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희망, 미래>를 리뷰해주세요.
꿈, 희망, 미래 - 아시아의 빌 게이츠 스티브 김의 성공신화
스티브 김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스티브 김의 두 번째 성공신화는 이제부터다! 

  스티브 김의 성공스토리는 TV나 다큐멘터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형적인 성공스토리다. 어린 시절 가난한 가정환경을 딛고 대학까지 마친 청년이 낯선 이역 미국 땅에서 시급 2달러 50 센트짜리를 받으며 일을 시작했다. 어학과 학업, 그리고 고된 일을 병행하며 생활하면서 겪는 고초는 ‘눈물 젖은 빵’으로 대표되지 않던가. 마침내 인정을 받은 청년은 대기업에 취직에 성공하고, 회사생활을 통해 자신의 미래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창업에 성공 두 번의 회사를 운영하면서 미국 내에서 억만장자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비즈니스맨들이 꿈꾸는 어른 동화의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스티브 김의 진짜 이야기는 후반부부터 시작된다

  성공한 사업가로 은퇴를 선언하고 누구보다 편안한 미국생활을 하던 그는 고국인 한국으로 영구 귀국한다. 그 후 꿈.희망.미래 재단을 설립하여 장학사업과 사회복지 사업을 하며 연간 20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내가 스티브 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목한 대목은 여기다. 그는 부자로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일환으로 단지 돈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그 행위만으로도 칭송받을 일이지만) 새로운 사업을 펼치기로 한 것이다. 그에 대한 소신을 이렇게 밝혔다.  

  “사람들은 일이라고 하면 그저 ‘돈 버는 일’만 생각하는 것 같다. 돈 버는 일은 열심히 치열히 일하면서도 다른 일은 대충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돈 쓰는 일 역시 돈 버는 일과 마찬가지로 계획성 있고 치열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돈 버는 일은 힘들다. 이왕 힘들여 번 돈을 쓸 바에야 보람 있고 효율성 있게 써야 하지 않을까. 같은 돈을 써도 더욱 효과적으로, 효율을 극대화해서 쓸 수 있도록 계획도 세우고 연구도 해야 한다. 그리고 돈을 쓸 때도 돈을 벌 때와 마찬가지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있어야 한다.“ (234 쪽)

  그래서 스티브 김은 사회복지사업도 영리기업을 경영해야 할 때의 원칙을 적용했다. ‘기부 마인드’가 아니라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한 것이다. 마치 사업을 키워나가는 것처럼 재단의 사회복지사업을 직접 챙기며 이끌어가고 있다. 이 대목을 보면서 책 <리치스탄>에서 말했던 21세기 부자들의 ‘성과적 박애주의’를 목격하는 것 같았다. 1990년대 온라인 주식거래시스템인 ‘사이버코프’를 개발한 필립 버버는 2000년에 찰스 스왑에 4억 5천만 달러를 받고 팔은 후 전체 자산의 절반가량인 1억 달러를 들여 ‘글리머오브호프’라는 개인 자선단체를 설립했다. 그리고 새로운 종류의 ‘기업가형 자선모델’이 되었다. 글리머오브호프는 2001년부터 에티오피아에 1천 600만 달러이상을 투자해 1,657개의 우물을 만들어 88만 6천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하고, 190개의 학교를 지어 11만 2천 명 이상의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버버가 이룬 성과에는 어마어마한 사업내용 외에도 주목할만한 점이 있다. 그것은 큰 규모의 구호단체가 운영하는 비슷한 프로젝트의 절반 수준으로 이룩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깨끗한 물은 한 사람당 5.74달러의 비용, 의료 서비스는 한 사람당 4.01달러의 비용으로 제공하고 있다. 다시 말해 리치스탄 부자들(21세기형 억대부자)은 자신들의 부로 선행 행위를 하기 위해 반드시 큰 비영리단체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에 대해 버버는 이렇게 말했다.   

  “NGO들이 만약 기업이었다면, 아마 대부분 파산했을 겁니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변화의 물결이 일어날 겁니다. 기부자들도 자신들이 기분한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감시하고 감독해야 합니다. 이런 자선단체 중 상당수가 기부받은 돈 1달러당 단지 19센트만을 사람들을 돕는데 쓰고 있습니다. 기부자들이 이런 사실을 안다면 분명 충격을 받겠죠.” (리치스탄, 더난출판, 226 쪽)

  이 부분에서 ‘기업가형 자선모델’의 힘을 발견하게 된다. 21세기의 부자들은 기부 면에서 20세기의 그들과는 차이점이 있다. 그들은 뛰어난 학력과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된 부자들이다. 그래서 기부역시 ‘선심’보다는 ‘효율’을 따진다. 그들이 고생해서 이룩한 부인 만큼 올바르게 쓰이는 것을 바라기 때문에 가능한 자신이 직접 참여하는 기부문화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티브 김 역시 이 책에서 비슷한 말을 한다.   


 “사업을 키우는 것처럼 나는 재단의 사회복지사업을 키워나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돈을 벌기 위해 고민했지만 이제는 돈을 제대로 쓰기 위해 고민한다는 점이다. 나는 배경이 사업가여서 그런지 모든 일을 사업 방식으로 진행하게 된다. 물론 이것이 항상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사회복지사업을 하는 기관이나 NGO 같은 단체에서 좀 더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면 좋겠다. 그런 분야일수록 귀하고 소중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246 쪽) 

  버버의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빌 게이츠가 아내 멀린다와 함께 빌&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하여 운영하자 워렌 버핏이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하면서 “그 재단이라면 내 돈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버버의 ‘기업가형 자선모델’ 방식이 주효하자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이 50만 달러를 기부했다.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역시 “우리는 지속적인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기업의 경영 원리를 사회문제에 접목시킨 그의 독특한 경험을 활용하고 싶다”며 버버의 재단 운영방식에 깊은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사업 중에서 가장 힘들면서도 위대한 사업은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사업 즉, ‘비영리사업’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기브 앤 테이크Give&Take의 비즈니스를 한다고 하면 돌아오는 것reward이 있어야 하는데, ‘비영리사업’은 일방적으로 주기만Give만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선한 사마리아인들의 따뜻한 마음과 정성이 진정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 역시 무거운 짐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보다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자선사업(구호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스티브 김은 국내에 새로운 기부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스티브 김을 보고 있으면 필립 버버를 생각나게 하고 책 <히말라야 도서관>의 저자인 Room to Read의 존 우드를 떠오르게 한다. 미국에서의 비즈니스 성공은 ‘아메리카 드림‘이었다면, 한국에서의 자선사업은 ’코리아 신드롬‘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어쩌면 ’아시아의 빌 게이츠‘라는 수식어는 이제부터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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