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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을 착취하다 - 서민을 위한 대출인가 21세기형 고리대금업인가, 소액 금융의 배신
휴 싱클레어 지음, 이수경.이지연 옮김 / 민음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의 저자 데이비드 코튼과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저자 장하준 교수가 이 책의 서문과 추천사를 썼다. 데이비드 코튼은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초래했던 것과 같은 무분별한 경제적 이득의 추구가 어떻게 훌륭한 아이디어를 엇나가게 만들 수 있는지, 그 비극적 실상을 풍부한 근거 자료를 토대로 예리하고 통렬하게 조명한다." , "자신의 급여와 위신이 달려 있을 때는 시스템의 진실을 알아보기 힘든 법이다." 장하준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변해버린 소액금융의 진실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한다. 소액금융기관(MFI, microfinance institution)의 아버지인 무함마드 유누스는 2011년 뉴욕 타임즈에 특별 기고한 글에서 "나는 소액 대출이 다른 종류의 고리대금업을 만들어 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런데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다." 라고 고백한다.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소액 금융 분야에서 일하는 정직하고 성실하며 선한 사람들은 점차 사라지고, 그저 이윤이라는 한가지 동기로 움직이는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워나갔다."라고 말이다.
저자가 말하는 소액금융의 실상은 실로 참담하다. 초창기의 마음은 어디가고 이젠 새로운 금융 산업의 하나가 되어 버렸다. 먼저, 살인적인 고금리는 전세계 수많은 빈곤층을 더욱 더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있다. 멕시코의 한 금융기관은 무려 연 195퍼센트의 이자를 받고 있으며, 니카라과에서는 감당하지 못할 고금리로 인해 폭동까지 발생했다. 또 인도에서는 여성들이 높은 이자를 갚지 못해 자살하는 일도 있었고, 인신매매 및 감금과 같은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은 서비스 수준 및 제도상의 낙후 정도가 크다는 점. 대부분 후진국 등에서 소액금융 산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기본적인 은행 시스템의 불안정 및 기업 운영의 미비로 제대로된 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나이지리아의 라포의 경우에는 강제 예금, 플랫 금리, 이자 계산의 오류(고객은 손해, 기업은 이익인 방식으로 이루어짐) 등을 통해 - 안그래도 가난한 - 수많은 나이지리아 여성의 푼돈을 착취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은행업 특유의 폐쇄성과 소액금융만의 내부 써클 등으로 인해 제대로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소액 금융이 다 그런 건 아니었다. 유누스의 그라민 은행의 처음의 모습은 분명히 극빈층을 위한 것이었다.(지금은 모르겠지만) 또, 대출금을 통해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지도록 운영되는 나라도 있었다. 특히, 몽골이 그러한데 돈을 빌려 가축을 구매하거나, 농업과 목축업에 필요한 기계를 사는 경우가 많았다. (참고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100%의 이자를 지고, 텔레비전을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여전히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자신이 배운 지식을 가지고 사회와 약자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 (저자 역시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부디 이 책이 소액 금융은 쓰레기이므로 없애야 한다와 같은 논리로 흐르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참고로 소액 금융은 위의 그림과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선의의 기부자와 수익을 노리는 일부 투자자, 그리고 이 가운데에서 제대로된 역할을 수행해야 할 소액금융펀드와 운용기관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금리의 대출을 하고 있다. 데이비드 코튼과 저자인 휴 싱클레어는 애초에 소액금융은 돈을 벌기 위한, 상장해서 주가 차익을 남기기 위한 산업은 아니라고 말한다. 여기에 나의 생각을 덧붙이지면 그 역할을 다하고 변해가거나 사라져야 할 사업 모델인 셈이다. 코튼이 말한 혐동조합이나 지역 금융 개념으로서의 운영도 좋은 방법이고, 싱클레어가 말한 것처럼 내부 제도를 개선하고 윤리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저자가 소개하는 소액 금융의 경제학에서는 고금리로 운영되는 대출 서비스가 단기적인 공급만 바라보고 있을 뿐, 수요 측면과 장기적인 시장 균형이라는 부분에서 놓치고 있는 점이 많다고 말한다. 결국 소액금융은 영원히 번창해야할 비즈니스 모델은 아닌 셈이다.
P.S. 이 책을 내부고발자의 양심 고백이라는 시선으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책 구석구석에 저자가 처했던 어려움과 갈등이 생생히 나타나 있으니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