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
칼릴 지브란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자기만의 사랑으로 바람 소리를 더 다정한 노래로 변화시키는 사람이야말로 위대하다.

레바논의 대문호, 칼릴 지브란이 지은 <예언자>는 사랑과 결혼, 일과 일상들, 자유와 기도, 종교, 아름다움 등 인간의 삶 속의 다양한 주제들을 예언자 알무스타파의 입을 통해 들려주고 있는 산문시집이다. '사랑이 그대를 부르거든 그를 따르라'라는 유명한 문구도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랑에 대한 잠언 중의 하나이며, 영성 서적이나 에세이에서 종종 접했던 지브란의 아름다운 글들도 이 책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지브란은 <예언자>를 젊은 시절에 완성하고, 평생에 걸쳐 수정하고 다듬어서 출간했다고 하는데, 그의 고독하고 힘들었던 인생의 무게가 고스란히 책에 녹아들어 있는 듯하다.

 

<예언자>는 한때 성서보다 더 많이 팔린 책이었다고 하며, 조지 러셀을 비롯한 수많은 서구의 문인들은 이 작품을 두고 아름다운 목소리, 그리고 위대한 영적 생명의 원천에서 나오는 힘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레바논에는 그를 기리는 장소가 있다고 하는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고 한다. 또 그가 태어난 베사례의 삼나무 숲과 그 옆의 와디 콰디샤(신성한 계곡)은 레바논 최고의 경관으로 손꼽힌다고 하는데, 지브란의 험난했던 삶과 함께, 그의 작품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부분이다.

■ 미치게 되자 오히려 자유롭고 편안해졌다. 고독하기 때문에 자유로웠고, 이해받는 것으로부터 벗어나니 편안했다. 누군가가 우리를 이해하게 되면 우리 속의 무엇인가가 그들의 노예가 되기 때문이다.

○  그대가 사랑이 나아가는 길을 지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그대에게 자격이 있음을 알게 되면 사랑이 그대의 길을 지시할 것이기에. ○ 아이들은 그대를 거쳐서 왔을 뿐 그대로부터 온 것이 아니다. 그대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으나, 그대의 생각까지 주려고 하지 말라. ○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 집에 우물이 가득 찼어도 목마를까 봐 두려워한다면, 그 목마름은 영원히 채울 길이 없다. ○ 그대가 일을 할 때 그대는 하나의 피리이다. 그 속을 통과하며 시간들의 속삭임이 음악으로 변하는. ○ 열망이 없는 인생은 어둠이고, 지식이 없는 열망은 맹목이며, 일하지 않는 지식은 헛된 것이고, 사랑이 없는 일은 무의미하다. ○ 모든 행위를 완전한 빛에 비춰보지 않고 어떻게 정의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 진실로 바다는 언제나 순진무구한 이와 함께 웃는다. ○ 낮에는 근심이 없고, 밤에 욕망과 슬픔이 없을 때 그대가 진정으로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 모든 것이 그대의 삶에 휘감겨도 그것들을 벗어던지고 얽매임 없이 일어설 때 그대는 진정으로 자유롭다. ○ 이성이란 홀로 다스리게 하면 경직된 힘이며, 감정이란 홀로 내버려 두면 스스로를 태워 파괴하는 불꽃이다. 그대가 활짝 깨어 있는 정신으로 말할 때 그대는 선하다. 그대가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대담한 걸음걸이로 걸어갈 때 그대는 선하다. 그대는 고통스러울 때, 또 필요할 때만 기도한다. 그대가 기쁨으로 가득하고 그대의 나날들이 풍요로울 때도 기도할 수 있어야 한다. 기도란 살아 있는 대기 속으로 그대 자신을 활짝 펴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동쪽에서 새벽빛과 함께 떠오르리라.

■ 이 말들이 비록 불분명하게 들린다 해도, 그것들을 분명하게 하려고 하지 말라. 애매하고 성운 같은 것이야말로 만물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예언자>를 비롯한 지브란의 수많은 작품들은 서구권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큰 대중적 인기와 명성을 얻었지만, 정작 영문학 교수들은 그의 작품을 무시로 일관해 왔다고 한다. 또 로댕으로부터 찬사를 얻었다는 그의 그림들 역시 서양 화단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고 한다. 정해진 코스대로, 이너 서클 안에 들지 못한 자를 배제하는 - 일부 - 엘리트(?)들의 모습은 전 세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인 걸까? 아니면 그들이 생각하는 수준 이상의 무언가를 말하고 있어서, 다가가기 두려웠던 걸까?

 

시인 류시화 님은 지브란은 모방자가 아닌 창조자였기에, 어쩌면 평가 자체가 필요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조지 키랄라의 글에 따르면 지브란은 마치 고독한 순례자처럼 삶의 고통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창작활동을 지속했다고 한다. 책에는 <예언자> 본문과 함께 그가 그린 다양한 그림들을 같이 감상할 수 있다. 아름다운 문구를 읊어가면서, 그의 그림들을 하나하나 음미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