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권택영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인간이 가지는 정염(情炎)의 대상에 대한 도덕적 기준이란 무엇인가? 1955년 우여곡절 끝에 프랑스에서 출간되자 미국을 비롯한 영국 등 유럽각국의 비난과 性的 기준의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 작품이 오늘날 현대문학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명작의 대열에 서게 된 것은 사회적 가치기준이란 변화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실증 예(例)라 할 수 있겠다.

12년 7개월의 세상을 산 사랑스런 소녀‘돌로레스 헤이즈’에 대한 37세의 남자‘험버트’의 격정적이고 치명적인 사랑이야기다. 그가 사랑의 열정에 휩싸여 부르는 이름은 ‘롤-리-타’, 그는 어여쁘지만 섹시하고 천박함이 어울린 사랑스런 소녀들을 ‘님펫’(요정의 별칭)이라 통칭한다. 어린 시절 겪었던 달콤한 사랑의 연인 ‘에너벨’의 죽음이 가져다 준 상처를 ‘프로이트 식’정신적 외상(外傷)이 가져다준 병적 성향으로 그 변질된 性的대상에 대한 취향을 정당화 하지만, 내심 험버트는 그런것만은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상상력의 자극을 극대화하는 감각적인 문장들은 압권이다. 작가의 후기에서 이 작품이 미국의 출판사에서 거절된 이유 중의 하나가 포르노그라피로 읽히기에 실패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듯이 외설이 난무하는 작품으로 접근하면 그 독서는 실패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체로서의 롤리타를 향한 험버트의 떨리는 욕정과 순간순간의 그 관능적 묘사의 미학은 감정적 공감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다.

“푹신한 세포 속에 있는 아주 작은 미친 남자”,“그 뜨겁고 귀여운 고양이의 앞발을 잡고 어루만지고 꼭 쥐었다”, 독자들 모두 상상이 가리라, 누군들 그가 말하는 앞발을 놓고 싶겠는가! 오, 그리고 “상아 같이 매끄럽던 감촉”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의 서문을 작성한 자가 작가 본인이 아닌 ‘존 레이 주니어 박사’로, 감옥에서‘험버트’가 작성한 유고의 출간편집자로 노출된다. 그러나 이는 서문이라기보다는 진실과 실제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품 해석의 중요한 단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작품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후기는 작가 자신 바로 ‘나보코프’의 서술로서 작품‘롤리타’가 가지는 소설적 위치와 그의 지속적인 고민의 하나였던 소설의‘실재’성에 대한 고뇌가 설명되고 있다. 작가는 어찌보면 실재성을 표현하려는 현대소설의 허구성만을 입증하려는 의도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마지막 작가의 후기는 독자를 당혹스럽게 할 수도 있다.

어린소녀 롤리타를 향한 주인공 험버트의 광적인 탐닉은 분명 오늘에도 윤리적, 그리고 법적으로도 용인될 성질의 사랑이라고 순순히 수용하기에는 버겁다. 그러나 험버트의 롤리타에 대한 육체적 갈망에는 보호적 요인이 끝없이 등장되어 지고지순함과 희생적 열정으로 표현되고 있다. 오히려 롤리타의 게임에 놀아난 인상을 갖기에 이른다. 성적 대상의 선정에 있어 비정상적이고 모멸감을 갖기에 충분하지만 주인공의 운명적이자 마법적이라기 까지 할 수 있는 롤리타에 대한 격정은 인간에 내재된 어찌할 수없는 통제 불가능한 그런 것이라고 하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우려스러운 공감인가?

단순화해서 관능을 표현한 최고의 문학성을 지닌 최음성 강한 성도착자의 회고록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작가 ‘나보코프’ 소설의 실재성에 대한 실험을 볼 수도 있으며, 우리 인간 본성에 대한 모순과 분열된 이중성을 읽을 수도 있다. 그리고 성적 대상의 기준과 같은 성적 취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위선, 즉 도덕적 가치기준에 대한 회의라는 측면에서 접근 할 수 도 있다.

독서 내내 내밀한 관능의 향기가 쉬이 유실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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