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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를 사랑한 남자 - 인간 존재의 수수께끼를 푸는 심리학 탐험 16장면
조프 롤스 지음, 박윤정 옮김, 이은경 감수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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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과학적, 윤리적 시선으로는 선뜻 수용하기 힘든 일화(逸話)적 사례나 동일 상황의 반복이 불가능한 과학적 검증이 이루어지 않은 실험, 비윤리적인 기반 하에 이루어진 성취 등이 현대 정신의학, 심리학, 생리학분야의 발전이나 그 초석이 된 16편의 심리학 기반의 고전적 연구가 저자의 균형 잡힌 시각으로 기술되고 있다.
각 연구사례마다에 당해 연구나 실험의 과학적, 사회적, 윤리적 검증을 통해 불합리성, 과학적 흠결 등 문제점을 제시하고, 그럼에도 오늘에 그들의 실험이나 연구가 미친 의학, 신경 생리학, 심리학에 끼친 영향과 그 과학적 가치, 여전히 의문투성이인 인간 정신에 대한 경외를 표현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 번역 소개된 ‘올리버 색스’나, ‘로렌 슬레이터’의 저술 등에 소개된 낯익은 내용을 볼 수 도 있다. 그러나 이 저술은 오늘 우리들의 정신세계에 대한 뚜렷한 성찰의 근원이 된 인류사에 있어 커다란 경계를 짓는 사례의 구성이라는 측면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할 수 있으며, 또한 심리, 정신, 생물학적 뇌와 같이 피실험자인 인간에 대해 가해진 비인간적이고 몰염치한 실험행위와 이들 연구 성과가 일구어낸 심리적, 의학적 혜택위에 놓여있는 오늘의 우리세계에 대한 윤리적 회의와 과학적 성취의 딜레마를 곤혹스럽게 사유케 하는 철학적 의문을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 고귀하다.
결국 이들 연구실험의 본질은 오늘에도 계속되는‘인간의 본성과 양육’의 논쟁과 같이 인간의 본성(Human Natures)을 이해하려는 것으로 파악 할 수 있겠다. 고립과 방치로 인간관계가 차단된 채 성장한 아이, 인간세계와 격리된 야생에서 살아온 아이를 통해 취해진 심리, 정신 분석, 행동분석등 일련의 관찰과 실험, 연구 등의 결과는 인간의 타고난 능력과 환경의 영향에 대한 모호한 답만을 제공할 뿐이다. 또한 인간 뇌에 대한 무지는 오늘에도 크게 개선된 것은 없다. 뇌 스캔기술의 발전이 살아있는 뇌의 형상을 보다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해도 그것이 곧 인간 뇌에 대한 이해는 아닌 것이며, 이들에 대한 이해의 욕망은 인간의 참담한 희생과 파렴치함에서 이루어져 왔다.
외과의 ‘스코빌’은 각종 정신의학사, 뇌과학, 신경생리학, 심리학 저술들에 등장하지 않는 경우가 없을 정도로 악명이 높다. 이와 함께 등장하는 기억을 상실한‘헨리’의 사례는 다양한 시선에 맞추어져 그 의학적 의미가 제시되고 있다. 편도체와 해마상 융기등이 무분별하게 잘려져 나간 이 사람의 사례가 현대의학에 남긴 선물(?)과 같이 이 잔인한 수술이 오늘에 주는 그 의학적 족적은 광대하고 중요한 의미를 제공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윤리적 고뇌를 촉발하기도 한다. 이러한 광기어리고 오만한 자들의 대의명분이 당시 수술자이거나 피실험자라는 개인에 가해진 손상과 사회적 진보라는 가치의 경중이라는 저울을 갔다대는 것과 같이 어리석기도 하다.
특히, 이 저술의 특성은‘행동과학(Behaviour Science)’의 태동이 된 실험, 파블로프식 고전적‘조건화’에 대한 실험이나, 다원적 무지를 근인으로 하는 방관자 효과, 강박충동장애, “과학적인 동화에 불과하며, 플라시보 효과를 주는 것 말고는 전혀 효과가 없다”는 혹평과 함께, “20세기 지성사에서 가장 특이한 사건 가운데 하나”로 보는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한스’에 관한 사례, ”이브의 세 얼굴“이라는 ‘조앤 우드워드’주연의 영화의 소재인 ‘해리성정체장애(다중인격장애)’에 이르기까지 그 언어의 근원적 연구와 실험을 제재로 하고 있음이다.
저자의 인간에 대한 연민의 기저위에 고전적 의학실험과 사례에 대한 탁월한 과학적 통찰이 인간 정신과 행위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포장되어 흥미롭게 대중을 향하고 있다. 우리자신의 무한한 미지를 탐험하는 진지한 성찰을 제시하는 최고의 심리학 판례 해설서라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