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나라의 작가들 - 대화적 관계로 본 문학 이야기
최재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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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있는 그대로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즉 모든 것을 독립적이고 부분적인 단절의 그것이 아니라 전체로서 상호 연결된 구조로서 이해한다면 사실 우리들의 생각이 서로 닮은꼴을 하고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텐데, 어느 순간부터 고작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란 한계를 가지고 분석하고 짜깁기하는데 익숙해져 정작 진실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학 작품을 접하는 우리네에게 저자가 발견케 해주는 서로 다른 작품들의 다채로운 방식의 연결의 드러냄을 통해 알지 못했던, 또한 알려지지 않았던 의미의 발굴과 소개는 가려졌던 진실을 그의 말대로 “조금은 넓고 깊어지게”해준다.

선행자로부터 후행자에게 꽃다발이 전해지는 축적됨의 문학사적 의의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의 구조와 본질을 보다 넓고 깊게 전체적인 형상으로 볼 수 있게 하여주는 의미 깊은 시도라 하여야 할 것이다. 단지 문학적 영감의 일치라 볼 수밖에 없는 동일성에서부터 선배 문인(文人)에 대한 존경의 뜻을 가득 품은 오마주, 때론 원작을 비비꼬고 조롱하는 다시쓰기, 그리고 동일한 모티프나 서로의 작품에 우정과 사랑, 경외로 소통하는 작품의 형태까지 그 거울의 모습은 다양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그 대화의 질이 어떻든 그 소통의 변주들에서 우리네 심성의 보다 풍부한 전경을 읽게 되는 것은 이 저작의 진짜 힘이라 할 수 있다.

20여 쌍의 거울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지만 그 거울의 상(像)은 사랑이고 존경이며 공감이기도 하지만 저항과 뒤틀림, 적대감이기도 하다. 바로 이렇게 흥미로운 연결을 지닌 작품들을 대함으로서 미쳐 보지 못했던 의미를 비로소 보게 되고 앎의 지평이 넓어진다. 복제된, 독자적 하루로서 의미를 지닐 수 없는 반복의 하루를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란 모티프는 아마 국경과 거리를 초월하는 인간의 보편적 형상일 것이다.‘안정효’와 ‘밀란 쿤데라’의 오묘한 영감의 일치처럼 말이다. 그리고 분명 같은 인물을 소설화하였음에도‘김동인’의 「김연실 전」은 ‘정이현’의 「이십세기 모단걸 - 신 김연실 전」에 와서 심하게 공격당하고 일약 창부에서 세대와 투쟁한 여성전사로 재해석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채만식’의 「치숙」은 존경을 그득 담은‘송경아’의 「치숙」으로 더욱 빛나고,‘최인훈’은‘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를 거의 일반명사화 시키는데 공헌하기조차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 내면은 무릇 수많은 방해작용으로 제한된 대상만을 인식하지만 이들 작가들의 누적된 관점을 통해 보다 원형에 가까운 세상의 이해에 근접하게 된다. 더구나 이러한 거울 작품들이란 존재 자체가 두 세계의 본질이 여전히 바뀐 것이 없음을 말하고 있다할 때 어쩜 동일함의 반복은 그리 달가운 현상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같은 곳을 바라보는 존재의 확인은 분명 기쁜 일임에 틀림없다. ‘신석정’의 「작은 짐승」과 ‘안도현’의 「저물 무렵」에서 발하는‘蘭이와 나’ 또는 ‘그 애와 나’처럼 말이다. 우리 문학작품을 새삼 넓게 열리고 깊이있게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저작이다. 저자의 기대를 넘는 문학의 영감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다. 우리 문학의 이해를 높여 독자의 지평을 넓히는데 커다란 기여를 할 저작이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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