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니스가 내 몸을 망친다
송영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인간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운동은 걷기와 달리기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서른세 살. 그것이 그 당시 나의 나이였다. 아직은 충분히 젊다. 그렇지만 이제 ‘청년’이라고 말할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을 떠난 나이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조락凋落은 그 나이 언저리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것은 인생의 하나의 분기점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나이에 나는 러너로서의 생활을 시작해서, 늦깎이이긴 하지만 소설가로서의 본격적인 출발점에 섰던 것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본문 77쪽 

  잘 나가던 재즈 클럽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서의 인생을 시작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장편소설 《양을 쫓는 모험》을 탈고한 뒤 얼마 후인 1982년 가을,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이후 생활의 일부가 될 만큼 하루도 쉬지 않고 달리기를 이어왔다. 하루키는 왜 ‘달리는 소설가’가 되었는가?

  ‘소설 쓰기는 육체노동이다’라고 생각하는 하루키는 체력과 집중력, 지구력을 키우기 위해 달리기를 선택하였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운동보다는 혼자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달리기나 수영을 어려서부터 즐겼던 하루키에게 달리기, 즉 마라톤은 어쩌면 당연히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운동인지도 모른다. 지금도 여행을 떠날 때면 여행가방에 꼭 런닝화를 넣어두는 하루키는 자신의 달리기 사랑을 묘비명에 비유하며 이렇게도 말했다.

  “만약 내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넣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본문 258~259쪽 

  하루키는 소설 집필에 필요한 체력과 집중력, 그리고 지구력을 키우기 위해 달리기를 선택했다지만, 책 <피트니스가 내 몸을 망친다>의 저자 송영규에 의하면 그의 선택이야말로 최고의 운동법을 선택한 것이다. 왜냐하면 송영규는 달리기와 걷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운동이 허점을 가지고 있거나, 쓸모없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이 책의 대부분을 할애하여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피트니스가 우리의 몸을 망치고 있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 대부분은 자신과 맞지 않는 운동 혹은 잘못 알려진 정보에 의한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운동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오히려 잘못된 운동으로 몸을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징후들은 다음과 같다.

  “운동은 싫은데 살은 빼야 하기에 덜덜거리는 진동운도기에 몸을 맡겨봤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것이 정말 지방이 빠지는 운동인지 의심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이 운동을 하고 난 후 몸이 붓거나 허리가 아프거나 여기저기 간지러운 느낌이 들지는 않는가?

  헬스클럽에서 역기를 들었다 놓으며 운동을 하는데 자꾸 어지러운 느낌이 든다. 과연 제대로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걷고 달리는 것이 좋다고 해서 열심히 달린 당신, 요즘 걷기 힘들 정도로 무릎이 아프고 어깨나 목이 결리지 않는가?

운동을 강하고 많이 할수록 체중이 빨리 감량되거나 몸짱이 될 것 같아 하루에 여러 번, 몇

시간씩 운동을 하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고 항상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는가?

  몸짱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주변에서 운동의 최종 목표는 몸짱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 당신의 몸에 맞지도 않는 몸짱 운동법으로 운동을 하고 있지는 않는가?“

  이 책은 운동을 권하는 책이 아니라 차라리 ‘함부로 운동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하는 운동이 몸을 망친다는 것이다. 약 55개의 잘못된 운동지식들을 낱낱이 꼬집으면서 이들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설명하고, 그로인해 우리가 운동을 했을 때 얻는 폐해나 부작용이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책의 내용 대부분이 일종의 고발서같은 형식을 띠고 있지만, 저자인 송영규는 Daum 블로그에서 200만의 조회수를 넘는 파워블로거이고, 인간공학 및 재활보건학을 전공해서 석사학위를 받은 전문가이기에 신뢰하며 읽을 만하다. 좀처럼 운동하기를 싫어했던 독자라면 ‘운동의 허와 실’을 밝힌 내용을 들이대며 “내가 뭐랬어? 차라리 않하는 게 낫지?”라고 위로할 만큼 책에 소개된 내용들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운동정보를 하나하나 부정하고 있어서 그동안 운동을 하며 보낸 시간들이 소위 뻘짓한 기분이 들어 자괴감이 들 정도이다. 

  특히 물은 매일 2 리터 정도는 마셔줘야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목이 마르지 않으면 딱히 마시지 않아도 되고, 비타민과 항산화제가 운동을 방해할 수 있으며, 부상을 당했을 때 파스를 바르는 것은 오히려 부상 부위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말하는 부분은 내가 늘 해왔던 운동방식이라 주의 깊게 읽었던 부분이다. 이 뿐 아니라 몸짱이 되기 위한 근력운동의 실체와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 등은 꼼꼼히 읽어야 할 체크포인트였다. 

  저자는 인간의 신체적 특징에 대한 이론을 운동과 연관시킨다면 평생 살 안 찌고 건강한 몸을 만드는 방법은 바로 달리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갖고 있는 최고의 신체적 장점은 오래 달리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이나 개와 같은 다른 포유류의 동물들은 초당 15~ 20m의 속도로 몇 분 동안 달릴 수 있지만, 사람은가장 빠른 사람들조차 초당 10.2m 정도의 속도로 15초를 유지하는 것이 고작이다. 비록 인간은 빨리 달리기에 적합한 형태의 신체 구조를 갖지는 못했지만, 오래 달릴 수 있는 능력은 다른 동물과 큰 차이가 있다. 네 다리로 달리는 것은 빠른 속도를 보장할 수는 있어도 에너지 효율과 심부체온 상승 등의 문제로 오랜 시간 달리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본문 285~286쪽

  또한 저자는 걷기든 달리기든 꾸준히 하기만 하면 우리 몸의 변화를 불러온다면서 ‘어떻게’보다는 ‘얼마나 계속 할 수 있을까’에 염두에 둘 것을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에 걸맞게 정상적이고 효율적인 운동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내 수준에 맞는 걷기와 달리기를 찾으라’는 것이다. 

  책의 전반을 살펴보면 걷기와 달리기만한 운동이 없음을 알게 된다. 저자의 말대로 인간이라는 동물에게는 걷기와 달리기가 가장 어울리는 운동일 수 있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운동으로 걷기와 달리기를 능가할 운동은 없다. 

  무엇보다 억지로 살을 빼서 마르고 허약한 것보다는 살이 찌고 비만이더라도 체력이 좋은 것이 더 건강한 것이며 더 오래 사는 것일 수 있다며 차라리 온갖 방법이 다 소용없었다면 꼭 살을 빼야 한다는 집착을 버리고 편안하게 운동을 즐기고, 무엇을 하든 더 움직이려고 노력하라는 말이 독자로 하여금 ‘운동과 다이어트’라는 강박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운동법에 관한 책 역시 일종의 자기계발서라도 본다면 책이 알려주는 바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독자는 실패로 인한 패배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기존의 운동법에 관련된 책들이 오히려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진정한 운동이란 짧은 시간 동안 몸을 혹사시키는 운동이 아니라 쇼핑이나 요리 그리고 집안일 같은 평상시의 신체활동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기구를 이용해서 특별한 사람에게 배우면서 하는 것이 운동이 아니라, 그냥 평상시 움직여야 할 일을 모두 움직이는 것만으로 ‘운동’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걷기와 달리기’의 당위성을 배웠다. 금연 이후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체중을 잡기 위해 운동화 끈을 고쳐 묶고 달려야겠다. 하루키가 달리는 소설가라면, 난 달리는 북로거가 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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