 같은 대부업체에서 독촉전화가 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은행과 대부업체 간의 커넥션도 숨어 있다. 은행은 석 달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을 계속 보유하고 있으면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부실에 따른 위험 관리를 위해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두어야 한다. 그래서 은행은 당신과 내가 3개월 이상 진 빚을 부실채권이라는 이름으로 대부업체에 땡처리해 버린다.

 

대부업체는 금융회사로부터 부실채권을 헐값에 매입해 채무자에게 원금은 물론이거니와 연체이자와 법정 비용까지 청구할 권리를 갖게 된다. 가령 100만 원짜리 채권이라면 연체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5퍼센트 전후 즉 5만원에 매입한 뒤, 원금 100만원과 더불어 연체이자 및 법정 비용까지 포함해 극단적으로는 1,000만 원 이상도 받아낼 권리가 생긴다. 금융감독원의 201212월 발표에 따르면 은행과 카드, 캐피탈 등 여신전문회사와 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가 대부업체에 대출 채권을 넘겨준 고객이 76만 명에 달한다. 금액 기준으로는 9조원을 넘는다.” 254~255

 

금융사의 부실은 손쉽게 처리함으로써 부실대출의 실태를 감추고, 채무자는 여러 채권자에게 시달리도록 하는 채권 땡처리 사업이 우리나라에서는 일상적이다. 은행은 물론이고 정부 기관인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에서조차 채권을 대부업체에 매각하고 있는 현실에 배신감을 넘어 분노케 한다. 게다가 금융사들은 일종의 컨소시엄으로 대부업체를 만들어 채권 땡처리 시장에서 또 다른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다니 과연 이들이 내가 주거래 은행이라 신뢰했던 그 은행이 맞나스스로에게 의심이 들 정도였다.

 

이에 대해 저자는 채무자인 우리에게 빚 못 갚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돈을 빌렸으면 당연히 갚아야 하지만 못 갚을 경우 어떤 형태의 형벌도 감수해야 한다는 식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오늘날 채무자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빚을 갚겠다는 무리한 의지에 있다고 말한다. 즉 갚을 수 없는 빚을 갚으려고 무리하게 노력하다보면 은행 빚을 카드빚으로, 카드빚을 사채로 갚다가 결국 사회적 비용을 크게 증가시키는 결과는 낳는다는 것이다.

 

대안은 연체를 적극적으로 시작하는 것. 즉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개인 워크아웃 등의 제도를 이용하거나 한국자산관리공사를 통한 국민행복기금 등의 신용회복 프로그램, 그리고 지자체를 통한 금융복지 상담센터 등을 이용 채무조정 절차를 밟는 것이다.

한편 저자는 2012교육, 의료, 주거 등과 같은 삶의 기본적인 요소 때문에 서민들이 빚을 져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국민들의 부실채권을 추심회사로부터 사들여 소각한 미국의 롤링주빌리 프로젝트에 모티브를 얻어 주빌리 은행을 설립,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792명의 빚 513,000만 원을 소각했고 곧 더 큰 규모의 ‘99퍼센트를 위한, 99퍼센트에 의한 빚 탕감 시민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르뽀 형식의 생생한 현장감에 실사구시의 유익함을 더한 책, <베니스의 상인>에서 살은 베어도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고 선언함으로써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패소하게 만든 포샤의 명판결 같은 책이다. 안토니오와 같은 빚쟁이라면 일독하시라. 빚에 대한 현명한 대응력을 선사할 것이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격주간 발행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402호)

경제경영 전문가 리뷰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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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2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리치보이 2015-10-23 00:0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대출이 레버리지 효과를 위한 자산이라면 문제가 덜할텐데...당장 급한 생활비로 쓰거나 생각없이 남따라가는 대출이 많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터지면 큰일인데, 막을 방법은 찾을 수가 없네요. ^^;;
 
지금까지 없던 세상 - 당신이 만날 미래의 業
이민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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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후, 내 자녀가 만날 직업

 

15세기 유럽에서 필경사는 일반 노동자보다 수십 배 높은 수입을 받던 고소득 전문직이었다. 필사본 성경 한 권을 쓰면 60 굴덴을 받았는데, 이는 어지간한 농장 하나를 살 만큼의 돈이었다. 하지만 구텐베르크에 의해 인쇄술이 개발되어 저렴하고 대량으로 책이 만들어지자 필경사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고 비숙련노동자로 전락했다.

