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을 리뷰해주세요.
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 - 뒷골목 아티스트들이 이끄는 뉴욕의 예술경제학
엘리자베스 커리드 지음, 최지아 옮김 / 쌤앤파커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문화의 메카, 뉴욕의 창조적 진화를 잘 설명한 책

  "오늘의 뉴욕이 결코 돈이 많아서 파리, 런던, 도쿄를 밀어 제친 것이 아닙니다. 뉴욕의 문화가 뉴욕의 경제를 만들었습니다. 그 경제는 다시 문화를 살찌우고 있습니다. 그 논리는 철저히 개인에게도 적용됩니다. 현재는 경제자산이 더 많은 사람이 부자이지만 미래는 문화자산이 많은 사람이 더 풍요하게 살 것입니다. 제2의 산업혁명처럼, 지식경제사회가 문화비즈니스 사회로 급속도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재테크 타령만 하고 있다가는 경제적으로도 한참 뒤쳐진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습니다. 뉴욕의 금융회사나 로펌이 고객들과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을 통째로 빌려 그림을 보며 파티를 하는 세상입니다. 문화를 모르면 경제도 모르는 시대입니다. 지금가지 경제적 능력이 문화적 능력을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문화적 능력이 경제적 능력을 좌우할 것입니다.“

  21세기를 주도할 경제패러다임을 ‘컬처비즈’로 꼽은 유병률은 책 <딜리셔스 샌드위치>에서 컬처비즈의 메카로 ‘뉴욕’을 꼽아 논지를 펼쳤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을 이용해 더 많은 부를 쌓은 미국은 ‘문화적인 상징’을 필요로 하게 되자, 뉴욕을 세계 예술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전략적인 드라이브를 걸게 된다. 피카소를 뉴욕으로 데려오려 했지만, 그가 거절하자 ‘뉴욕에 피카소가 없다면, 새로 만들면 된다’는 생각으로 ‘추상표현주의’의 대표화가인 잭슨 폴록Paul Jackson Pollock을 국가적 차원으로 후원해 ‘뉴욕의 피카소’로 만들었다. 그 후 뉴욕은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성장하게 된다. 국가가 막대한 자금으로 문화를 후원해 명성을 얻자 전 세계적으로 시선을 모으고 관광객들이 찾아오게 되면서 뉴욕이라는 ‘문화도시’는 다시 미국의 부를 축적시키는데 일조하게 된 것이다. 유병률은 이러한 뉴욕의 예를 들면서 이제 ‘문화가 밥 먹여 주는 시대'가 온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내게 뉴욕을 단순히 ‘미국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아닌 ‘미래의 부를 창조하는 상징적인 도시’임을 보여줬다. 그 후 지금은 바르셀로나 못지않은 관광명소가 된 스페인의 작은 섬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의 지점을 유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했다. 그리고 최근 서울시가 서울을 ‘창의문화도시’로 리모델링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짐작이나마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이 모든 것이 오늘날은 ‘문화가 밥 먹여 주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나는 뉴욕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집어든 책이 <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이다. 이 책은 세계적인 문화의 도시 뉴욕의 ‘예술경제학’을 집중 조명한 책이다. 문화 트렌드의 관점에서 오늘의 뉴욕이 있기까지의 역사를 살펴보고, 뉴욕의 크리에이티브 경제가 어떤 경로를 거쳐 세계로 뻗어나가는지, 그리고 ‘예술계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뉴욕의 현주소는 어떤지에 대해 밝힌 책이다. 도시계획학 박사이자 정책계획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가 뉴욕의 뒷골목을 직접 발로 뛰며 뉴욕의 하위문화에서 순수예술에 이르기까지 뉴욕 전반을 아우르는 아티스트들과 유명인사들을 인터뷰해 이론과 현장성이 무장된 한편의 보고서였다.

 

  뉴욕은 순수 미술을 포함해 예술의 총체를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모체로 인식했다. 미술은 산업디자인에 모티브를 제공하고, 디자이너가 창조해 낸 상품들은 제품이 아닌 예술로 인식되고 있다. 예술의 경향은 하나의 트렌드로 재인식되면서 이제 예술과 경제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동반자적인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래서 장르를 불문하고 예술적 경계를 뛰어넘어 서로의 기술과 자원으로 새로운 문제 해결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른바 ‘컬처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역학 구조가 탄생되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산업 디자이너인 A는 어느 미술전시회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패션의 의상을 창조했다. 또 다른 디자이너나 예술가, 그리고 영화배우와 모델 등 이른바 트렌드셰터들이 그 의상에 매료되어 그것을 입고 공식석상에 나타난다. 그 의상을 모티브로 한 길거리 문화가 생겨나고, 많은 아티스트와 뮤지션들은 그에 맞는 새로운 음악을 창조해 낸다. 이러한 관계는 다시 순환하고 변화하면서 점차 진화해 나가는 것이다. “패션은 사회의 반영물이며, 문화현상이다. 패션은 다른 크리에이티브 업계들과 그 역학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어느 디자이너의 말처럼 크리에이티브 업계는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고 있다. 

 

 이미지 출처: http://stole.tistory.com/tag/%EB%89%B4%EC%9A%95 

  예술은 창조를 거쳐 문화가 되고 이를 선택해 입소문을 거쳐 유행을 일으키면 트렌드가 되어 세계로 전파되는 시스템, 이것이 오늘날 뉴욕의 예술경제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예술 장르를 불문하고 ‘크리에이티브’한 요소를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은 뉴욕에서 생겨나면 경제적 요소가 된다. 이에 대해 저자는 ‘뉴욕’이기 때문에 ‘예술경제’가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시스템이 뉴욕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 아이디어와 발상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 위해 기업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반대로 잠재인력 역시 기업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뉴욕 소셜라이프 네트워크는, 바로 그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은 뉴욕의 예술경제를 자랑하려고 만든 책이 아니다. 뉴욕이 세계적인 예술문화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밝혀내고, 이를 이끌어내는 아티스트들의 노력을 보여줌으로써 ‘컬처비즈’는 인프라 구축에 있는 것 뿐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종사자들의 열정이 더해질 때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과거에 사람이 뉴욕을 만들었다면, 이젠 뉴욕이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뉴욕이라는 공간적 본질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필요한 책이다.

상상해보라. 골목을 꺾으면 아이디어를 짜내서 만든 작품으로 좌판을 벌이는 젊은이들이 즐비하고, 다시 골목을 꺾으면 전 세계에서 흘러들어온 괴짜들이 자기만의 음악과 악기로 연주한다. 기발한 인테리어와 최첨단의 음향으로 무장한 클럽들에는 스타일리시한 셀러브리티들이 모여든다. 그들은 길거리나 클럽에서, 어떤 목적을 위해서 혹은 그저 놀기 위해서 만나고 충돌하고 다시 흩어진다. 만약 세계 어딘가에 그런 가장 ‘폭발적이고 변화무쌍한’ 곳이 존재한다면, 비즈니스 기회를 잡기 위해 그곳에 가지 않을 이유가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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