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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 ㅣ 제안들 2
조르주 바타유 지음, 성귀수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4년 1월
평점 :
비생산적 소비의 열정에서 자연이라는 인간세계의 보편성을 통찰한 일반경제 이론으로부터 에로티시즘과 죽음, 그리고 그 도달 불가능의 신성이 곧 삶의 진실임을 설득하고자 한, 작가의 신념을 소설로, 또한 시로 만나게 되는 반가움이 있는 책이다. 두 편의 단편과 일종의 시론이라 할 수 있는 독특한 구성의 시편(詩編)을 만날 수 있는 이 책은 증오에서 이의 몰이해를 해소하기 위한 ‘불가능’으로 제목을 바꾸었던 작가의 아득한 아쉬움, 끝없는 열정의 헤맴의 정체를 발견하게 된다.
아마 인류가 인간의 형상을 한 이래 시달리는 고통의 본질을 규명하고, 마침내 그것을 극복하려는 행위 - 제도, 규범, 제의(祭儀), 종교 - 들에 내재된 진실의 발견을 향한 여정일 것이다. ‘조르주 바타이유’의 잘 알려진 저술 『에로티즘』의 전제인‘존재의 연속’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추구의 실체를 상기할 수 있다. 불연속 존재인 개체의 연속적 존재로의 갈망은 내재적 본질이라는 것이다. 에로티시즘은 바로 이 본질적 현상일 뿐이다. 그러나 불연속 존재의 연속적 존재로의 이행과정인 이것이 고통이고 폭력을 수반하며, 존재 전체의 위기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비망록 1>과 <비망록 2>로 구성된 단편인 「쥐 이야기」, 일명 ‘디아누스의 일기’에서 연인 ‘E'의 알몸과 결합에 대한 갈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화자(話者)의 이야기는 바로 연속성에 대한 희구인 에로티시즘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더구나 그녀의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그의 주검에서 연속성의 가능성에 대한 쾌락적 탐닉을 암시하는 것에서 에로티시즘과 죽음의 유사성을 감지하게 된다. 두 번째 단편인 「디아누스(몬시뇰 알파의 비망록에서 발췌한 메모들)」는 화자의 고통의 실재에 대한 돋보기로 들여다보기라 해야 할까? 바로 존재의 연속 또는 죽음은 결국 동일한 것에 대한 다른 표현의 확인이라 할 것이다. 결국 삶이란 이‘불가능’의 추구일 뿐이다. 다시금 반복되는 얘기지만 인간은 이 존재의 연속성에 대한 내적 희구, 그 불가능성에 도달하기 위해 에로티시즘을 뒤좇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존재의 가능한 연속성을 향한 단세포의 미세한 존재들로부터 시작되는 그 내적 열망과 동요!
그리고 소설 전반에 흐르는 음란함이다. “음란은 동요(動搖)다!”라는 바타이유의 선언에 대한 실재를 확인 하게 된다. 알몸의 여체, 그것은 자아에 대한 소유권의 상실을 암시한다. 연속성, 결합을 향한, 그 불가능성에 도달하기 위한 열망이다. 위험을 무릅쓴, 또한 서로 떨어져 나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오는 고통, 더구나 이행과정의 폭력성을 포함하는 열정. 여기서 음란 자체는 고통의 한 형태에 지나지 않음을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왜 인간은 고통인 음란을 좇는 것일까?
『에로티즘』에서 그는 “그 분출이 워낙 ‘경쾌하게’ 연결되다보니, 온갖 고통 중에서 가장 풍요롭고, 가장 광적이면서, 가장 탐낼 만한 유형이 된 것이다.”라고 답변한다. 결국 삶의 진실은 관능의 쾌락과 죽음이란 고통의 상극이 유리될 수 없는 것이며, 죽음과 그로인한 삶의 무한한 재생을 구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케 한다.
일종의 시론(詩論)이랄 수 있는 세 번째 수록된 「오레스테이아」에 이르면 시(詩)자체를 부정함으로써 시에 도달하려했던‘말라르메’를 연상케 하는 혹독한 고뇌를 접하게 된다. 그래서 시는“도달할 수 없는 가능성들에 대한 언어적 환기일 뿐”이며, “시에 다가갈수록 시는 내게 결핍 대상이다”라고 탄식을 쏟아낸다. 이것은 다시 회귀한다. 거부 할 수 없는 죽음의 불쾌함, 그 고통이 존재의 연속성을 드러냄을 알게 될 때, 또한 에로티시즘의 폭력성과 고통, 그리고 풍요로운 쾌락의 동일성을 확인하게 될 때 비로소 우리는 그 불가능의 실체, 그 고뇌에서 살짝 풀려날 수 있음을. 아니 사랑에 빠진 ‘디아누스’(작가 혹은 화자)의 연인‘E’만이 실재의 진리라는 것을. E를 통해서만 삶의 복잡성에서 벗어나 존재의 단순성, 존재의 근본을 발견할 수 있기에.
이제 ‘사드’의 다음 구절로 이 책의 감상을 대신해야 할 것 같다. "죽음과 친숙해지려면 죽음과 방탕을 결합시키는 일보다 낳은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