 

1770년 설립된 백과사전 출판 기업 브리태니커는 한때 정규직 편집자만 100여 명이 넘는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지식기업이었다. 이들이 250여 년 동안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만들고 편집하는데 쏟은 돈만 해도 10억 달러(1조 원)가 넘었다. 그러나 브리태니커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한순간에 날아갔다. 2012년 브리태니커는 역사와 전통이 깃든 인쇄본 백과사전의 생산을 중단했다. 전 세계 네티즌들이 참여한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밀려난 것이다.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이들은 위험을 감지했지만 변화를 시도하기 보다는 그저 무의식적으로 출퇴근을 반복하다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고 말았다.

 

세계적인 행동주의 철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을 통해 현재 인간의 노동이 서서히, 그리고 필연적으로 감소해 가는 역사적 전환기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우리는 이러한 노동의 종말을 지금도 일상적으로 목격하고 있다. 은행 직원을 통하지 않고 자동입출금기기ATM를 통해 현금을 인출하고 있고, 공항에서 카운터 직원의 도움이 없이도 무인 발권기에서 항공권 출력과 좌석 배정을 받을 수 있다. 은행 창구에서 현금을 꺼내주던 은행원, 공항에서 발권기 출력을 안내해주던 직원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렇다. 그들은 모두 해고되었다.

 

미래 트렌드 전망 및 기업 분석 권위자이자 I.H.S 버핏연구소 소장인 저자 이민주는 <지금까지 없던 세상>에서 이 같은 현상의 이면에는 고용사회employee society’의 붕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책에서 요즘 대다수의 사람들이 삶을 버거워하는 반면, 한편에서는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큰 성취를 해내는 사람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의 근저에는 고용사회의 종말과 신기술의 등장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고용사회란 사회 구성원의 절대 다수가 기업, 공공기관 등 조직의 구성원으로 일하는 사회,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경제를 움직이는 근간이자, 개인 삶의 표준이 되는 사회(12)로 포드 자동차의 포디즘이 만들어낸 사회다. 하지만 한때 미국의 성인 인구 중 공장 노동자가 60%에 달하도록 증가시켰던 포디즘의 고용 사회는 100여 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종말을 고하고, 2000년대 들어 다니엘 핑크가 동명의 책에서 말하던 <프리에이전트의 시대>를 맞이했다. 프리에이전트란 기업에 고용돼 있지 않으며 독립적으로 일하는 전문가, 프리랜서, 컨설턴트, 자영업자로 미국 제조업 노동자 수의 2, 노동조합 조합원의 2배 숫자에 달한다.

 

한편 한국은 1998IMF 외환위기 당시 한국 정부는 정리해고와 파견 근로제의 합법화하면서 고용사회가 종말을 고했다. 종신고용제였던 우리나라는 IMF 위기를 겪으며 정부는 구조조정을 용인했는데, 기업과 경제를 살리는 것이 노동자의 고용 안정보다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한 때 200만 명이 넘는 실업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20151월 현재는 한국의 경제활동인구 1,800만 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00만 명이 비정규직이다. 반면 대기업 정규직은 10%180만 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고용사회의 붕괴와 프리에이전트의 시대의 개막은 19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컴퓨터와 인터넷이라는 신기술이 열었다. 주목할 것은 신기술은 단지 생산성 향상에만 그치지 않고, 세상의 풍경과 패러다임 자체를 바꾼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등장을 계기로 인류는 상업 자본주의를 뒤로하고 산업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세상을 이해했다. 헨리 포드의 포디즘도 마찬가지다. 최근을 주도하고 있는 혁명적인 신기술은 바로 모바일 기술이다.

