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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파워 - 나와 세상을 구하는 경제학의 힘
마크 스쿠젠 지음, 안진환 옮김, 김인철 / 크레듀(credu)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세계경제를 위해 발로 뛰는 경제학자들의 활약상을 그린 보고서!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경제위기에 대해 주요경제지들은 저마다 진단하고 있는데 항상 빠지지 않고 언급하고 있는 말은 '경제전문가들과 경제학자들은 현 상황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수 없으며, 오히려 그들의 예측과 대처방안에 대해 반대로 움직여야할 정도'라며 이들을 비난하고 있다. 이러한 비난은 1998년을 전후로 한 이른 바 IT혁명 때부터 시작해 아직까지 끊이지를 않는데, 그런 글을 너무나 많이 접하다 보니 나조차도 '정말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쉽게 생각만 해도 국내외 경제를 훤히 꿰뚫고 있는 그들이 '어마어마한 부자'가 될 가능성이 충분한데도 그렇지 못한 점이 그렇고, 최근 경제학자들이 예전에 비해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달픈 밥벌이'에 제 목숨 부지하기 위해 동서분주하는 내가 그들의 사정을 알리야 없다마는 훑어보듯 보는 경제지와 언론만 하더라도 확실히 예전과 다른 것은 사실이다.
물론 '경제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말 그대로 학문을 연구하고 후학들에게 이것을 전달하는 직업이니 자신의 직분에만 충실하면 그 누가 뭐라 할 것 아니다. 하지만 '화폐Money'를 요소로 하는 실용학문인데다, '경제'라는 단어가 '나, 너, 우리' 쓰이듯 흔하게 쓰이는 말이 된 요즘 그것을 학문으로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의 기여도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출판시장에 던져지는 수많은 경제관련서나 재테크서들의 저자들 또한 현장에서 뛰는 '실무자'들인 것을 보면 '과연 경제학자들은 무엇을 하는가?' 하는 궁금은 더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차에 한 권의 책을 만났다. 경제학자이자 투자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왕성한 저술까지 하는 저자가 '경제학은 확실히 밥 먹여주는 학문이며, 경제학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경제생활에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그들을 대변하고 있다. '나와 세상을 구하는 경제학의 힘'을 설파한 책, 마크 스쿠젠의 [이코노 파워EconoPower]가 그것이다. 원제목은 EconoPower: How a New Generation of Economists is Transforming the World 이다.
"왜 경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허약한가? 내년에는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 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해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유감스럽게도 이 세 가지 답할 수 있는 것이란 '모른다', '모른다', '없다'는 사실이다." 고 했던 하버드대학 교수 로버트 배로Robert J. Barro의 말을 들어 저자는 1990년대 초기 경제학자들이 스스로 깊은 자책에 빠졌음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 이러한 자기 패배주의는 지난 10년 사이에 역전되어 21세기에 들어 '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인식이 학계에 다시 팽배해지 졌고, 21세기 경제학을 이른바 '제국주의적 학문'으로 칭해도 좋을 만큼 스스로를 재창조하며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했다고 말한다. 그 결과 역사상 최초로 2006년 노벨 평화상을 경제학자이면서 방글라데시 치타공대학 경제학과 학과장을 역임한 바 있는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가 민간 영리 은행을 설립해 2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빈곤에서 벗어나도록 도운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한 사실을 이야기했다.
저자가 이 책을 쓸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결정적인 사건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궁금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의 원서가 지난 3월에 출간되었는데, 그 후에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한 미국의 금융위기가 본격화되었다. 아마 출간 시기가 늦었거나 미국의 금융위기가 책의 출간에 앞서 발생했다면 금융위기의 해결책을 위해 시간을 빼앗길 것이고, 또 이를 언급하기 위해 출간시기는 좀 더 늦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책은 기존에 나왔던 경제학관련서와는 차별화를 추구했다. 즉 우리 일상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사건을 경제학적 측면에서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경제학 콘서트]나 [괴짜 경제학]류와는 달리, 경제학자들이 세상의 주요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경제성장, 교통, 환경, 범죄, 건강보험, 은퇴 계획, 심지어 행복 성취 방법 등과 관련된 문제들을 개인 차원이나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은지 경제학자들의 연구와 제안을 통해 살펴보고자 했다. 실제로 무담보 소액대출, 신중한 투자방법, 효율적인 경매방식, 피크 가격제, 직원의 복리와 주주의 이익 보장 등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어제와는 다른 경제활동들이 사실은 경제학자들이 만들고, 국가나 기업 혹은 단체에 제안하여 채택된 방법인 것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경제학자들이 선두에 나서서 지휘를 해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신문이나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주요인물로 소개되지 못했을 뿐 지금도 음지에서 기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는 경제학자들이 경제적 분석은 재정, 경영, 법률, 종교, 역사 그리고 여타의 다양한 사회과학 분야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이러한 경제학의 분석에 있어서는 경제학자들이 준수해야 할 경제학의 7가지 기본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경제학의 7가지 기본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책무성과 사용자 지불의 원칙 Accountability
2. 절약과 비용편익 분석 Economizing and cost-benefit analysis
3. 저축과 투자의 원칙Saving and investment
4. 인센티브 유인의 원칙Incentives
5. 경쟁과 선택의 원칙Competition and choice
6. 기업가 정신과 혁신의 원칙Entrepreneurship and innovation
7. 효율적 복지 원칙Welfare
전체적인 내용은 경제학적 도구들이 개인과 공동체 그리고 국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수많은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했다. 다시 말해 다만 일반인이 알지 못할 뿐이고,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실전에 활용하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경제문제들에 대해 이들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기여하고 있음을 하나씩 설명해주고 있다. '돈 걱정 없는 노후를 위한 저축 비결은? 개미들은 주식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을까? 숨어 있는 알짜 기업, 어떻게 찾아낼까? 전 국민 의료보험제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인생의 모든 게임에서 승리할 수는 없을가? 아시아의 기적은 거품일까? 빈부격차 줄었을까, 커졌을까? 금金 투자 가치가 있을까?' 등 이 책에 소개된 의문형 소제목들만 봐도 우리가 경제학자들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것들을 찾아서 경제학자들의 이론과 실제 적용사례들을 설명하고 있다. 경제학자가 말하는 경제학 책임에도 불구하고 도표와 숫자가 거의 없이 알아 듣기 쉬운 해설로 잘 설명되어 있어 읽기가 어렵지 않았다. 저자가 소개하는 경제학자들의 이론들 중에는 '과연 적용된다고 해결 될까?'하는 의문도 있었지만, '이렇게 하면 될 것인데 왜 아직 실행하지 않고 있는가?'하는 의문도 들게 했다.
오늘날의 현실은 인터넷의 영향으로 지구촌은 더욱 좁아지고, 사회 전반에 걸쳐 그물처럼 얽혀 있어 잠시 후의 일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로 가장 곤혹을 치루고 있는 학문적 체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변화된 사회를 반영해 수정하는 과정에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어서 현실을 따라가기가 심히 버거울 것이다. 경제학 또한 예외가 아닐 수 없다. 경제상황의 변화속도를 생각해 볼 때 경제학자들이 부응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론을 적용할 현실이 사라져버려 적용자체가 힘드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자들은 오늘도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음을 이 책은 말해 준다. 그리고 경제학이라는 학문도 구태의 경제학이 아니라 여러 모습의 응용경제학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연구소 안에서 책상물림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발로 뛰고 있는 경제학자들의 활약상을 알리는 보고서라고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