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성당 1
일데폰소 팔꼬네스 지음, 정창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민중의 삶과 자유에 대한 감동의 대서사시이다. 지중해의 에머랄드빛을 온통 감싸안고 까따루냐의 한 언덕에 자리한 산따마리아성당, 넉넉한 가슴을 모든 인간에게 내어주는 민중의 안식처가 그들로부터 지어지고 있다.

작품은 14세기 중세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주된 배경으로 하고 있다. 교회와 왕의 권력이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던 그래서 민중들의 삶은 한낱 그들의 소도구에 불과한 그러한 세상이다. 작가는 대지의 종이자 귀족의 종인 그리고 운명의 종일 수 밖에 없었던 민중들의 진정한 자유를 향한 인간의 진실성을 쫒는다.

교회의 권위를 앞세운 성직자들 이면의 악취나는 탐욕과 왕과 귀족들의 끊임없는 권력욕구에 한 없이 왜소해지기만 하는 민중들의 고난의 역사이다. 주인공 ‘아르나우 에스따뇰’은 영주의 초야권 행사라는 어처구니 없는 능욕 속에 출생한 소작농의 아들이다. 아버지 ‘베르나뜨’의 대지로부터의 자유를 위한 희생적 도피를 통해 번영의 항구도시 ‘바르셀로나’에 찾아든다. “아들아, 이 아비는 너의 자유를 위해 무슨 일이든 다 할 것이다!”

작품은 중세 교회의 모순적인 권위, 지속적 권력유지에 몸부림치는 왕과 귀족들의 연합과 배반, 유태인에 대한 배타와 압제, 민중들의 순수한 자유에 대한 갈구를 정교한 플롯으로 이야기 속으로 유연하게 독자를 흡입한다.
도공으로 부를 축적한 사촌집안의 귀족가문과의 혼인, 그리고 그들의 잔인하고 냉혹한 죽음의로의 내침에 아버지 베르나뜨는 아들 아르나우에 ‘삶의 자유’를 각인시키기 위해 의연히 죽음으로 내닫는다. 귀족들의 이기적 허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소설의 팩션적 요소는 14세기 전 유럽에 창궐하여 무수한 민중들을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였던 페스트와 교회의 권위와 권력의 확보를 위해 자행되었던 종교재판이 작품의 배경속에 녹아있다. 페스트는 주인공의 삶에 새로운 반전을 가져오는 중요한 사건으로 유태인 환전상과의 인연, 카톨릭과 유대교 그리고 이방인인 노예 무어인(지금의 아랍권)의 등장으로 유럽인들의 절대적 유일종교에 대한 모순성과 허위성을 은밀하게 내비추기도 한다.

또한 의형제 조안의 사제로의 성장, 그리고 ‘아르나우’의 조국에 대한 헌신적 행동(적의 침입에 대한 해안봉쇄라는 기지의 발휘)으로 맺어지게 되는 왕족과의 불가항력적 혼인, 귀족 칭호(남작)의 사사로 사악한 귀족들에 대한 대항의 기틀이 마련된다. 그러나 진실이라는, 즉 인간의 진정성이라는 측면에서 주인공의 행동은 농도들의 영주에 대한 부당한 억압의 해방, 핍박받는 가난한 민중들의 지원으로 이어지나 사제인 동생과 왕을 후견인으로 하고 있는 아내와의 밀약은 그를 다시 나락으로 내몬다. 여기서 작가는 동생 조안을 사제로서 교회의 추악하고 불안한 권위로 그의 형식상 아내인 귀족의 욕망과의 결탁을 보여준다. 즉, 종교의 이면에 숨어 파렴치하고 탐욕적이기만 했던 성직자(사제)들의 모순된 가치와 귀족들의 속물성과 상실된 인간성을 적나라하게 그려내 역사속의 진실성을 대중적 이해에 쉽게 접근케 하여준다.
한편, 주인공의 사랑에 대한 정념에 시선을 고정하여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키도 한다. 어린시절 이성에 대한 사춘기적 호기심과 그 속에 피어나는 순박한 떨림과 육욕, 그리고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던 아내와 그녀에 대한 아가페적 사랑, 재회한 어린 시절 여인과의 육체에 대한 탐닉과 고뇌, 수양딸에 대한 이타적 사랑과 그의 결실까지 삶의 의욕과 상실과 그의 이해에 대한 진지한 사유가 매혹적으로 피어난다.

종교에 대한 보편적이고 폭넓은 관용과 이해, 민중 나아가 인간 삶의 진정성에 대한 그 균형적 시각, 사랑과 배반의 일상적 삶의 의미, 그리고 중세의 다양한 역사적 궤적이 그 넓은 산따마리아 델마르 성당에 은은히 울리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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