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된 표현형 - 이기적 유전자, 그다음 이야기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장대익.권오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 리처드 도킨스는 전작인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과 같은 개체들은 결국에는 유전자들을 보존하고 운반하기 위한 매개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진화의 단위, 생명체의 기본 단위가 인간, 호랑이, 돼지와 같은 개체가 아니라 이를 구성하는 유전자임을 말하고 있는데, 숙주에 기생하는 회충이나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떠올려도 되겠다. (물론, 그렇다고 동일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2. 도킨스는 이 같은 주장으로 전 세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인간은 어쩌면 유전자를 운반하는 기계일 뿐이라는 주장은 인간 존재에 대한 사유와 생명의 존엄성 등에도 다양한 논쟁거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사회와 경제 분야와도 연계된 고민거리를 던 저 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 생물학계에 가장 큰 이슈를 제공하였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3.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논의는 나중에 출판된 <확장된 표현형>에서 더 구체화되는데, 이는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 조직과 문화, 제도 등도 결국에는 유전자의 보존과 운반을 위한 것이라는 게 그 핵심이다. 거미가 거미줄을 통해 먹이를 잡고, 뻐꾸기가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고, 비버가 강물을 막고 집을 짓는 게 모두 다 확장된 표현형의 발현이라는 것이다.

4. 조금 멀리서 바라본다면, 유전자의 근원적인 욕구가 개체와 같은 생명체 뿐만이 아니라 각종 사회문화, 경제, 기술, 조직에도 나타난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경제학의 비교우위 이론을 떠올리게 하는 최적 행동이론이나,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떠올리게 하는 인간 역시 기계일 뿐이라는 주장도 눈에 띄는 부분이고.

5.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확장된 표현형은 유기체를 재발견하게 돕는다는 문구가 실려 있다. 매일 새로운 세포로 바뀌는 인간은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가 과연 동일한 것일까란 질문만큼, 표현형 효과가 유기체와 외부 사이의 경계선을 무너뜨린다면 도대체 다세포 유기체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란 질문처럼 심오하다.

6. 책을 덮고 나면, 생물학 책을 읽었는지, 인문학 도서를 읽었는지, 철학서를 읽었는지 헷갈릴 것이다. 때론 경제학과 사회학, 정치학에 필요한 소스도 듬뿍 실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작인 <이기적 유전자>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추천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