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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코의 날
미코 림미넨 지음, 박여명 옮김 / 리오북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1. 독특한 책이다. 빨간 코의 날이란 것도 웃기고, - 실제로 빨간 코의 날은 즐기면서 기부하는 행사라고 한다 - 주인공이 사고로 흉측한 모양의 코를 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게다가 거짓말로 조사원 인척 사람들을 방문한다는 스토리까지. 종종 느끼지만 북유럽의 소설들은 뭔가 평범하지 않은 소재들과 사건들이 많은 것 같다. 마치 젊은 일본 작가들의 소설처럼 말이다.
2. 주인공인 이르마는 오십 대의 여성이다. 그녀는 직업도 없고, 함께 사는 가족도 없다. 물론 가끔 연락하는 아들이 있긴 하지만 책에서는 마치 하나의 배경처럼 느껴질 뿐이다. 등장인물들의 잔잔한 독백과 그녀 주변을 둘러싼 일상과 배경을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 북유럽의 핀란드라는 - 세련된 도시 이미지 속에 숨어있는 외로움과 쓸쓸함을 느낄 수 있었다.
3. 요즘에는 혼밥, 혼술이 대세라고 한다. 혼자서 식당에서 저녁이나 점심을 먹고, 또 혼자서 일본식 술집에서 정종을 마시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직장인들에게는 그렇게 낯선 단어는 아니다. 다만, 이렇게 수면 위로 떠올라 방송국의 화두로 등장한 건 최근이 아닐까 한다. 아, 물론 이전에도 있긴 했다. 십 년 전에 방영한 <결혼 못하는 남자>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대중화(?) 되었다는 점.
4. 이르마는 고독에서 잠시 벗어나 무작정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자신의 신분을 속인 채로 말이다.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다가가려는 사람이, 솔직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으로 위장했다는 사실이 안쓰럽긴 하지만, 뭐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줘야 할 것 같다. 적어도 악의는 없었으니까.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싶어서 그런지로 모를 테니까. 어쩌면 그럴 수밖에 없는 핀란드의 현실이 안타까운 건지도 모르겠다.
5. 역자는 이 책을 읽고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를 만나 이기와 경쟁 없이, 편견과 판단 없이 관계하고 싶을 때, 그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를 두고 앉아 공간에 흐르는 침묵의 평온을 공유하고 싶을 때, 그 따뜻한 침묵의 찰나를 이르마와 공유해보기 바란다고 말이다. 혼자 있는 시간, 혼밥과 혼술을 즐기는 시간이 고립된 자아를 위함이 아니라, 지친 자신을 달래지고 더 진실한 자신의 모습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더 좋은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