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지평선 - 샹그리라, '마음속의 해와 달'을 찾아서
제임스 힐턴 지음, 황연지 옮김 / 뿔(웅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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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비현실적 이상향을 묘사하고 있지만 책과 음악과 자연이 어우러진 세상과 차단된 곳, 그리고 우아한 지성이 교류되는 곳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모든 걸 뒤로하고 그곳으로 사라져 버리고픈 심정이 왜 아니 들까? 

문득 “정열이 고갈된 곳에서 지혜가 시작된다.”는 영국의 속담이 더없는 진리처럼 와 닿는 것은 세상의 번잡함에 아무리 긴 세월 단련돼도 적응되지 않는 나만의 생리적 거부감 때문인가?

티벳어‘푸른 달’이란 의미의 카라칼 계곡, “미지의 산맥 속에 감춰져 모호한 신권정치의 지배를 받는 이상한 문화 계곡”, 인간의 욕망이 미치지 못하는 세계, “샹그리-라”.

인도의 ‘바스쿨’지역 영국 영사인 ‘콘웨이’와 그의 부하 ‘멜린슨’, 금융사기범, 기독교 전도사, 4인을 태운 비행기가 의문의 인물로부터 납치되어 도달한 곳, 미지의 장소, 샹그리-라를 무대로 그려지는 낙원에 대한 신비로운 이야기다.

수백 살을 넘는 대승정 페로신부와의 대면, 쇼팽과 브론테자매와 동시대를 보낸 백 살이 넘은 라마승과의 대담, 하프시코디스트를 연주하는 여인‘로센’에 대한 아름다움에 대한 관조는 권력과 물질, 그리고 탐욕의 세계에 경도된 우리에게 너무도 낯선 세계일지도 모르겠다.


이 낯선 세계를 떠나고 싶어 하는 멜린슨의 현실적 사고와 행동은 그래서 현대인의 당연한 귀결로서 보여진다. 그러나 콘웨이의 샹그리-라에 대한 점점 늘어가는 풍요한 매력에의 도취는 또 다른 우리들에게 삶의 진정성에 대해 사유케 한다.

“그를 매혹 한 것은 개별적인 사물이라기보다는 서서히 나타나는 우아함과, 겸허하면서도 완벽한 안목과, 향기가 너무 짙어서 눈을 사로잡지 않아도 만족시키는 듯한 조화였다."

코를 찌르는 은은한 월하향(月下香)냄새와‘라모의 가보트’가 들려오는 조화로운 평화로움에서 원하는 책을 읽으면서 시간의 흐름을 잊은 채 살아갈 수 있다면, 아니 우리들의 세상이 이러할 수 만 있다면, 또한 단순하고 거대한 이념에 의하여 지배되기보다는 위로받을 수 있는 세계라면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하려고만 들면 얼마든지 재미있는 일이 있는데도 줄곧 신경이 쓰여 한 번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그런 상태”에 휘둘리는 좇기는 우리들의 삶을 생각할 때, 푸른 달 계곡의 샹그리-라는 우리들 마음속에 하나쯤 품고 있음직한 이상의 공간이 된다.

멜린슨과 로센의 탈출에 동행하는 콘웨이가 확인하려했던 진실은 그의 방콕 북서쪽을 향한 여정에서 “멸망해가는 시대의 덧없는 아름다움을 보존하며, 그 열기가 모두 식은 뒤에 인류가 필요로 한 그 예지를 찾아나가는 것이오.”라는 대승정의 유언을 계승하기 위한 발걸음임을 우리는 안다.

불노(不老)의 계곡, 그래서 시간의 여유로움으로 조급함과 그로인한 욕망이 필요치 않은 곳, “최고의 만족감을 줌과 동시에 사람을 굶주리게 하는”클레오파트라가 아니라, “전혀 만족감을 주지 않음과 동시에 굶주림을 제거해”주는 로센의 바라봄의 사랑이 있는 곳은 이 미쳐가는 세계에 대한 인류의 새로운 희망의 장소가 된다.


1933년 발표된 티벳 고원의 그 어느 곳, 샹그리-라, 이 이상향에 대한 작품은 마음의 안식처를 찾아 헤매는 오늘의 현대인들에게도 짙은 정신의 울림을 제공하여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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