 

20076, 애플의 스티브 잡스(1955~2011)는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이 손안에 있는 것이 세상의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 20076월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은 지 8년이 지난 20154월 현재 지구상 스마트폰의 사용자는 전 세계인구 27%에 해당하는 20억 명에 달하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의 판매량은 이전의 혁신적인 기기로 일컬어지는 PC보다 5배가 넘고, 2020년이면 스마트폰 사용자는 40억 명으로 지금의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인데, 지구상의 인구의 과반수, 경제 활동 인구의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모바일의 뛰어난 확장성은 인류를 실시간으로 하나의 세상으로 연결시켜 연결된 세상으로 만들었다. 저자는 포디즘의 고용 사회처럼 인류 사회에 새로운 질서가 정착되는 그런 세상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

 

이유는 간단하다. 신기술은 세상을 바꾸는 핵심 동인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모바일 말고도 획기적인 신기술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사물 인터넷, 핀테크, 전자 결제, 산업 자동화, 바이오, 줄기세포, 의료기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은 파괴력을 갖고 있다. 이런 신기술은 앞으로도 더 많이 쏟아질 것이다. 자본주의는 신기술의 개발자에게 보상하는 체제기 때문이다.” (105)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저자는 지금은 우리 앞에 닥친 변화의 진정한 원인이 무엇이고, 해법이 뭔지를 정면으로 응시해야 할 때‘(12)라고 말한다. 미래의 일자리를 이야기한 <유엔미래보고서 2045>에 따르면 2030년까지 현존하는 일자리의 80%, 20억 개의 일자리가 소멸되거나 대체된다고 주장한다.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전망은 자칫 위기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무언가가 사라지면, 다른 무언가가 생겨나는 법. 저자는 미래에는 누구나 생산 수단을 보유할 수 있게 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자에게 반드시 보상하며, 변화가 일상적인 만큼 기회도 수시로 반복되므로 이 세 가지 특징을 적절히 활용하는 자는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강조한다.

 

또한 저자는 다가올 새로운 시대의 최대 수혜자는 소설가, 만화가, 방송 작가, 시나리오 작가 같은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가수, 영화배우, 스포츠 스타, 영화감독, 게임 개발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디자이너 같은 창의적인 생산물을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창자자와 능력 있는 CEO, 그리고 창업자가 될 거라 손꼽았다. 모바일과 소셜 미디어가 시장을 지구촌 단위로 확장시키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결말에 이르러 저자는 특히 창업을 강조하며, 앞으로 창업을 준비한다면 비전문가라도 한번쯤 성공의 기회를 엿볼 수 있는 6대 슈퍼 섹터도 엄선했는데 다음과 같다.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빈부 문제를 역으로 활용하는 금융 섹터,

친환경친감성 혁신에 빈틈이 많은 자동차 섹터,

리스크는 크지만 가장 확실한 성장 동력 정보기술(IT) 섹터,

고령화 시대임에도 여전히 후진적인 의료 및 제약 섹터,

아이디어와 노트북 하나만으로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서비스 섹터,

언뜻 진부해 보이지만 파워풀한 소비재 섹터

 

이제껏 읽은 미래전망서들이 저자의 권위와 기관의 명성을 강조해 주장을 펼쳤다면, <지금까지 없던 세상>은 충분한 설득력을 지녔다. 집필과정에서 500여 권을 읽었다는 저자의 노력 덕분이리라. 특히 자녀를 둔 부모로서 이 책은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겨줬다.

저자에 따르면 당장 바뀌어야 할 것은 바로 공교육이다. 지금의 공교육 커리큘럼은 여전히 고용 사회를 전제로 짜여 있고, 학생들에게 대기업 취직만이 안정적이고 편안한 선택이며 한 눈 파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속적으로 주입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순위가 이럴진대 정부는 이 시간에도 여전히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도달하기도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 허무맹랑한 뉴스를 믿느니 이 책을 거듭 읽으라고 권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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